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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그리움 - 고전 칼럼

  • 이강엽
  • 글누림출판사
  • 2024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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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88963277387
쪽수246쪽
크기A5(148mm X 210mm, 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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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고전을 통해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을 성찰하다. 

 

잠 못 이룰 정도의 그리움이 그립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서 그렇게 그립다.

잠 오지 않는 밤의 꿀 수 없는 꿈이 그립다.

 

한자 ‘莫(막)’은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해[日]가 없으면 저물녘[暮]이 되고, 물[氵]이 없으면 사막[漠]이 되며, 아무것도 없는 집[宀]은 적막[寞]이 된다. 그리워한다는 뜻의 ‘慕(모)’자 역시 지금 곁에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心)이 분명한데, 조선조 명신 김상용은 다음과 같은 시조를 남겼다.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그 더욱 거짓말이

  나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임이 나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사랑하면 꿈에 나타나 보인다는 말은 더 믿을 수 없는 거짓인데, 그 이유는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으니 꿈에서 볼 일조차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꿈에서나마 볼 수 있는 길조차 막힌, 현실에서든 상상에서든 절대로 만날 수 없는 그런 임이다. 병자호란 때 순절(殉節)한 작가의 개인사를 헤아려 임금을 그리워하는 노래로도 푸는 모양이지만, 어떻게 보든 빼어난 연시(戀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시를 이해하기에는 현대사회는 너무도 촘촘하고, 편리하고, 신속하게 연결되어 있다. 10년 전 오늘 무엇을 했는지는 지금 당장 자신의 폰을 여는 수고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날 찍은 사진이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하게 남아 있으며, 그날 누군가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인과 실시간 메시지 전송은 물론 현재 모습을 화상으로 보며 음성으로 대화를 해볼 수도 있다. 버튼 하나 누르는 수고로 단번에 알 수 있으니 꿈에서라도 보려고 애쓰던 그리움의 강도가 매우 약해진 것이다. 아니, 그리워하는 것 말고도 할 것이 너무 많은 현대 문명사회의 밤은 그런 그리움의 원천을 아예 빼앗아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시 수업을 할 때의 일이다. 어떤 학생이 수업은 안 듣고 자꾸 제 폰을 만지고 있는 것 같아 주의를 주었더니 그 학생 대답이 걸작이었다. “하도 감동스러워서 친구한테 보내느라고요.” 그날 다룬 시가 모두 사랑시였으니 아마도 여자친구에게 보낸 듯했다. 그러나 감동이 밀려오면 잠시 거기에 빠져들어 보기도 하고, 친구에게 보내고싶으면 수업 끝나기를 기다릴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도 있으련만, 즉각 무언가를 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태가 야속하다.

하긴 상대에게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를 달랑 보내놓고는 이내 답이 없다고 “비(非)매너”를 운운하는 세태에서, 그저 어떻게는 말이나마 전해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거나 편지를 보내놓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리는 열흘 남짓은 행복하다는 마음은 시대착오적 유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정말 소중한 것이라면 그렇게 즉답이 가능한 곳에 있지 않을 터, 잠 못 이룰 정도의 그리움이 그립다. 어느새 우리 곁에서 사라져서 그렇게 그립다. 잠 오지 않는 밤의 꿀 수 없는 꿈이 그립다.

목차

[목 차]

 

1.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 걱정, 진짜 걱정, 진짜 진짜 걱정  | 잘 갖고 잘 살기 | 나의 집은 어디인가? | 스승, 벗, 손님 | ‘미인 출신’ 예찬  | 그리움의 그리움 | 꿈을 보듬는 일 | 마음 따라 몸 따라 | 춘향이 껍데기

 

2. 지금 여기에서

산 서생과 죽은 정승 | ‘나중에’의 으름장 | 운명과 의지 사이 | 지렁이의 눈 | 주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 고양이 덕분| 죄인의 횃불 | 금강산과 북한산 | 여기 살면 여기대로 68 | 다홍치마에서 개살구로

 

3. 손을 맞잡고

좋은 부모, 좋은 자식 | 원수형제를 벗어나려면 | 용도 살고 물고기도 살고 |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 계보를 빛내는 법 | 슬기로운 가정생활 | 지성이와 감천이 | 글이구 뭣이구 | 받자의 기술  | 해서(楷書)와 초서(草書) 사이 | 장광설(長廣舌) 유감 | 집을 떠난 홍길동

 

4. 갈림길에 서서

거친 들판의 패랭이꽃 | 여의주 두 개 | 어느 말을 따를까 | 요순(堯舜)과 걸주(桀紂) 사이 | 같은 병을 앓더라도 | 호랑이와 돌 사이 | 미워하기의 기술 | 네 욕심이 제일 크다! | 오해와 이해 사이

 

5. 사람의 향기와 품격

‘우연’의 효용 | 2등의 몫 | 하나를 알면 | 복(福)과 덕(德) | 인간의 등급 | 맑음과 탁함, 두터움과 얇음 | 사람의 이름값 | 영웅의 자격 | 예언보다 무서운 것 | 원리원칙과 금도

 

6. 한 걸음 더

‘글로벌(Global)’ 대목(大木) | 큰 무를 뽑으려면 | 백 리를 가는 데 90리가 반 | 우물 밖 개구리 예찬 | 신발 한 짝의 깨우침 | 투병(鬪病)의 승자 | 한 사람의 지혜로는 부족하다 | 강감찬과 벼락칼 | 개와 말, 귀신과 도깨비 | 황하(黃河)의 두더지

 

7. 세상에 드리운 그늘

황금 무덤 | 어부지리(漁父之利) 유감 | 오줌통의 가르침 | 의리의 방향과 크기 | 자식과 이웃 노인 | 졸장부의 솥단지 | 기우(杞憂) 아닌 기우 | 아무의 죄도 아니라면 | 만만쟁이의 비애 | 교각살우(矯角殺牛) 유감 | 광대의 눈, 광대를 보는 눈 | 아득히 멀어져간 평범

추천사

    작가의 말 

    우리 고전 공부에 들어선 지 40년이 넘었다. 처음 지녔던 포부에 대자면 여전히 부족하지만, 뜻밖의 수확도 적잖이 있었다. 논문을 쓰거나 학술서를 내는 틈틈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여러 지면들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특히 연재물의 경우는 일반 독자들을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그를 계기로 내 공부가 어디쯤 왔는지 확인해 보는 가늠자가 되어주었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최근 2~3년간 <이강엽 교수의 고전나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일간지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다시 읽어가며 문장을 가다듬고 일부를 덧대기도 했지만 본의는 그대로 살려두었다. 예정보다 길게 연재할 수 있도록 사랑으로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특별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한 권으로 다시 묶어 새로운 독자를 만날 채비를 한다.

    평소 마음속으로 외는 “책은 작은 세상, 세상은 큰 책”이라는 구호가, 이 책에 언급된 많은 고전 속에서 살아나기를 소망한다.

저자 소개
저자 : 이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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