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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54650946 |
|---|---|
| 쪽수 | 243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AI추천 이유
어떤 사람은 레시피를 읽고
어떤 사람은 마음을 읽는 책
부엌일 젬병이었던 인문학자가 부엌에서 홀로 서기를 한다. 병석에 있는 아내는 이제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나마 입에 대는 거라곤 남편이 마음을 다해 만든 요리뿐. 고통과 아픔 대신,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짧은 기쁨의 순간을 붙잡아두기 위해 쓴 남편의 부엌 일기. 조리 과정만 담담히 적어놓은 일기에 왜 가슴이 자꾸만 먹먹해지는 걸까?
요리책 같으면서도 요리책이 아닌, 음식을 말하지만 음식만은 아닌
암 투병중인 아내가, 부엌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남편에게 요리를 부탁한다. 아내는 병이 깊어 어떤 음식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남편이 마음을 다해 만든 음식만 겨우 입에 댈 뿐이다. 남편은 독서와 글쓰기가 직업인 책상물림, 요리라고는 라면을 끓여본 것이 거의 전부였던 사람이다. 그에게 부엌은 커다란 도전이다. 조리대 앞에 설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이미 해본 요리도 다시 하려면 헛갈리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빠뜨리기 일쑤다. 모든 것을 글로 배운 사람답게 그래서 시작한 메모, 그 메모가 자라서 요리책 같으면서도 요리책이 아닌 문학적인 에세이가 되었다. 언뜻 보면 조리 과정만을 담담히 기록한 레시피 모음 같고, 다음에 하지 말아야 할 실수의 비망록 같은데도, 읽는 이는 수시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저자가 감추려고 애쓰는 힘든 사연이 조금씩 비쳐 보이기 때문이다.
우아한 문장에 담긴 일상 음식 60여 가지의 레시피와 ‘요리하는 마음’
그는 자신을 위한 음식은 대충 건너뛰고 말지라도 아내를 위한 요리에는 언제나 정성을 쏟는다. 처음에는 콩나물국이나 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해내고 뿌듯해하는 게 보이지만 어느덧 칼질에 자신이 붙어 아귀찜, 해삼탕 같은 고난도 요리까지 해낸다. 물론 아귀찜의 콩나물은 아삭하지 않고 해삼탕은 아무래도 류산슬을 좀 닮은 것 같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메뉴 자체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집에서 늘 먹는 밥과 반찬이지만 만들고 먹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드라마가 늘 특별하다. 그런 요리가 60여 가지. 조리 방법과 과정을 자상히 그리고 있어 ‘오늘 뭐 먹지?’ 할 때 힌트를 얻거나 조리 참고서로 삼아도 무방할 정도지만, 요리 설명도 문학적으로 읽게 만드는 우아한 문장에 실린 ‘요리하는 마음’이 언제나 더 크게 와 닿는다.
아픔이 아닌, 음식을 통해 만드는 짧은 기쁨의 순간들
저자가 조리 과정을 설명하면서 가장 자주 쓰는 단어는 ‘간단하다’이다. 읽어보면 실제로 간단한 것은 아니다. 가령, 20여 가지의 채소를 일일이 손질해 세 시간 이상 곤 채소 수프를 주자 아내가 뭘로 만들었느냐고 묻는데 그때도 그는 “간단해”라고 대답한다. 아마도 버거운 일을 가볍게 만들고 싶어 스스로 거는 주문, 일종의 허풍이나 농담이리라. 그래서 더 애틋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저자는 슬픔을 감춘 채 우스개를 늘어놓기도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먹는 순간에 아주 잠깐 떠오르는 기쁨을 밝게 그려내려 애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말한다. “암 투병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의 순간을 길게 늘이고 싶었다.” 독자가 슬픔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힘을 전해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슬픔
힘든 투병과 간병 과정을 거의 말하지 않고 슬픔도 전혀 내색하지 않지만 아픔과 슬픔이 저절로 배어나오는 것까지 어쩌지는 못한다. 아내에게 남겨진 시간은 길지 않다.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이면 뭐든 만들어주고 싶지만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불시에 위기의 순간이 오고 응급실에 실려 가느라 완성된 음식을 맛보지 못하거나 요리 자체가 중단되기도 한다. 만들다 말다 해서 저자가 ‘뛰엄뛰엄 탕수육’이라고 이름을 붙인 요리는 아내가 먹고 싶어했고 자신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했지만 결국 만들다 만 상태로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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