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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54699389 |
|---|---|
| 쪽수 | 26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인간과 함께 계절을 순환하는 존재들이 선사하는
아름답고 느긋한 낙관의 에너지
네 개의 부로 구성된 이 산문집의 리듬은 계절의 느슨한 순환을 닮았다. 명확히 구획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풍경의 변화가 편편의 글 사이에서 감지된다.
1부 ‘여름 정원에서 만나면’에는 작가의 발코니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더위와 습한 대기를 통과하며 보여주는 혹독하고도 왕성한 성장기가 그려진다. 인위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식물들이 원하는 만큼 무성해지면서 자유분방한 성장을 즐기도록 하는 이 발코니에서는 김금희와 식물들 간의 꾸밈없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어쩌면 인간의 역할은 여름을 앓는 존재들을 지켜보며 함께 앓는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 역설적으로 안도감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생명에 대한 든든한 믿음을 안겨준다.
2부 ‘이별은 선선한 바람처럼’에는 가을바람과 함께 환기되는 상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산문이 묶였다. 작가가 반려견과 반려식물들을 떠나보낸 후 무너졌던 마음을 다독여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눈부시다. 하나의 식물이 지닌 삶의 무게를 헤아리고, 살아 있는 존재들이 보이는 변화의 기척에 경탄하며, 작가는 예비되어 있는 또다른 상실을 마주할 힘을 마련한다. 첫 산문집에서 소설로 다 할 수 없었던 내밀한 고백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김금희가 ‘나’에서 출발하는 글쓰기를 지나 식물을 경유하는 글쓰기를 통해 낯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내는 싱그러운 여정이 펼쳐진다.
3부 ‘겨울은 녹록하게’에는 성장을 잠시 멈추고 나중을 기약하며 거센 추위를 견딜 힘을 비축하는 식물들의 모습이 따스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생의 사이클 하나를 완주해낸 뒤, 한 해 동안 이루어낸 변화를 축하하고 남은 아쉬움을 뒤로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식물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식물이 보내는 신호를 기민하게 살피며 화분들에 더욱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때를 기다리는 작가의 모습에서는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을 향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4부 ‘그런 나무가 되었다’에는 긴 겨울의 끝에 당도한 봄날 다시금 몸을 꿈질거리기 시작하는 식물들의 밝은 기운이 담겼다. 김금희가 묘사하는 연둣빛 봄 풍경은 그 자체로 희망차다. 어느덧 연한 햇빛을 받으며 넘실거리는 나뭇잎들로 가득찬 창밖, 메말랐던 식물들이 가지에 조그맣게 핀 여린 잎으로 보내는 생존의 기척 등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어딘가 지난 계절들과는 달라진 듯하다. 4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깊은 숲을 응시하는 동안 아픈 감정들은 발화되는 대신 다시 내면으로 스며들고, 그 과정을 오롯이 느끼며 작가는 식물과 교류하는 동안 더욱 단단해진 자신을 확인한다.
부록 ‘식물 군상’은 김금희가 지금까지 만난 식물 중 30종을 추려 자신의 언어로 직접 소개하는 코너이다. 이름에 얽힌 사연, 특징적인 모습, 최적의 성장 환경, 기를 때 주의해야 할 점, 기르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의 종류 등 식물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가 작가 나름의 경험에 비추어 서술된다. 이제 막 식물을 가족으로 들인 독자에게는 실증적인 조언을, 식물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독자에게는 지극한 공감을 안겨준다.
『식물적 낙관』에 수록된 일러스트는 경북 상주로 귀촌해 자연이 지닌 안전한 색감을 포착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라킷키(Lakitki)의 작품이다. 그의 그림은 식물 본연의 편안한 모습에서 인간의 마음의 안녕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는 김금희의 글과 어우러져 이 책에 더욱 건강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펼치는 페이지마다 숨이 트이고 마음이 넓어지는 듯한 환한 풍경이 담긴 이 산문집은 식물과 함께하는 낙관적인 삶을 위한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기르는 즐거움 식물적 낙관, 김금희 소설가가 산문을 썼다. 소설가라는 바쁜 와중에 70여 개의 식물을 기르는 일을 한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식물에 대한 전문가적인 수준이다. 식물을 기른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돈, 필요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식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기에 따른 지식이 있어야 한다. 물을 많이 주어서 죽는 경우도 있다. 식물이나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생명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 마치 자식을 기르는 것과 똑같다. 아내는 다육식물을 장로님은 분재를 키운다. 나는 식물이고 동물이고 키우지 않는다. 잘 키워진 식물을 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식물을 키우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느낀다. 키우면서 그것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그래서 관상가(觀賞家)라고 한다. 헤르만 헤세가 정원을 돌보며 살았다. 그의 섬세한 책들이 식물을 돌보며 사는 감성과 연결된다. 이 책은 많은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상을 적어놓는다. 소설가답게 그의 문장은 유려하다. 그래서 독자는 쉽게 읽게 되는 가독성이 있다. “식물을 기를수록 알게 되는 것은 성장이란 생명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떠나는 제멋대로의(때론 달갑지 않은) 모험이라는 사실이다.” 문득 일상을 돌보고 싶어지는 가뿐한 전환의 감각 인간과 함께 계절을 순환하는 존재들이 선사하는 아름답고 느긋한 낙관의 에너지 식물을 돌보는 일이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일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내일이면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한 매일의 노력들이 없다면 우리 삶이 계속될 수는 없으리라. 이 건강한 힘을 이 책은 ‘식물적 낙관’이라 표현한다. 소설을 통해 누구보다 예민하게, 그러나 도저한 다정함으로 우리 삶을 살피던 김금희는 이 책에서 식물을 살피는 일이 어떻게 우리 삶에 대한 낙관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준다. 식물을 키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깊게 공감할 크고 작은 일들을 따라 읽다 보면, 당신은 때로 웃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을 낙관할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이다. _황인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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