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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눌프(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 헤르만 헤세
  • 이노은
  • 민음사
  • 2004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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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88937461118
쪽수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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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독일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장편 소설. 1877년에 출생하여 1962년에 사망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는 평범하고 안정된 생활을 거부한 채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아 다니며 자연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사랑하는 방랑자 크눌프를 통해 구속, 탐욕, 집착, 등을 버린 인생에 대해 성찰한다.
19세기 말의 독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은 유려한 문체, 부드럽고 단순한 언어, 전원적인 풍경, 등으로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목 차]

초폼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종말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본 문]

이보게, 재단사 친구, 자넨 성경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어. 무엇이 진리인지, 인생이 본래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는 각자가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이지 결코 어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일세. 내 생각은 그렇네. 성경은 오래된 책이지. 옛날 사람들은 우리가 오늘날엔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 모르고 있었지.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성경 안에는 아주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거야, 진실한 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들어 있고 말야. 성경의 여기저기에서 난 꼭 아름다운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네. (37)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 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하나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 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79)

이 작은 세계는 그의 것이었고, 그가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속속들이 알고 사랑했던 세계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관목과 모든 정원이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지녔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었으며, 내리는 빗줄기와 눈송이도 그에게 말을 걸었었다. 이 세계에서는 공기와 대지가 그의 꿈과 희망 속에서 살면서 그들에게 응답하고 그 삶을 함께 호흡했었다. 크눌프는 생각했다. 아마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이 근방에서는 자신보다 이 모든 것들을 더 깊이 소유해 본 집 주인이나 정원 주인이 없을 것이라고. (119)

크눌프가 연신 고집을 부렸다.
"제가 열네 살이고 프란치스카가 절 버리고 떠나버렸던 그때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전 여전히 무언가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제 안의 무엇인가가 고장났던가 망가져버렸던 거죠. 그때부터 전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어요. 아뇨, 잘못은 단지 당신께서 제가 열네 살일 때 죽게 하지 않으셨다는 데 있어요! 그랬더라면 나의 삶은 잘 익은 사과처럼 아름답고 완전한 것이 되었을 겁니다." (130)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은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그래요"
크눌프가 말하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사실은 저도 항상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134) 

추천사

    천국에서의 책읽기 - 이희인 (『여행자의 독서』 저자)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는 방랑자 - 김탁환 (소설가. 『불멸의 이순신』, 『아름다운 것은 지키는 것이다』, 『참 좋았더라』 저자)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 유선경 

    고향을 떠나 새 고향을 찾는 방랑자 - 이현우 (서평가,『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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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헤르만 헤세
( 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페터 카멘친트』, 『수레바퀴 아래서』, 『인도에서』, 『크눌프』 등을 발표했다. 스위스 몬타뇰라로 이사한 1919년을 전후로 헤세는 개인적인 삶에서 커다란 위기를 겪고, 이로 인해 그의 작품 세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술과 여인, 그림을 사랑한 어느 열정적인 화가의 마지막 여름을 그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과『데미안』이 바로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헤세는 이 작품들과 더불어 소위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헤세가 그림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 무렵이며, 이후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헤세의 평생지기가 되었다. 그는 이어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에서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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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est
    • 2010.05.05

    크눌프. 고독한 방랑자... 크눌프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 나는 내내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책 <그후> 에 나오는 주인공 다이스케가 생각이 났다. 자신이 굳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하루하루를 자신의 서재에서 보내거나 가끔 돈을 받으러 큰집엘 간다거나 산책을 하는것이 그의 일과의 다이다. 물론 크눌프의 삶과 다이스케의 삶이 완전히 같다는 것은 아니다. 소세키 작가의 '다이스케'는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느정도 부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특별히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친구가 '자네는 왜 일을 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에도 다이스케는 담담하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일에 얽매이기는 싫다고. 살만한 형편이 되는데 왜 굳이 일을 해야 하냐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 이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는 전혀 부유하지가 않다. 그는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떠돌아다니면서, 친구들로부터 돈을 얻기도 하고, 또 잠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부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상 수염을 ?고, 옷을 깨끗이 입는 사람이었다. 세상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또 여러곳에서 친구를 만들며, 여자들로부터는 재미있는 말과, 많은 지식들. 깨끗한 행동거지. 등으로 인기가 좋다. 오래전의 자신이 방문했던 마을을 찾은 크눌프는 몇일동안 묵을 수 있게 부탁하기 위해 무두장이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때 크눌프는 몇주동안 병원에 있다가 갓 퇴원을 한 상태였다. 그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만에 크눌프를 본 무두장이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자신의 집에 묵을 것을 기분좋게 허락하게 된다. 남자건 여자건 크눌프를 어디서건 반갑게 맞이해준다. 그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뭐랄까...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다.. 무두장이는 자신의 아내를 소개했고, 무두장이 아내는 자신의 남편(거친일을 하는..)과 전혀 다른 크눌프에게 호감을 갖게 되지만, 크눌프는 그것을 알게 되면서, 몇일간만 그곳에 머물뿐. 곧 떠날 생각을 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 집에서 만난 하녀와의 만남. 그가 수염을 ?는 장면이나, 옷의 단추를 새로 다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렇게 무두장이의 집을 나서고,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발걸음을 하던 중 의사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그가 크눌프의 병을 눈치채고,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마부를 불러서 병원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하지만, 크눌프는 병원까지 가지 않고, 내려서 다시 그의 방랑을 또다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하느님과의 대화. 크눌프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일을 하지 않고 사는 삶. 크눌프..그리고 또 다른 다이스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보다가 가끔씩 이런 인물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숨통이 트여지는것 같다. 치열해지기만 한 사회에 이들의 이런 삶이 성공적인 삶보다 더 마음에 깊이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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