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추천사 4
킥오프 Ready
2002년에 몇 살이었어? 13
전반전 20분
4호? 5호? 25
사단장 풋살 35
눈칫밥 풋살 47
파란 조끼 팀 63
하프타임 5분
선구자들 75
후반전 20분
6개월 차에 주장이 되다 89
하는 만큼 보인다 101
진정한 졌잘싸 113
아는 만큼 보인다 127
풋살 규칙 139
[본 문]
그래서 이 책의 정체가 대체 뭔데? 하다가 아, 공을 직접 차보고 몰아보며 책만으로는 부족했던 답을 찾은 이야기, 즉 여자 축구를 경험해보고 쓴 이야기구나! 싶겠지만 반만 맞고 반은 아니다. 직접 한 것은 맞지만 축구가 아닌 거창하게 월드컵 이야기로 포문을 열어놓고서는 기왕 용기 내본 것이 왜 축구가 아닌 풋살인지 의아하게 보일 법도 하겠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의 주인공인 나조차도 그 질문에 답을 하라고 하면, 음, 애매한데 글쎄요? (p19)
나이, 성별, 인종 등의 제한된 조건으로 크고 작은 도전을 시작하기 두려워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연대 의식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 주변에 흔하게 있을 나 같은 자그마한 사람도 별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나와 반대되는 사람들의 전유물에 도전하고 넘어지고 일어나고 있으니까 우리 같이 힘내보자고 말이다. (p21)
어린 날 내가 가졌었던 축구에 관한 호기심은 물론이고 지금껏 질리도록 하던 개인 운동이 아니라 한 번도 안 해본 팀 운동, 그것도 구기 종목인 풋살에 도전하면 어떨지 궁금해하는지는 몰랐을 테니까 말이다. (p27)
풋살화도 내가 사는 동네의 축구 용품 매장에 전화를 싹 돌려서 물량이 있는 곳을 알아내자마자 바로 달려가 구매했다. 처음 들어간 곳에서 처음 신어본 것이 마음에 들어 고민 없이 결제했는데, 당시에는 이조차도 엄청난 운명처럼 느껴졌다. (p31)
어쨌든 우리의 서툰 마음만 앞세우다 서로의 발끼리 맞부딪혀도,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공의 속도에 놀라 몸개그를 해도, 스코어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우리끼리 좋아 죽었다. 분위기가 뜨거웠다. 어영부영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혼성 풋살 동호회가 지속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p33)
말과 생각에는 힘이 있다. 그것도 매우 신묘한 힘. 그 힘은 잘 빠지지도 않거니와 작은 틈새만 있어도 그 틈을 얼른 비집고 들어와 퍼뜩 정신 차리라고 혼쭐을 낸다. 사단장 풋살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내게도 분명 그럴 만한 틈이 자잘하게 많이도 생겼겠지. (p48)
훗날에야 이해가 됐다. 내 개인적인 서러움과 별개로 그들이 그들의 돈과 시간을 써서 자리한 이곳은 외모나 성별, 성격 같은 다른 조건들이 상관없는 냉정한 그라운드 위였다는 것. 그리고 철저하게 모든 이가 제자리에서 제 본분을 다하고 있는가가 그들 마음속의 예선 통과 조건이었다면, 당연히 나는 예선 탈락이었을 테니 눈칫밥이 그만큼 짜고 매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 (p57)
아직 단단히 여물지 못했던 어린 시절,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나타나면 얼른 등을 돌려 다른 길로 도망가거나 제자리에 서서 눈만 가려 못 본 척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많은 것들이 나를 단단한 사람으로 벼려준 후에는 조금 더 당돌하게 내 위기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p64)
소심하지만 도전적인 마음으로 낯선 모험에 작은 몸을 힘껏 내던진 나란 놈. 출처 모를 운명이 내어줘서든 내 노력의 총합이 들어맞아서든 간에 일단은 용기 내어 정식 팀에 입단하는 것까지는 되었다. 이 이상 무엇까지 될지, 어디까지 가닿을지는 나조차도 스스로 궁금해하며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다. (p71)
물론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에서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기술을 익히고, 친구들을 배려하며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나 역시도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가치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승리라는 빛 이면에 있는 패배라는 그림자, 씁쓸한 결과 뒤로 딸려 오는 부속물, 주체할 수 없는 승부욕, 나도 모르게 흘리게 되는 눈물 같은 것에 대한 논의는 외면한 채 말이다. (p102)
“하나도 안 떨려서 세 시간밖에 못 잤어.” 대회 당일 아침,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슬기가 붕어눈으로 말했다. 다들 그랬는지 슬기의 말에 모두 피식 웃었다. 조수석에서 룸미러로 살펴본 팀원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긴장을 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p115)
우리가 이렇게나 노력했어요, 이만큼의 용기를 냈어요, 이런 보기 드문 일을 해내다니 대단하죠? 계속 외치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했으면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두 살인 내 제자도 할 수 있다. 마흔두 살 먹은 우리 학교 선생님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축구하고 풋살하고 농구하고 야구하는 여자들이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 연령대도 하한선, 상한선 없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강하게 무장시켜주는 코르티솔을 때로는 반갑게 여겨주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나의 다음 소망이자 사명이다. (p125)
아무리 즐겁게 배우려고 하는 거라고 강조해도 승부는 승부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상대 팀 친구의 실수에 엄격해진다. 이때 선생님이 전문적으로 판정하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단순히 “우리 선생님은 풋살 하는 선생님이야”일 때만 해도 아이들이 나를 더 신뢰한다고 느꼈는데, “우리 선생님은 축구 심판이야”까지 나아가면 어떨까? (p129)
무엇이든 하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 비록 대단하지 않은 이유로 시작하긴 했지만 무식한 사단장 시절을 거쳐 고독한 눈칫밥을 깨작이다 보니 하는 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아는 만큼 생각이 깊어졌다. 이 모든 것이 고작 7개월 동안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나도 놀랍다. 그래서 더 설렌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할지. 아니, 앞날은 모르니 사실 얼마 못 하고 그만 둘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것대로 괜찮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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