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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이매진의 시선 19)

  • 안예슬
  • 이매진
  • 2023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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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55311424
쪽수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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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역사 >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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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지금 대화하는 사람이 없나요?”

실업, 우울증, 퇴사, 섭식 장애, 불안정 노동, 중독
모두 다른 고립의 기억, 계속되는 은둔의 오늘
여성이고 청년이라 겪는 고립, 복귀, 은둔, 지원의 제자리걸음
고립 청년 당사자가 만난 여성 고립 청년들 이야기

목차

[목 차]

프롤로그 말 빌리기

1부 고립
고립의 반복
문 닫은 김밥집 앞에서
투룸에 거실 별도
말티즈와 미니핀
말이 산으로 간다
고양이의 하루
에스엔에스
진료와 상담
감염, 그리고 퇴사
아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

2부 기억
전환
기억나지 않는다
중독 - ‘고작’과 ‘이만큼’ 사이
가족의 무게
안과 밖
아버지라는 우물
모두 다른 고립
장례식
소속된다는 것

3부 관계
일 - 일터 밖의 일터
위치 - 내가 서 있는 자리
친구 - 가능성의 세계
동료 - 신뢰의 시작
자매 - 가장 진한 연대
애인 -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결혼 - 안정과 ‘정상’을 향한
공감 - 들어주기와 드러나기
한계 - 정책과 여성 청년
버티기 - 시간을 견디기 위해

에필로그 말하기를 마치며

[본 문]

25쪽 ‘시야가 좁았기 때문’에 고립을 겪는다고 생각하는 성현은 새로운 일을 찾거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등 행동을 변화시켜 고립을 예방하려 한다. 그렇지만 고립이 온전히 개인 탓일 리 없다. 성현이 고립으로 접어든 과정은 복잡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성현이 겪은 고립에는 아버지가 휘두르는 가정 폭력 때문에 생겨나는 무력감과 진로 이행에서 겪는 어려움이 복잡하게 엮여 있다.

50~51쪽 고립의 기준을 임금 노동으로 보면 이 시기에 성현은 고립 청년이 아니었다. 또한 나는 정기적인 외출과 일이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예상했지만, 성현은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외출하고 돈을 벌면서도 일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시적인 일, 내 진로에 연관되지 않는 일은 그저 알바일 뿐 고립감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희도 비슷한 말을 했다.
62쪽 이미 운영하는 정책을 활용해 이룸을 도우려 하던 나는 결국 그런 개인적 선의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0년대부터 청년 활동과 관련 정책이 활발해지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미취업 청년, 비진학 청년, 경계선 지능 청년, 은둔 청년 같은 다양한 정체성이 서서히 등장했다. 이런 존재들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뿐 아니라 사회와 공공을 향해 자기들을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하고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86쪽 청년 고립을 이야기할 때는 여성 청년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여성 청년의 우울 발병률과 고립을 연결해서 설명하는 자료도 드물다. 청년 고립이라는 주제가 떠오르기 전에는 중년 남성과 노년 남성 고립에 관심이 집중됐다. 자기 돌봄과 상호 돌봄에 취약해 고립사 문제가 심각해진 탓이었다. 청년 고립이라는 주제가 등장한 뒤에는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성 청년’이라는 이미지가 청년 고립을 대표한다.

100쪽 자살하는 여성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를 살펴보니 자기에게 닥친 불행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드러났다. 또한 심각한 고민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맞닥트린 여성 청년은 일기 쓰기나 산책 같은 개인적 노력을 먼저 한 뒤 견디기 어려운 정도로 힘들어질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등 여전히 ‘개인적’ 해결을 우선했다. 내가 만난 여성 고립 청년들도 가족 간 갈등이나 안정된 일 경험이 부재한 상황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자기가 겪은 고립을 타인이 저지른 잘못이나 사회적 불합리 탓으로 온전히 돌리지는 않았다.

155쪽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일자리에 진입하는 모든 청년에게 작용하는 요소이지만, 안정된 일자리에 진입하는 통로가 좁은 여성 청년은 가족 배경이 미치는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고립 청년이나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면 상상되는 획일한 모습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모두 다른 모습이다. 누구는 가족하고 함께 살아도 고립되고 누구는 혼자 살아서 고립된다. 누구나 어떤 이유에서건, 또는 특별한 계기 없이 고립될 수 있다. 다만 배경이 많은 이에게 고립을 벗어날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질 뿐이다.

207쪽 정규직 일자리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들은 감정 노동을 해야 하는 직종에 들어가는 사례가 많다. 주로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일자리는 노동법의 빈틈과 모호한 지침의 경계를 가뿐히 지르밟는다. 정규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성별에 따른 직종 분리와 임금 격차가 견고하다.

236쪽 여성 청년이 사회에서 떠맡은, 또는 사회에서 여성 청년에게 허락한 ‘들어주는’ 자리는 이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경제적 이득도 없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다.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해야)하는 사고 체계와 부정적 기억마저 제 탓으로 돌리고 마는 습관은 정치와 공공이 펼치지 않는 책 뒷면에 놓여 있다. 섭식 장애, 우울, 자살, 빈곤, 폭력, 고립에 관한 이야기가 조심스레 한 줄 한 줄 쓰이고, 허약한 가족 배경과 부족한 안정된 일자리가 여백을 채운다. 고립을 견디는 과정은 개인적이지만 고립에 접어드는 과정은 너무나 사회적이다.

출판사 서평

‘눕삶’의 기억과 고립의 기록 - 여성 고립 청년이 들려주는 여성 고립 청년 이야기
비경제 활동 인구 중 ‘쉬었음’이라고 답한 20대 38만 4000명(2023년 8월 기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6개월 넘게 사회에서 고립돼 집에만 머문 ‘고립 청년’ 53만 8000명(2021년 기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집 밖에 안 나가고 누워만 지내는 청년들이 있다. 일본은 ‘히키코모리’를 경계하고, 중국은 ‘탕핑족’을 염려하고, 한국은 고립 청년을 찾기 시작한다. 진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정상 경로를 이탈해 누워서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청년들, 특히 여성 고립 청년들은 젠더 차별과 무한 경쟁, 사회적 배제에 겹겹으로 둘러싸인 채 사회적 죽음을 넘어 물리적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만 33세가 될 때까지 고립을 두 번 겪은 저자 안예슬은 고립 청년 지원 기관에서 일한 고립 청년 당사자다. 고립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할 때는 자기처럼 직장 다니고 가족 있는 대학원생 연구자도 고립 청년이 될 줄은 몰랐다. 고립 청년이 된 뒤에야 누구나 번아웃을 겪거나 무기력하게 고립될 수 있으며 고립을 벗어나려면 사회적 관계와 적절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 마음으로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를 썼다. 실업, 우울증, 퇴사, 빈곤, 섭식 장애, 불안정 노동, 중독, 자살 충동까지 직접 경험한 ‘눕삶’의 기억과 여성 고립 청년 10명이 들려준 고립의 기록을 엮어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고,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 경로’에서 이탈한 여성 고립 청년들의 무기력한 삶 속에 숨겨진 다양한 서사로 여백을 채웠다. 또한 ‘고립을 구성하는 5대 요소’라는 도식을 통해 개인적 고립을 사회적으로 해결할 실마리를 제안했다. 고립을 견디는 시간은 개인적이지만 고립에 접어드는 과정은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억압과 불안정 노동을 넘어 - 모두 다른 고립의 말로 모습을 드러내는 여성 청년‘들’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고립 청년이라는 유령이.” 청년 고립은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성 청년’으로 대표된다. 저자가 퇴사 전 참여한 고립 청년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겪은 나와 우리의 고립 경험은 보이지 않는다. ‘20대 여성’은 ‘20대 여자 대학생’으로, ‘30대 여성’은 ‘기혼 여성’으로 치환된다. 메마른 숫자 속 유령처럼 감춰진 20~30대 비혼 여성 고립 청년은 어떻게 무기력한 일상을 견딜까. 저자는 이 질문을 붙든 채 기억하고 기록한다.
여성 고립 청년을 연구하는 ‘나의 고립’은 다른 듯 닮은 ‘우리의 고립 이야기’로 넓어지고 깊어진다. 분절적 고립은 반복되는 실업과 불안정 노동, 관계의 공백이 겹치며 일상적 고립이 된다. 고립된 채 혼자 대충 먹는 밥은 섭식 장애로 이어지기 쉽고 자기 돌봄은 불가능해진다. 반려동물 산책 아르바이트를 구하지만 일시적인 불안정 노동은 무기력한 일상을 바꾸지 못한다. 말할 상대가 사라지면 소통하는 법을 잊고 사회성 없는 사람이 된다. 일상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눌 친구나 동료가 필요하지만, 내 옆에 살아 있는 존재는 고양이뿐이다. 에스엔에스와 유튜브에 기대어 관계를 잇고 긍정을 내면화하려 하지만 중독 위험만 커질 뿐이다. 맨몸으로 시간을 버티다가 상담받고 약 먹어 위기를 벗어난다.
일, 공감, 사회적 관계는 고립을 극복하는 출발점이지만, 여성 고립 청년의 일상은 가부장적 억압과 성차별, 무한 경쟁과 불안정 노동으로 가득하다. 신자유주의 자기 계발과 결혼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지만, 심리 상담이나 일기 쓰기, 산책 같은 개인적 방식을 흔히 앞세운다. 가족 간 갈등이나 안정된 일 경험 부재 등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개인적 불운이나 능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자기가 겪는 고립을 사회적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침윤되고 젠더 차별을 내면화한 이런 모습은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을 늦춰 우울증이나 자살이 증가하는 데 한몫한다.
고립 양상이 무척 다양한 만큼 고립을 벗어날 방법 또한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도식 ‘고립을 구성하는 5대 요소’를 제시해 여성 고립 청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삶의 구성 요소를 정리한다.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 직업적 안정성 또는 소득, 나이, 학력, 지지 관계’ 등 5대 요소를 활용하면 고립 당사자나 관련 기관은 고립이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거나 고립을 벗어나는 데 필요한 지원 목록을 작성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알려드릴 일이 있어 기다렸어요” - 시간을 견디고 고립에 저항할 방법을 찾아
자정 즈음 귀가한 저자에게 얼굴만 아는 옆집 사람이 말을 건다. 낯선 남자 침입 사건을 알려주려 기다린 그이는 그 순간 옆집 사람에서 이웃이 된다. 저자는 이렇게 고립의 시간을 버티고 무기력한 일상에 저항할 방법을 찾는다. 관계 유지하기와 관계 만들기, 정책 이용하기, 일상 만들기, 일하기와 대화하기다. 쓸 만한 자원은 뭐든 챙기고 필요한 도움은 모두 받아 고립의 시간을 버티라는 말이다. 이불 뒤집어쓴 ‘눕삶’ 속에서도 쉬는 날 정해 신나게 쉬기, 가벼운 만남과 맥락 없는 대화 갖기, 유튜브 끄고 나만의 루틴 만들기, 연결감 느낄 느슨한 관계 만들기, 상처받은 마음 돌보는 데 도움 될 정책 이용하기 같은 지침은 덤이다. ‘고립을 벗어나는 방법’이 아니라 ‘고립의 시간을 버티는 방법’이고 ‘사회와 사람에 나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버티기’와 ‘연결’만이 고립에서 나를 구할 수 있다고 여성 고립 청년들은 이야기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안예슬
    안예슬
    대학에서 경제학을, 대학원에서 실천여성학을 전공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고립 청년이라는 주제를 처음 접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여성 고립 청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퇴사한 뒤 그때 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고립 청년 문제를 다룬 석사 논문을 썼고, 지금은 고립 청년에 관한 연구와 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아직 많은 시간을 누워서 보내지만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정책위원’이라는 명함은 가지고 있다. 중소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과 나누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기회만 되면 가방을 꾸려 여러 지역을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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