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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76829399 |
|---|---|
| 쪽수 | 29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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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 이른바 ‘탈근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근대철학의 정점으로 불리는 『순수이성비판』을 다시 쓰고 칸트에게 호감을 가질 것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중세를 넘어 근대와 정면으로 대결하고자 했던 칸트의 문제의식과 해결 방식이 지금의 우리에게 충분히 의미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근대’란 푸코의 말을 빌리면 “계몽(enlightenment)을 문제삼는” 시기다. 계몽은 단어 뜻 그대로 빛을 비추는 행위, 즉 칸트의 표현대로 풀면 미성년의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신의 섭리가 모든 것을 결정해주던 중세의 암흑기를 지나 “신의 죽음”을 맞이한 근대인들은 자신에 대해 스스로 묻고 결정해야 했다. 중세인들은 물을 필요가 없던 질문을 근대인들은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던 것이다. 칸트는 근대인의 질문을 『순수이성비판』에서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②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③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이 가운데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쓰여진 것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이었다.
우리에겐 여전히 필요한 계몽의 빛
탈근대시대인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에겐 칸트가 제기했던 세 가지의 물음이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이고, 해야만 하는 것은 다른 이를 누르고 경쟁에 이기는 것, 희망하는 것은 10억의 돈이다. 이런 우리 삶 어디에서도 이성, ‘계몽’의 빛은 찾을 수 없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명확한 구분, 원칙으로 세운 것은 어떤 협박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지키는 것, 나의 삶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삶도 소중함을 느끼는 것……. 이는 우리의 이성이 그렇게 사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하고 있는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우리에겐 더 많은 계몽이 필요하다. 이 어둠을 벗어날 인간 이성의 빛을 다시 밝혀야 한다.
주위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정해놓은 길을 걸어갔던 칸트의 태도와 오직 인간 이성의 한계를 묻는 일에 전 생애를 걸었던 그의 삶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바로 그가 한 “네 자신의 이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는 말인지도 모른다. 미성년의 상태에서 벗어나 성숙하게 자기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는 것 말이다.
이 책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는 그런 점에서 칸트철학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우리가 너무 쉽게 ‘이성의 사용’을 포기하고 관습에 따라 행동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칸트를 넘어, 칸트와 함께!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의 저자는 3부에서 이른바 탈근대철학자들의 칸트에 대한 해석과 비판을 소개하고 있다. 칸트를 맹렬히 공격했던 니체부터 칸트의 시간관이 인간의 풍부한 시간경험을 경직되게 이해했다고 조단조단 말했던 베르그손, 칸트가 말했던 계몽의 미덕이 인간의 정신과 세계를 형편없이 축소함으로써 치명적 악덕을 범하고 과학적 합리화라는 새로운 신화에 빠져버리고 말았다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까지.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사유의 탄생을 보는 것과 더불어 칸트철학의 한계도 분명히 볼 수 있다(물론 칸트철학의 한계가 그의 철학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칸트를 비판하거나 그가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들의 비판 속에 내재한 새로운 사유의 탄생을 보여주려 이들의 비판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사유들과 더불어 칸트가 애초에 가졌던 근대의 기획, 어떤 신성불가침의 영역도 남겨두지 않고 행하려 했던 철저한 비판의 기획으로 돌아가서 계몽과 비판의 이상을 위한 인간 이성의 사용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우리의 삶을 위한 ‘새로운 철학’ ‘새로운 이성’ ‘새로운 자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