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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54603317 |
|---|---|
| 쪽수 | 701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AI추천 이유
읽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열려 있는 이 소설은, 뼈대는 동아시아가 거쳐온 근대의 항적 속에서 짚어야 마땅할 것이나 내게는 심청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의 몸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15세에서 여든에 이르는 그 기록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그 "처절"과 "안타까움"이 마지막에 가 닿는 것은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희미하지만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미소"이다. 지극한 몸의 고통 뒤에 찾아든 "실컷 울고 난 사람의 그 미소", 이는 황석영이 아니면 가 닿지 못할 미소이기도 할 것이다.
- 신경숙(소설가)
또다시 태어나는 ‘여자’ 심청
효녀’ 심청이 아닌, 황석영의 ‘청이’는 처절하고 안타까운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 피와 살이 뜨거운 여자였다.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던 여자, 세상과 사람을 품을 줄 알았던 그 여자 심청은 몸으로 동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을 겪어냈던 여인이었다.
2003년 겨울, 황석영 선생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던 여인 ‘심청’은 사 년 만에 또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그런 그녀 심청을 만나야 할 시간이다.
『심청, 연꽃의 길』은 재미있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성이 아닌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려 하는 청이가 겪게 되는 사건들은 거장 황석영의 손에서 어떤 드라마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난다.
『심청, 연꽃의 길』은 아름답다. 소설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성애(性愛)의 묘사는 지극히 구체적이고 해부학적이지만 또한 그지없이 아름답기도 하다. 달빛이 내리비치는 거룻배 위에서 동유와 첫날밤을 치르는 장면은 더욱 그러하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맞추어 비파가 차르릉거리고, 한쪽에 대어진 작은 배 역시 물결 위에서 찰랑거린다. 호궁과 비파의 연주에, 너른 평원 위를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힘찬 폭포의 움직임에 비유되는 두 사람의 사랑의 장면은 그윽한 음악에 귀를 열어두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하다.
『심청』은 처절하고 안타까운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 한 여자의 일대기다.
은자 삼백냥에 중국 선상들에게 팔려갈 때가 열다섯. 아직 달거리도 시작되지 않은 어린 여자아이 "청"은 풍랑을 잠재우는 제물이 되어 굿을 치른 후 중국의 한 부잣집에 팔려간다. 황해 바다를 건너 중국 진장을 거쳐 그네가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난징. 중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렌화(연꽃)"라는 이름을 얻은 후 차 장사로 부자가 된 첸 대인의 어린 첩실로 팔려간 것이다. 첸 대인의 보약 노릇을 하던 청은, 첸 대인이 죽은 후 그 집 막내아들 구앙을 따라 그가 운영하는 진장의 기루(妓樓) "복락루"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청은 처음으로 자기의 의지로 자신의 몸을 판다. 그후 떠돌이 악사 동유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고 둘만의 혼례를 치른다. 복락루에서 도망친 두 사람은 만두집을 열어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고 싶어하지만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청이 다시 창녀가 되어 팔려간 곳이 타이완의 지룽 섬. 하룻밤에 열두세 명의 사내를 상대해야 하는 밑바닥 창녀의 삶이 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기녀들의 대모 격인 샹 부인을 만나고, 그녀 아래 들어가 일하던 청이는 영국인 제임스의 눈에 들어 그의 첩이 되어 싱가포르로 가게 된다. 이 년여 로터스라는 이름으로 살며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던 그녀는 제임스가 본국으로 들어가게 되자 지금의 오키나와인 류큐로 떠나게 된다. 제임스에게서 받은 얼마간의 전별금으로 류큐에서 요정 용궁(龍宮)을 열어 운영하던 중 렌카는(렌화의 일본식 이름) 오키나와의 우에즈(王子)인 가즈토시를 만나 그의 두번째 부인이 된다. 그의 아내로 살기를 몇 년. 사츠마 번의 정권이 바뀌면서 옥에 갇히게 된 남편 가즈토시를 만나러 나가사키로 갔던 렌카는 남편이 사사(賜死)되고 나자 그대로 나가사키에 정착, 요정 "렌카야(蓮花屋)"를 차리게 된다. 이곳에서 다시 기아보호소를 열어 아이들을 돌보던 렌카는 남편 가즈토시를 꼭 닮은 센신 스님을 만나게 되고, 그와 마지막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개화파였던 센신 스님 역시 자객의 칼에 죽음을 당하게 되고, 홀로 남은 렌카는 연화옥에 함께 있던 기리와 아라이를 데리고 제물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는다.
아무것도 모르던 열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는 여든의 노파가 돼 있었다. ‘연화 보살은 눈을 감고는 한 번 빙긋이 웃었다. 오물조물한 입이 조금 움직였을 뿐, 실컷 울고 난 사람의 웃음처럼 그건 아주 희미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두고 황씨는 스스로 흡족하다고 했다. “예전에 나는 불상의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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