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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 이승우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03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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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88959134823
쪽수296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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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작품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 아니다.

사랑 자체를 해부한 소설이다

 

2017년 처음 출간되었던 이승우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가 10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었다. 이청준의 뒤를 잇는 한국 관념소설의 대가로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출간해온 이승우 작가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숙주로, ‘사랑’을 그에 기거하는 기생체로 상정하여 집필한 흥미로운 소설이다. 예상 외로 젊은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고, 사랑을 시작할 때 지침해야 할 ‘사랑의 해부학’으로도 유명해졌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젊은 독자들과 가까워지고, 격려와 응원을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박혜진 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사랑의 설렘보다 사랑의 손익부터 따져 보는 것이 기본값인 시대에 더욱 절실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목차

[목 차]

○ 추천사

○ 새로운 옷을 입히며

○ 작가의 말

 

1. 사랑의 생애

2. 사랑할 자격

3. 누군가의 귀

4. 모르는 사람

5. 사랑 - 사건

6. 허기에 대하여

7. 파스타라는 기호

8. 자기 이름 부르기

9. 사랑으로부터의 도피

10. 유일하고 불변하는 사랑에 대한 논쟁

11. 사랑을 위한 도피

12. 실연에 대한 해석

13. 사랑한다는 말

14. 키스와 사랑

15. 라이벌

16. 알리사의 세계

17. 말의 주술, 사랑의 주술

18. 구걸하는 자

19. 연인의 역할

20. 고아의 사랑

21. 넝쿨식물의 넝쿨

22. 기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23. 생존을 위한 사랑

24. 약함 - 끌림

25. 사랑을 믿지 못하다

26. 만진다는 것

27. ‘보고 싶다’는 말

28. 사랑과 우정

29. 질투 - 의심

30. 현미경으로 보는 일

31. 결투와 질투

32. 저승처럼 잔혹한

33. 두려움과 연민

34. 우월감

35. 사랑이 대체 뭐예요?

36. 앎과 함



[본 문]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춰서가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올 때 당신은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자격을 갖추고 있어서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와서 당신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사랑이 들어오기 전에는 누구나 사랑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어떤 사람도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총이나 구원이 그런 것처럼 사랑은 자격의 문제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p.16~17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p.35~36

 

조금 전 그녀에게 전화를 걸 때 그는 분명히 파스타를 먹고 싶어 했다. 그 순간에 그는 강렬한 식욕을 느꼈는데, 그가 먹고 싶은 음식은 구체적으로 파스타였다. 먹고 싶지 않은데도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속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파스타에 대한 자신의 그 식욕이 실제로는 구체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는데, 파스타의 어떤 맛이나 모양이나 재료가 떠오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파스타는 그녀를 지시하는 부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부르기 위해 파스타를 찾아냈다.

―p.51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겨냥한다. 더욱 겨냥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하는 사람은 하면서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p.135

 

불안이 연인의 몸을 향해 손을 뻗게 하고, 만져도 닿지 않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만지는 손길을 거칠어지게 하고, 멈추지 못하게 한다. 아무리 만져도 충분하지 않은 것은 안타까움 때문이고, 그럼에도 만지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중단했을 때 찾아올 존재의 불안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연인은 닿기 위해 만져야 하고, 닿지 않아도 만져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 애무는 이런 것이다. 에로틱한 것들은 실은 에로틱하지 않다. 에로틱하지 않고 안쓰럽다.

―p.206

 

잘 보이기 위해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는 점에서 우정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맺을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이상적인 관계이다. 보르헤스는, 사랑과는 달리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정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증명해야 할 불편한 의무(우정에는 없는)가 사랑에는 주어져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사랑을 증명할 의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의무를 당연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 그러나 긴장이 만든 뜨겁고 황홀한 감정이 불편함보다 크고 우월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고 한다. 긴장으로부터 말미암은 불편함이 부각되거나 그것을 감수하기가 부담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 이 관계는 어떤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p.216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

―p.232

추천사

    사랑에 대한 백 마디 말보다 사랑을 한번 해보는 것이 사랑을 알기엔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사랑을 한번 해보는 것보단 사랑에 무작정 빠져보는 것이 사랑을 앓기엔 더 확실한 방법이다. 앓기 전에 아는 것은 앓고 난 뒤 아는 것과 다르고, 그 차이는 전면적이다. 지금 당장 사랑을 알고 싶다면, 그러나 사랑에 빠질 용기는 없다면, 『사랑의 생애』가 그 경험이 되어 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꽤 아플 수 있다.

    『사랑의 생애』는 사랑에 대한 소설이 아니다. 사랑 자체를 해부한 소설이다. 이승우는 사색적이고 논증적인 문장으로 사랑을 인수분해한다.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랑은 사람을 통과하고 때로는 사람을 앞지르며 독립적인 생애를 살아간다. 그러나 흩어진 요소들은 다시 사랑이라는 깊은 운동 속으로 통합된다. 문학의 도착지가 재발견이라면 이 소설은 익숙한 사랑을 낯설게 비추는 서늘한 거울이다.

    순진하게 사랑을 말하기 어려워진 시대, 사랑의 설렘보다 사랑의 손익부터 따져 보는 것이 기본값인 시대에 『사랑의 생애』는 지금 더 절실한 소설이다.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을 골라 자기 생애 속으로 끌어들이듯 독자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독자를 골라 자기 운명 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생애』가 다시 우리를 부르고 있다.

    ―박혜진(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랑에 관한 탐사 보고서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날까?

사랑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의 세계적 문학상인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분의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격찬하기도 한 작가,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됐다.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어쩌면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과 속성, 그리고 그 위대한 위력을 성찰한다.

이승우는 ‘특별한 사람들의 별스러운 사랑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을 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을 탐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사랑에 관한 순간의 단상들을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온 작가의 기록들에서 탄생했는데, 그동안 이승우가 신과 인간, 구원과 초월, 원죄와 죄의식, 삶과 욕망과 부조리 등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에 천착해왔다면, 이번에는 인간에게 가장 내밀하고도 원초적인, 그러나 또 그만큼 낯설고도 모순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작가 특유의 문학적 현미경과 철학적 통찰력을 통해 집요하게 관찰되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되어 당혹하고 혼란스러워본 적 있는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유하도록 도와준다.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애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평범한 세 남녀의 삼각관계는 세 사람이 얽히고설키는 연애사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사랑의 한 생애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생애』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그들을 사랑하게 하는 사랑 자체이다.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해올 때는 거절했던 대학 후배 선희가 이 년 십 개월 만에 뒤늦게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 형배. 형배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감정 정리까지 끝냈는데 이제 와서 제멋대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형배가 당황스럽기만 한 선희. 공적인 관계였을 뿐인데 우연히 형배 대역으로 선희의 등단 축하 자리에 동석해주고 선희의 주문에 따라 “사랑해요, 나도”라고 말했다가 정말로 선희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영석.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 그때 그 순간 하필, 선희가 먼저 형배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형배가 뒤늦게 선희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지만, 선희는 이제 영석을 사랑하게 됐을까?

작가는 전부 사랑이 시킨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주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사랑이 문득 들어와 자기 생을 시작하면서 그 사람에게 사랑하라는 자격을 부여하면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사랑을 겪는 것이다. 그 사랑이 사랑의 숙주가 된 우리를 움직여, 연애의 황홀한 기쁨부터 저승처럼 잔혹한 질투를 거쳐 이별의 괴로운 상처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기 마련인 사랑의 신비롭고도 역설적인 속성들을 차례로 경험하게 만든다. 사랑의 선택적인, 그러나 무작위적인 개입으로 사랑하게 된 연인의 비논리적인 감정과 심리를 치밀한 논리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리가 왜 사랑하기 전의 자신과 그토록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 증명한다. 그리고 사람이 도저히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랑에 관한 탐사 보고서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날까?

사랑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의 세계적 문학상인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분의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격찬하기도 한 작가, 이승우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됐다.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어쩌면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과 속성, 그리고 그 위대한 위력을 성찰한다.

이승우는 ‘특별한 사람들의 별스러운 사랑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을 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을 탐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사랑에 관한 순간의 단상들을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온 작가의 기록들에서 탄생했는데, 그동안 이승우가 신과 인간, 구원과 초월, 원죄와 죄의식, 삶과 욕망과 부조리 등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에 천착해왔다면, 이번에는 인간에게 가장 내밀하고도 원초적인, 그러나 또 그만큼 낯설고도 모순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작가 특유의 문학적 현미경과 철학적 통찰력을 통해 집요하게 관찰되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되어 당혹하고 혼란스러워본 적 있는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유하도록 도와준다.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애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평범한 세 남녀의 삼각관계는 세 사람이 얽히고설키는 연애사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사랑의 한 생애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생애』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그들을 사랑하게 하는 사랑 자체이다.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해올 때는 거절했던 대학 후배 선희가 이 년 십 개월 만에 뒤늦게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 형배. 형배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감정 정리까지 끝냈는데 이제 와서 제멋대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형배가 당황스럽기만 한 선희. 공적인 관계였을 뿐인데 우연히 형배 대역으로 선희의 등단 축하 자리에 동석해주고 선희의 주문에 따라 “사랑해요, 나도”라고 말했다가 정말로 선희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영석.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 그때 그 순간 하필, 선희가 먼저 형배를 사랑하기 시작하고, 형배가 뒤늦게 선희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지만, 선희는 이제 영석을 사랑하게 됐을까?

작가는 전부 사랑이 시킨 짓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주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사랑이 문득 들어와 자기 생을 시작하면서 그 사람에게 사랑하라는 자격을 부여하면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속수무책으로 사랑을 겪는 것이다. 그 사랑이 사랑의 숙주가 된 우리를 움직여, 연애의 황홀한 기쁨부터 저승처럼 잔혹한 질투를 거쳐 이별의 괴로운 상처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기 마련인 사랑의 신비롭고도 역설적인 속성들을 차례로 경험하게 만든다. 사랑의 선택적인, 그러나 무작위적인 개입으로 사랑하게 된 연인의 비논리적인 감정과 심리를 치밀한 논리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리가 왜 사랑하기 전의 자신과 그토록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 증명한다. 그리고 사람이 도저히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랑이, 대체 뭐예요?”

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을 위해

가장 통속적인 삼각관계가 보여주는 우리 사랑의 문학적 해부학

 

선희를 꼭짓점으로 ‘카프카’처럼 사랑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지닌 형배와 ‘오셀로’처럼 질투하는 영석이 이루는 삼각관계 외에, 『사랑의 생애』에는 키스하고 싶은 자칭 자유연애주의자, 타칭 바람둥이인 준호와, 결혼을 내세워 키스를 거부하는 ‘『좁은 문』의 알리사’ 같은 민영 커플도 등장한다. 사람의 매력이 다 다르므로 사랑은 유일할 수도 영원할 수도 없다고 믿는 준호는 결혼은 사랑과 무관하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영원불변하는 사랑의 신화가 보호하는 제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민영은 사람의 감정이나 감각도, 거기에 의지하는 남녀의 사랑도 불완전하고 변덕스러우며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완전하게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의지라고 반박한다. 키스를 두고 준호와 민영이 팽팽하게 벌이는 논쟁은 사랑과 결혼, 연애와 키스와 쾌락에 대해 서로 다른 시선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사랑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 다른 듯하지만 비슷하고, 또 비슷한 듯하지만 다 다르다. 작가가 적절한 배율로 조절한 현미경의 렌즈 속에서 다섯 연인들도 각자 다른 약점과 열등감을 가지고 다른 모습의 사랑을 한다. 그러나 그 배율을 좀 더 높이면 그들의 내부에서 자기 생애를 시작한 사랑 자체가 보이고, 사랑의 이면 때문에 불가항력적으로 휘둘리고 놀라워하고 욕망하고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결국 질문 하나가 남는다. “사랑이, 대체 뭐예요?”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 소개
저자 : 이승우
    이승우
    195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수학했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중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1993년 장편소설 『생의 이면』으로 대산문학상을, 2002년 소설집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동서문학상을, 2007년 단편소설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년 단편소설 「칼」로 황순원문학상을, 2013년 장편소설 『지상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그 밖에 장편소설로 『에리직톤의 초상』, 『독』, 『식물들의 사생활』, 『한낮의 시선』, 『그곳이 어디든』,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태초에 유혹이 있었다』 등이 있으며 소설집으로 『신중한 사람』, 『일식에 대하여』, 『오래된 일기』, 『구평목 씨의 바퀴벌레』, 『심인광고』,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목련 공원』,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 다수가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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