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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스물네 개의 공간 - 건축으로 번역된 스물네 절기를 통해 들여다보는 공간과 인간의 관계
- 손문
- (사)케이메세나네트워크
- 2024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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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6973926 |
|---|---|
| 쪽수 | 10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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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자연과 얽혀 있고, 자연을 수정하고, 재분배하며, 자연에 속해 있다.
건축은 삶이다.
손문 작가의 작품집 『사계(四季), 스물네 개의 공간(空間)』(이하 『사계』)이 작가의 첫 책 『시퀀스』 (범우사, 2022) 이후 2년만에 출간됐다. 이번 작품집은 손문의 ‘영성의 구축’ 철학을 바탕으로, 순환하는 24절기의 자연 속 생명의 질서를 다룬다. 24절기는 한국과 중국 등에서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를 조절하기 위하여 만들어져 동아시아 문명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으며, 2017년에 UN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 부터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까지 각 절기는 자연의 작동 원리와 근원, 진리, 생명의 질서를 내포한다. 작가는 이런 24절기를 공간과 질료로 번역한 24점의 작품을 통하여 그의 건축적 정체성을 밝힌다.
손문은 미국, 중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건축가의 꿈과 열정을 첫 저서인 『시퀀스』(범우사, 2022)로 기록한 뒤 프랑스 파리에 돌아왔다. 건축의 시작은 건축가로서의 자의식, 즉 자기 자신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여기는 그는, 자신만의 건축을 고민하고 존재의 자유와 평안을 얻을 방법을 탐구하며 그 결과물을 새로운 작품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손문은 ‘철학보다 자본이 우선되는 혼돈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 가운데, 건축가는 자신을 불태워 세상에 지혜를 전달하는 제사장의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그는 ‘영성의 구축’을 자신의 건축적 선언으로 표방한다. 한국의 전통 건축은 흔히 ‘비움의 미학’으로 일컬어지나, 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비움을 통한 새 생명의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다. 손문의 작품은 살아 숨 쉬는 공간의 분위기, 지속 가능한 운동성, 사물의 치수·비율·재료가 본질적으로 내재한 아름다움 등, 공간 형태학을 다면적으로 연구한다. 또한 각 공간들과 사계절 24절기의 절묘한 병치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지향한다. 그 작업의 다양성과 깊이를 증명하며 그의 앞으로의 건축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사계』에서 다루는 24개의 공간이다.
손문의 작업은 언제나 묵상으로 시작된다. 일상 혹은 여행 중 경험한 특정한 공간에서 깊은 영적 울림을 받았던 공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깊은 심연과 같은 묵상 속에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인상적인 공간을 아우르는 모든 사물의 배치, 재료 등을 손으로 그리거나 기억한다. 일반적인 실시·계획 설계는 실제 건축물이 세워질 땅에서부터 작업의 구상을 시작하지만, 『사계』 작품들은 내면의 질서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 방식은 오스트리아 건축가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관념에 갇히지 않고 살아 숨쉬며 시간을 초월한 건축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내면에서 떠오르는 것을 정확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지론을 연상시킨다. 손문은 깊은 묵상을 통해 떠오르는 영성의 기억 속 공간을 손으로, 직관으로 그려낸 뒤, 3D 기술로 재료와 구조의 세부를 다듬고 기하학적 조화를 이룬다. 그는 기억 속 이미지들의 건축적, 공간적으로 다채롭고 육감적인 인상들을 관조하고 그것의 내부에 잠재된 야생적인, 자유로운, 정연한 본질을 체계적인 사고로 구체화하며 이상적 디자인으로 수렴시킨다.
자신만의 테오리아(Theoria), 즉 사물과 세상을 관조하여 설명하는 섬세한 원리와 방식을 논하는 자를 ‘이론가’, ‘철학자’라고 부른다면, 그것을 표현하고, 제작하고, 지어 올려 현실로 옮기는 자를 ‘건축가’라고 한다. 인류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킨 창조적 삶을 살아낸 선현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현실의 경계 너머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건축가 또한 아직 지어지지 않은 건물을 현실의 경계 너머에서 먼저 볼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란 거시적인 우주에서부터 미시적인 개개인의 신체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대한 논리적인 정의를 내리고 또한 재정의하기 위해 언어체계와 물성을 동원하는 존재다. 이렇게 합의된 공동의 언어가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되며 마침내 건축이 된다. 건축은 주변의 사물과 사람, 도시와 자연의 관계 속에서 진리를 통찰하고 그것을 질료로 옮기는 과정이다. 아직 지어지지 않은, 그러나 설득력 있는 공간의 비전을 다루는 혼합 미디어(Mixed Media) 작품 『사계』는 이런 고민을 거쳐 탄생했다.
※이 책은 프랑스어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