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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2034836 |
|---|---|
| 쪽수 | 308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AI추천 이유
이 세계에서 끝끝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 기적 같은 일에 대하여
한강 문학의 궤적을 지켜보는 기쁨
길 위에서, 가만히 매듭을 짓다
점 세 개를 이어 그린 깊은 선 하나
오늘의 한강을 있게 한 어제의 한강을 읽는다. 1993년 등단 이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줄곧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펴온 작가 한강, 그가 현재까지 출간한 소설집 전권(총 세 권)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재출간’이라는 무색무취한 단어보다, 빛깔도 판형도 하나하나 다른 소설집 세 권을 조심스레 이어 하나의 선 위에 두는 작업이라고 여기면 어떨까. 스물서너 살 때의 작가가 1년 동안 휘몰아치듯 썼던 단편을 모은 것이 1995년 한강의 첫 소설집이자 통틀어 첫 책인 『여수의 사랑』이다. 5년 만에 출간된 두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서 한강은 “흐르는 물과 같이 변화하는 과정이 바로 나라는 평범한 진리”를 만난 듯하다가, 이내 다시 묻는다. “이 한 편 한 편의 소설들을 썼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작가의 말」) 그리고 12년이 지나 세번째 소설집 『노랑무늬영원』을 펴냈다. 그 사이사이에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이 씌어졌다.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줬다.
―「작가의 말」(2012), 『노랑무늬영원』
돌아보아야 궤적을 발견할 수 있다. 소설집 세 권이 출간되는 동안 한강 단편소설에서 변화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여수의 사랑』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한 갈망을 간절하게 드러내며,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는 고독하고 고립된 존재들은 『내 여자의 열매』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세상과 서로를 서툴게 받아들이려다 어긋나버리고 상처 입는다. 그리고 『노랑무늬영원』에 이르러 재생의 의지와 절망 속에서 생명력은 더 강하게 타오른다. 존엄해진 존재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마침내 상대를 껴안으려 시도한다. 끝내 돌아가고야 말 어딘가이자, 잎맥을 밀어 올리는 이파리, 회복기에 피어난 꽃, ‘점을 잇는’ 작업 동안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던 자연스러운 변화와 흐름은 표지에 사용된 사진작가 이정진의 작품과 조화를 이룬다.
한편 변함없는 것은 한강의 치열한 물음이 아닐까. ‘살고 싶다, 살아야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놓지 않으며, 인간이라는 존재, 삶과 죽음, 이 세상에 대해서 스물한 편의 소설 내내 묻지만 필연적으로 답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파르스름한 불꽃 같은 그 물음 자체가, 물음에서 파생되는 고독의 열기와 세심한 슬픔이 작품 속 그들을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고 살아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변화했으나 변하지 않았으므로, 신중하게 소설들의 배치를 바꾸었고 몇몇 표현들을 손보았지만 두어야 할 것은 그대로 두었다.
앞서 “누구”를 묻던 『내 여자의 열매』 속 작가 자신의 물음에, 『노랑무늬영원』의 새로 씌어진 작가의 말을 이어본다. 그 궤적을 함께 되짚어보길 권한다. 누군가, 스무 해 남짓 홀로 써왔다. 한강은 여전히, 걷고 있다.
알고 있다. 이 소설들을 썼던 십이 년의 시간은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고, 이 모든 문장들을 적어가고 있었던 그토록 생생한 나 자신도 다시 만날 수 없다. 그 사실이 상실로 느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작별의 말이 아니어야 하고, 나는 계속 쓰면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니까.
―「작가의 말」(2018), 『노랑무늬영원』
찰나의 기척과 고요한 침묵을 뜨겁게 새겨 넣은
한강의 세번째 소설집,
『노랑무늬영원』
2002년 여름부터 일곱 달에 걸쳐 쓴 중편 「노랑무늬영원」 등, 12년 동안 쓰고 발표한 일곱 편의 작품이 묶인 한강의 세번째 소설집. 수십 번 계절이 바뀌는 동안 존재의 근원과 세계를 탐문하는 한강의 온 힘과 감각이 고통 속에 혹은 고통이 통과한 자취에 머무르는 사이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등의 장편들과 긴밀하게 연결되고 조응하는 중편과 단편들이 씌어졌고 그 자취가 고스란히 담겼다.
“무정하고 무기력한 자세만이 삶에 대해 내가 가진 유일한 방패”(「에우로파」)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노랑무늬영원』의 인물들에게, “어쩌면 그렇게 지치지 않지.” 묻는다면, 답할 뿐이다. “그렇지 않아. 지치지만 견디는 것뿐이야.”(「훈자」) “끈덕지고 뜨거운 그 질문들을 악물고 새벽까지 뒤척”(「회복하는 인간」)여보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재생의 의지와 생명력은 절망 속에서 더 뜨겁게 타오른다. “내 안에서는 가볼 수 있는 데까지 다 가봤어. 밖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길이 없었어. [……] 더 이상 장례식을 치르듯 살 수 없다는 걸 알았어.”(「에우로파」)
한강의 문장은 묵직한 아픔과 고통뿐 아니라 “한순간의 빛, 떨림, 들이마신 숨, 물의 정적”을 원고 위에 재현한다. 경험과 관념을 압도하는 작가의 직관은 물감이 올올이 종이의 결 속으로 스미듯 독자인 우리에게 전해질 것이다.
자명하고 태연한 일상, 그 일상이 틀림없이 도래할 것이라는 낮은 목소리는 고통에 붙박인 어떤 마음을 달래고 있다. [……] 겹으로서 삶을 넓히고, 삶의 세목들, 그 세세히 작은 것들에까지 곁을 주어보는 마음을 북돋는 것이 문학이 아닐까. 오늘 다시 노랑무늬영원!_조강석(문학평론가)
이 책은 죽음, 상실 속에서 고통과 치유, 회복의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 한강 작가님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준다. 표제작 '노랑무늬영원'은 사고로 삶의 큰 전환점을 맞은 주인공의 이야기로, 화가가 손을 잃은 후 무력감에 빠진 모습이 묘사되는데, 이를 통해 작가 특유의 인간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도마뱀과 함께하는 상징적인 '노랑'이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에우로파, 왼손 등 단편들 역시 각기 다른 인물들의 상처와 갈등을 다루며 우리 삶의 복잡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작가님의 시적이고 날카로운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읽는 내내 한강 작가님의 고요하고 깊은 감성을 가득 느낄 수 있었고,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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