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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음식의 과학 - 인류를 구한 미생물의 놀라운 역사
- 크리스틴 바움가르투버
- 정혜윤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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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54695824 |
|---|---|
| 쪽수 | 28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자연/과학 > 과학일반
AI추천 이유

와인과 맥주:
프랑스 와인을 구한 파스퇴르가 미생물학에 기여한 공
우선 뭘 좀 마시면서 얘길 해야지. 책은 술로 시작한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없으면 안 되는 술. 맥주와 와인 등 양조주를 만들며 인류는 과학에서도 많은 진보를 이루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루이 파스퇴르의 미생물학이다. 파스퇴르는 조국을 사랑했다. 유럽 각국으로 수출되던 프랑스 와인이 자꾸 상해서 프랑스의 품격을 떨어뜨리자 1863년 나폴레옹 3세는 와인이 상하는 원인을 조사해달라고 그에게 부탁했다. 당시 놀랍게도 사람들은 발효가 ‘부패’에서 발생한다고 믿었지만 파스퇴르가 와인을 가열하는 실험을 해보니 발효는 명백한 생식의 과정이었다. 그는 같은 원료라도 어떤 미생물이 첨가되느냐에 따라 다른 발효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이를테면 효모는 알코올 발효에, 젖산균은 젖산 발효에 관여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는 알코올 발효를 연구하다 미생물학의 대가가 되었고 인류는 발효, 박테리아 감염, 질병 예방법까지 알게 됐다.
이어 파스퇴르의 아이디어를 맥주에 접목한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 결과 맥주 양조업에도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났다. 술도 구하고 과학도 구한 셈이다.
발효 채소:
사워크라우트와 김치의 마법
1768년, 탐험가이자 영국의 해군 선장이었던 제임스 쿡은 항해를 앞두고 선원 전원에게 매주 사워크라우트를 900그램씩 반드시 먹도록 명령했다. 선원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독일 음식인 사워크라우트가 그들에게는 생경한 음식이었던 탓이다. 선원들이 순순히 명령에 따른 것은, 성장을 한 장교들이 누가 보아도 맛있게 그걸 먹는 모습을 본 뒤부터였다. 생김새가 전혀 구미에 당기지 않았던 음식에 대한 태도가 그제야 바뀌었다. 심지어 그들은 나중에는 사워크라우트를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식”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쿡이 선원들에게 사워크라우트를 먹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삭힌 양배추 한 접시를 먹으면 150그램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셈이었다. 1519년, 포르투갈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배 세 척과 선원 이백 명을 이끌고 항해에 나섰다. 그러나 3년에 걸친 세계 일주를 끝냈을 때 고향으로 돌아온 건 달랑 배 한 척과 선원 18명뿐이었다. 선원 대부분이 괴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탓이었다. 비타민 풍부하고 저장성 좋은 사워크라우트는 목숨을 구한 발효 음식이다.
미국인인 저자는 한국의 김치도 언급하며 만들고 보관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빵, 치즈, 요구르트:
발효 음식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와 기원
빵 만드는 일은 세상 고된 노동이었다. 이집트인은 점점 늘어가는 인구를 먹이는 데 최초로 발효를 활용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겉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밀 품종을 키웠고, 그 가루를 발효시키면 서로 끈끈하게 뭉쳐졌다. 하지만 이 단계까지 거치려면 고된 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빵은 고된 노동을 뜻하는 말로 쓰일 때가 많았다. 곡물 빻는 일은 여성, 노예, 포로가 했다.
고된 노동은 흔적을 남겼다. 이 시기 출토된 유골을 보면 오랫동안 웅크리고 앉아 이 일을 하느라 다리뼈가 구부러진 흔적이 남아 있다. 반죽을 치대는 데도 엄청난 신체적 노력이 요구됐다. 기원전 1155년에 죽은 람세스 3세의 무덤에서 나온 부조에는 긴 막대기를 짚고 발로 반죽을 밟아 치대는 두 남자의 모습이 들어가 있다.
푸른곰팡이 치즈는 양치기의 사랑에서 발견됐다. 로크포르roquefort 치즈다(이 치즈는 지금도 양치기의 동굴에서 만들고, 많은 이들이 그 맛을 좋아한다).
남프랑스의 어느 양치기는 어느 날, 언제나처럼 동굴에서 낮잠을 즐기다 눈을 떴는데 어여쁜 양치기 소녀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양치기는 소녀를 헐레벌떡 쫓아가느라, 점심으로 먹다 남겨둔 치즈 샌드위치를 깜빡하고 동굴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한참 지나 돌아와보니 샌드위치 빵에 곰팡이가 펴 있었다.
양치기는 빵은 그 자리에서 버렸지만 혹시 안에 든 치즈는 괜찮을까 싶어 맛을 보았다. 먹어보니 처음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마을로 돌아온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의 친구들과 이웃들은 자기네 치즈 샌드위치를 동굴로 가져가 놓아두고는 같은 마법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놀랍게도 양치기의 말은 사실이었다. 동굴 흙에는 나중에 페니실륨 로퀘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라고 알려지는 균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었는데, 이 흙에 빵이 오염되면서 그 사이에 끼운 치즈에까지 균이 옮아간 것이다.
만성 소화 불량에 시달리던 메치니코프는 불가리아 요구르트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걸 먹는 지역 농부들이 장수한다는 말을 듣고 세균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젖산균의 부패 방지 능력을 발견했다.
알고 보면 위험, 잘 섭취하면 보물
모든 발효가 안전하진 않다. 버섯은 잘 가려 먹어야 하며, 잘못된 발효시킨 소시지는 치명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살균과 대량 생산의 신화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다양한 발효 식품의 가능성, 그리고 거기 숨은 영양의 과학은 아직도 발견해나가는 중이다. 현명하게 활용하면 된다. 역사와 과학을 알고 섭취하면 더 맛있고 기쁠 것이다.
빵, 와인, 맥주, 피클, 소시지, 치즈 등의 발효 식품은 수 세기 동안 식량 부족과 기아로부터 인류를 지켜내면서, 고대 왕국 및 현대 산업도시 건설의 기반이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무역과 탐험 길에도 연료가 되어주었고, 당장 허기진 수백만 인구의 배를 채워주었다. 발효를 비롯한 식품 보존법을 터득한 덕분에 우리 선조들은 조금이나마 식량 안전을 확보해, 다음 끼니 외에 다른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랜 전통대로 만든 발효 식품은 일시적이나마 우리로 하여금 영양 및 건강뿐 아니라 세상과, 그 안에서 알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게 할 것이다. 발효 식품은 음식이 그저 칼로리, 비타민, 미네랄 같은 요소로 치환되는 생물학적 필요에 불과하지 않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발효 식품을 만들다보면, 사고팔 수 없는 가치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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