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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9271206 |
|---|---|
| 쪽수 | 316쪽 |
| 크기 | B6(127mm X 188mm, 사륙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외국소설
AI추천 이유
러시아 산문의 시작을 알리다
러시아 작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 푸시킨
푸시킨은 혹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를 쓴 시인 아닌가 생각했다면 맞다. 『대위의 딸』은 바로 그 시인이 쓴 소설이다. 푸시킨은 어린 시절 러시아 왕립 리체이 귀족학교에서부터 당대 최고의 시인 가브릴라 데르자빈에게 격찬을 받았을 만큼 타고난 시인이었다. 러시아 시문학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시인 푸시킨은 오히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에 운문 형식의 한계를 느끼고 당시까지 러시아에서 일반화되지 않았던 장르인 산문을 써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완결지은 단 하나의 장편소설인 『대위의 딸』은 이후 일어난 위대한 러시아 리얼리즘 산문 전통의 효시가 되었다.
『대위의 딸』은 19세기 초에 나온 소설이지만, 요즘 러시아의 젊은이들도 시대의 격차를 느끼지 않고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인 언어감각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푸시킨이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쓰고 말하는 언어를 작품 속에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푸시킨은 고전주의 규범에 따라 미사여구의 문어로 창작되곤 하던 작풍을 탈피해 실제 사람들이 말하고 듣는 구어를 작품 속에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전의 낭만주의 문학을 벗어나 당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옮겨내는 리얼리즘 문학을 러시아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두고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고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모두 푸시킨을 위대한 작가이자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위험한 시인의 가장 위험한 정치소설
유시민이 극찬한 러시아 소설의 전형.
푸시킨은 러시아의 전제정치와 농노제를 격정적으로 공격하며 자유를 찬미했던 시가 발각되면서 제정 러시아의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푸시킨의 시와 사상에 공감한 청년 장교들이 데카브리스트 혁명(1825)을 일으킨 이후에는 당시 차르였던 니콜라이 1세가 직접 그의 모든 작품을 검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황제와 비밀경찰의 가장 집요한 검열과 감시 속에서도 이 대담한 작가는 교묘한 방식으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대위의 딸』은 겉으로 보기에는 신임 청년 장교의 성장과 모험, 사랑과 그 결실이라는 큰 줄기를 따르고 있지만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요소들을 비교해보면 (지배권력의 입장에서는) 불온하기 그지없다. 허세와 비리에 물든 러시아 귀족사회를 그려내는가 하면, 능력 없고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장성들과 허술한 군 체계를 꼬집기도 하고, 급기야는 민중봉기의 수장 푸가초프의 인격과 카리스마를 여제 예카테리나 2세의 그것과 동일한 수준에 놓기도 한다. 유쾌한 서술과 애틋한 사랑 이야기 속에 부패한 러시아를 공격하는 날선 비판을 숨겨 놓은 푸시킨의 솜씨는 억압적인 독재 권력하에서 작가의 자유에 대한 의지와 저항의 방식을 엿보이게 한다. 이를 두고 유시민은 “나는 이 소설을 읽고 푸시킨 추종자가 되었다”며 “밝고 유쾌하고 따뜻한 서술 뒤에서 전제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휴머니즘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는,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이라고 평했다.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
『대위의 딸』의 제사(題詞)는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라는 격언이다. 본문을 구성하는 14개의 장마다 그 장의 내용을 함축하는 제사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 푸시킨은 이 작품의 전체 내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저 문구를 골랐다고 짐작할 수 있다. 미상불 『대위의 딸』은 단적으로 말해 작중 화자이자 주인공인 그리뇨프의 성장담이며, 그리뇨프의 성장은 명예를 지키는 것을 동기이자 과정으로 삼는다. 그리뇨프는 모욕당한 연인 마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시바브린과 결투를 하고, 교수대를 눈앞에 두고서도 황가에 충성을 맹세한 자신과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푸가초프에게 투항하지 않는다. 이후 그리뇨프는 시바브린에게 감금된 마샤를 구해내기 위해 황제군을 벗어나 홀로 적의 영토에 몸을 던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봉기가 가져온 러시아 전역의 황폐화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도하며 푸가초프의 방식은 틀렸다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과의 인연 속에서, 그리고 러시아를 휩쓴 민중봉기라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아가고 지켜나가는 그리뇨프의 모습은 과연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다’는 말이 어울린다. 무엇보다도 푸시킨이 이야기하는 명예의 본질이 ‘고통받는 인간을 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푸시킨의 휴머니즘을, 그리고 『대위의 딸』이 왜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대위의 딸』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시킨은 자신과 아내를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했고, 이때 입은 총상으로 인해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대위의 딸』의 제사가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라.”임을 다시금 떠올리면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푸시킨의 삶이 그의 문학과 얼마나 합치되는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된다.
유려한 번역과 역자노트로 만나는 새로운 『대위의 딸』
『대위의 딸』에는 18세기 후반 부패한 제정 러시아와 그로 인해 도탄에 빠진 민초들의 삶, 그리고 꿈틀거리던 혁명의 기운이 청년 장교 그리뇨프의 흥미진진한 사랑과 모험 이야기 속에 간결한 문체로 담겨 있다. 그 자체로도 물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러시아 문학사적인 의미에서도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위대한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
이번에 새움에서 출간되는 『대위의 딸』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고리키 세계문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 교육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교과서에도 실린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암 병동』 등을 옮긴 역자 이영의가 번역을 맡았다. 러시아 아카데미에서 출간한 푸시킨 전집을 저본으로 삼아 원문을 충실하게 옮기면서도 잘 읽히는 우리말 문장으로 번역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리고 『대위의 딸』이 갖는 문학사적인 의미와 역사적인 배경을 비롯해 작가 푸시킨의 문학과 삶을 해설한 ‘역자노트’를 붙였으므로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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