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서곡-생명의 시작
1장 단일세포 문제: 생명의 근원에 관한 가장 오래된 질문
마트료시카┃세포, 자연선택설, 그리고 실험생물학┃반쪽 배아┃스스로를 재건하는 기계┃형성체, 운명을 바꾸는 전환┃미국식 시스템 vs 유럽식 시스템
2장 세포의 언어 : 유전자를 읽고 쓰다
유전자라는 언어를 배우다┃다윈의 단절 고리, 형태형성 요소┃플라이 룸의 흰 눈 파리┃최초의 유전자 지도┃황이 결핍된 물질┃형질전환물질
3장 세포 사회 : 무엇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세포 사회의 구성원들┃유전자 수 헤아리기┃비좁은 개구리 실험실에서┃발생 시계를 되돌리는 법┃그 개구리라는 증거┃유전체 동등성과 복제 양 돌리
4장 유전자 켜고 끄기 : 파자모 실험과 유전자 코드
다락방에서 깨운 바이러스┃먹는 순서를 선택하는 세균┃mRNA의 발견┃유전자 조절을 억제하는 것┃전사와 번역이라는 원리
5장 유전자와 발생 : 파리와 벌레가 가르쳐준 것
머리, 어깨, 무릎, 발가락┃하이델베르크 연구┃파리에서 벌레로┃발생의 계보와 궤적┃변이에서 기능으로
6장 길 찾기 : 어디로, 얼마나, 어떻게 갈 것인가
형태발생의 이정표┃위와 아래, 외부와 내부┃위치를 바꾸는 법┃서로 끌어당기는 힘┃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크기 조절이라는 미스터리┃움직이는 배아
간주곡-무르익은 생명의 생물학
7장 줄기세포 : 또 다른 하나의 세포
자연의 거대한 실험┃암을 치료하는 코발트 폭탄┃분석의 과학┃울퉁불퉁한 비장┃또 다른 ‘하나의 세포’┃1에서 100만으로의 증식
8장 세포 연금술 : 배아줄기세포가 연 가능성
특이한 종양┃배아줄기세포의 시대┃녹아웃 생쥐┃생쥐에서 인간으로┃줄기세포와의 전쟁┃현자의 돌┃세포 아바타, 유도만능줄기세포
9장 한 세포의 폭주 : 암세포의 진화
암의 세포적 기원┃암 치료 연구의 현주소┃종양의 이웃들┃배아 조직의 사악한 도플갱어
10장 영원의 눈과 개구리의 발가락 : 재생의학의 미래
척추손상 환자들┃장기 부전과 재생┃공간에서 길을 잃다┃기관을 처음부터 새로 만든다?┃순탄치 않았던 세포 기반 치료┃희미한 희망
11장 낮의 과학과 밤의 과학 : 우리에게 남은 과제
세포 기억의 복잡성┃유전의 재구성┃인간을 조작하다┃생물학적 문해력
피날레-다시 돌아온 질문
감사의 글
용어해설
주
찾아보기
[본 문]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하나의 세포에서 생명을 시작한다는 것, 이는 우리의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어찌 이토록 단순한 것으로 압축될 수 있는 걸까? 이 독특한 단위unit에서 생성된 수조 개의 세포는 각각이 ‘무엇이 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어떻게 아는 걸까? 배아embryo의 과거를 더 잘 이해하면, 더 건강한 미래를 영위할 수 있을까? 『하나의 세포로부터』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 책은 지금껏 수없이 반복되어온 담론, 즉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성숙한 유기체로 성장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 「서곡」 중에서
이 경이로운 발달은 어쩌면 그토록 원활하고 재현 가능하게 이루어질까? 각각 어떤 식으로 전문화할지, 언제 분열할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세포는 어떻게 아는 걸까? 발생은 주로 우리의 유전자에 의해 제어되는 걸까, 아니면 환경에 의해 제어될까? 새로운 세대가 태어날 때마다 이 아슬아슬한 발생 과정을 반복하면서, 각각의 종種은 멸종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오류를 어떻게 그토록 확실히 제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것, 어떻게 단 하나의 세포에서 운동과 호흡과 소화와 감각과 이성의 능력을 갖춘 온전한 동물이 생겨날 수 있을까? 이 수수께끼를 우리는 ‘단일세포 문제’라고 부르기로 하자.
-1장 「단일세포 문제」 중에서
1856년부터 1863년 사이에 멘델은 약 3만 종류에 이르는 식물을 조사하여 눈에 보이는 표현형을 점수화하고 패턴을 찾았다. 터무니없으리만치 엄청난 양의 작업이었지만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가 관찰한 모든 표현형의 빈도에서 단 하나의 놀라운 관계가 드러난 것이다. 순종 교배의 2세대에서, 기이하게도 ‘3대 1’이라는 재현 가능한 비율이 나타났다. 키 작은 식물 한 송이 당 키 큰 식물 세 송이가 있었고, 흰색 꽃을 피우는 식물 한 송이 당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 세 송이가 있었다. 키 큰 식물이 흰 꽃을 피우든 보라색 꽃을 피우든, 각각의 형질은 독립적으로 유전되어 3대 1이라는 매혹적인 비율을 이루었다. 그가 찾고자 했던 수학적 정밀성, 즉 유전의 보편적 논리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2장 「세포의 언어」 중에서
배아발생을 연극에 비유하자면, 유전체는 대본이요 세포는 배우와 스태프라 할 수 있다. 제작이 시작되기 전부터 모든 관련자-배우, 제작 스태프, 디자이너, 감독-는 대본의 전체 사본을 받아 무대에서 일어날 모든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중략) 그와 마찬가지로 발생 중인 세포 각각은 대본의 전체 사본, 즉 유전체를 받아 평생 동안 가지고 다닌다. 세포들은 자신의 역할을 배우며 유전체 텍스트의 특정 부분에 강조 표시를 하고, 여백에 메모를 남긴다. 이것이 바로 유전자 조절의 본질이다. 각 세포가 유전체에서 어떤 대사에 집중하고 어떤 대사를 무시할지 표시하는 것이다. 배아발생 내내 계속되는 리허설을 통해, 중요한 대사는 강화되고 그렇지 않은 대사는 억제된다.
-4장 「유전자 켜고 끄기」 중에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발생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진화생물학 분야는 본질적으로 통합되었다. 각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도구를 사용했지만 모두 단일세포 문제와 관련하여 밝혀낼 것이 있었다. 이들은 유전학적 접근 방법을 벌레와 파리에 적용하여 전사인자, 수용성 단백질, 세포 내 신호 전달 분자, 비코딩 RNA 등 한정된 수의 유전자 산물이 신체 구성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부분적인 해답에 도달했다. 물고기든 공룡이든 오랑우탄이든, 그 생물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상관없었다. 자연은 절약의 미덕을 발휘하여 동일한 설계 원리를 발생 과정에 반복적으로 재활용하며, 이러한 복제와 편집의 기반이 되는 유전 프로그램은 심지어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보다 훨씬 더 오래된 생물로 거슬러 올라간다.
-5장 「유전자와 발생」 중에서
매컬러는 울퉁불퉁한 비장을 무시하는 대신 두 배로 집중했다. 부검을 완료하고 각 생쥐의 결절 개수를 꼼꼼히 기록한 뒤, 주사 내용을 기록한 실험 노트를 펼쳐 틸이 주입한 세포 수가 적힌 목록과 방금 세어본 혹의 수를 비교했다. 그러자 거의 완벽한 상관관계를 암시하는 명백한 패턴이 나타났다. 틸이 주입한 골수세포가 많을수록 더 많은 혹이 나타났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그저 우연이라 하기에는 그 추세가 너무도 분명했다.
다음 날 아침 매컬러는 그래프가 그려진 종이를 흔들어 보이며 OCI로 들어왔다. 그는 본의 아니게 실험을 일찍 종료했다고 고백한 뒤, 자신이 관찰한 결과와 결론을 틸에게 설명했다. 이 물리학자 또한 그 놀라운 상관관계가 우연이 아니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틸의 물리학적 배경이 작용할 차례였다. 그는 제이컵슨의 전시戰時 실험, 즉 맨해튼 프로젝트의 전담의가 비장을 보호함으로써 방사능의 독성에서 생쥐를 구해낸 실험을 떠올렸다. 만일 용도를 알 수 없는 이 장방형 기관이 하나의 공장이고, 각각의 혹이 새로운 혈액세포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7장 「줄기세포」 중에서
어떤 전사인자들의 조합이 발생 시계를 되돌린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24개의 유전자가 모두 필요했을까, 아니면 일부 유전자만으로 가능했을까? 다카하시는 시행착오를 거쳐 총 네 개의 유전자로 목록을 줄였다. 현재 ‘야마나카 인자Yamanaka factors’라 불리는 이 네 개 유전자를 섬유모세포에 발현시키자 세포는 ESC처럼 보였을 뿐 아니라 모든 ESC 유전자를 발현했고, 생쥐의 옆구리에 주입했을 땐 기형종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후손이 생쥐의 배반포에 주입된 이후 모든 배아 조직에 통합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배아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는 점만 빼면 조작된 세포는 모든 면에서 배아줄기세포와 동일해 보였다. 그 사실을 강조하는 한편 인간 ESC 분야를 괴롭혀온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연구진은 이러한 세포 재생 과정을 ‘유도만능성induced pluripotency’으로, 프로토콜의 결과물은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로 명명했다.
- 8장 「세포 연금술」 중에서
생물학자들은 종양과 배아 사이의 유사점을 오랫동안 인식해왔으며, 보베리는 유전체의 차이가 이 둘을 구분 짓는다는 개념을 도입했다. 암과의 전쟁(‘전쟁’이 적절한 비유라면)은 정밀 무기-종양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수술, 방사선, 독성 화학물질 등-없이 시작되었으나, 20세기 후반 종양학자들이 종양세포의 분자 및 유전정보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여 종양의 고유한 생화학적 특징으로 인한 취약성에 초점을 맞춘 표적 치료법targeted therapy, 즉 의학적 스마트폭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암을 상대로 이어온 생물의학적 갈등의 세 번째 단계에 이르러 있으니, 그 핵심은 종양을 ‘암세포의 집합체’가 아니라 ‘배아 조직의 사악한 도플갱어’로 인식하는 것이다.
-9장 「하나의 세포」 중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일부 과학자들은 가소성, 즉 iPSC 기술을 탄생시킨 ‘세포 역분화’라는 연금술 같은 현상을 사용해 바람직하지 않은 세포(예컨대 흉터를 형성하는 섬유모세포)를 보다 바람직한 세포(간세포, 심근세포, 뉴런 등)로 전환하는 방법을 고려했다. 역분화 인자reprogramming factor를 환자의 조직에 직접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상당한 기술적 혁신이 요구되는 접근 방식이다. 그러나 만약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필요한 부위에서 세포를 역분화시킴으로써 ‘3차원성’과 ‘통합’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부분적으로 우회할 수 있다. 새로 생성된 세포가 이미 거기에 존재할 테니 말이다. 이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접근 방식이 세포, 동물, 사람을 대상으로 수백 번 테스트되었는데, 지금까지는 그 결과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10장 「영원의 눈과 개구리의 발가락」 중에서
후성유전학적 조절과 유전자 편집에 관한 발견은 실무자조차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장단점을 따져볼 기회가 거의 없는 터라, 당분간은 국제 줄기세포 연구학회나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전문 기관을 통해 과학계의 표준이 정립되는 실정이다. (중략) 모든 기술에는 (윤리적ㆍ재정적ㆍ의학적) 위험과 이점의 비교 검토 과정이 따르며, 이는 정보 과부하 시대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제다. 생물학의 다양한 하위 영역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자신이 속한 분야의 발전마저 따라잡기에 급급한 지금, 더 넓은 사회가 새로운 지식을 소화하고 실생활에 반영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생물학적 문해력biologycal literacy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 11장 「낮의 과학과 밤의 과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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