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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발견록 - 우리 땅 이름의 숨겨진 이야기

  • 이경교
  • 문학수첩
  • 2024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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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93790786
쪽수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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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미르벌, 달천, 끝말, 다순구미…

 

딱딱한 한자어로 굳어지기 전,

우리 땅을 가리켰던 아름다운 이름들을 발견하다

 

고유어 지명을 찾아 나서는 흥미로운 인문학 탐방기

198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온 시인이자,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명을 답사해 온 인문학자 이경교의 인문학 견문록, 《지명발견록》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백령도와 대청도부터 시작해 담양과 밀양, 태백과 제주 등 저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우리 땅 이름의 유래와 속뜻을 인문학과 역사학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명의 뒤꼍을 추적해 나가는 꼼꼼한 과정과 그 속에서 경탄의 순간을 포착해 낸 풍부한 사진 자료를 통해, 우리 땅의 본모습을 보다 가깝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땅 이름에 관한 저자의 관심은 현재 사용하는 지명의 정확한 의미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현실에 대한 발버둥이다. 사실 문산, 창녕, 익산 등 흔히 쓰는 한자어 지명은 일상에서 쉽게 쓰거나 읽으면서도 그 뜻이 무엇인지 와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본래 고유어였던 땅 이름이 한자어로 바뀌면서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오늘날 사용되는 지명은 지역의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저자는 아름다운 자연과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우리 땅의 의미를 직접 만져본다. 그리고 땅이 원래 지녔던 의미가 숨겨지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타진하면서, 오롯이 그 땅을 밟고 있어야만 감각되는 지명의 본명을 나직하게 호명한다. 이 책은 햇살 좋은 날, 지명과 장소 그리고 사람의 뒤란을 발견하러 나가는 흥미로운 여정이다.

목차

[목 차]

아, 저기가 장산곶!_ 백령도, 대청도

백령도의 이두 지명, 사을외도는 ‘샅밖섬’이다 … 15

 

삼국유사를 찾아가는 길_ 군위, 영천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 이두 지명 풀이가 이 책에서 시작된다 … 22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_ 전북 부안 우반곡

변산의 우리말 이름은 ‘고깔산’이다 … 30

 

16세기 문화 1번지_ 담양

담양은 정자를 중심으로 문학을 꽃피운 고을이다 … 38

 

비밀스러운 빛이라고?_ 밀양

신채호는 밀양을 ‘미르벌’, 곧 물이 질펀한 들녘으로 풀었다 … 46

 

절개와 지조의 땅_ 선산, 구미, 왜관

영남 인재의 절반은 일선에서 나온다 … 53

 

고원의 정신, 첫 번째_ 진안

신채호는 진안의 옛 지명 월량을 ‘달천’으로 풀었다 … 61

 

고원의 정신, 두 번째_ 무주, 장수

무주 구천동은 ‘무수한 가리’란 뜻이다 … 68

 

경상좌우도의 표본_ 상주, 예천

예천은 단슬라, 곧 ‘언덕과 냇물의 고을’이란 뜻이다 … 75

 

누정과 은둔의 고을_ 봉화

봉화의 이두 지명, 고사마는 ‘끝말’이란 뜻이 분명하다 … 82

 

가야의 옛 땅_ 성주, 고령

김종직종택 마을, 개실은 곧 ‘낀 골’이다 … 89

 

신앙의 땅 그리고 병신춤_ 영광

영광의 이두 지명, 무호이의 뜻을 밝히는 게 급선무다 … 97

 

영남 사림의 큰 자리_ 함양

좌안동 우함양, 개평마을은 ‘낀 들’이다 … 102

 

높은 산의 정신_ 산청

산청군 생비량면의 뜻은 ‘산비알’ 혹은 ‘산비랑’이다 … 108

 

인재와 선비의 광_ 영주, 순흥, 풍기

서원의 역사처럼 인삼의 역사도 풍기에서 시작되었다 … 116

 

숨겨진 비밀, 숨은 정신_ 익산

익산의 옛 이름 감물아에서 ‘단물’이란 지명을 추측하다 … 122

 

신비한 이국_ 제주도

양주동은 탐라를 둠내, 곧 ‘큰 오름뫼’의 뜻으로 읽었다 … 130

 

대장경을 품은 고을_ 창녕, 합천

창녕의 옛 이름 비사벌은 ‘빗벌’, 곧 비스듬한 들녘이다 … 138

 

망향의 땅, 기호학파의 자리_ 파주, 문산

문산의 이두 지명, 술이홀은 ‘수리재’이다 … 147

 

해돋이 나룻목과 큰 고을_ 포항, 영덕

양주동은 근오지현을 ‘돗들’, 곧 해맞이 고을로 풀었다 … 155

 

저항과 화합_ 강경, 논산

춘향전에 나오는 미내다리는 ‘물결내’란 뜻의 이두식 한자어다 … 163

 

문필의 고장_ 장성

장성의 이두 지명, 고시이는 ‘곶재’ 또는 ‘벼랑재’의 뜻이다 … 171

 

월출산의 정기_ 영암, 강진

월출산의 옛 이름 월나악을 양주동은 ‘달나뫼’로 읽었다 … 178

 

지리산과 섬진강을 따라_ 구례, 하동, 남해

섬진강의 우리말 이름은 ‘모래여울’이다 … 186

 

미래의 자원_ 거제도

서이말은 ‘쥐부리 끝’이요, 사이말은 ‘뱀부리 끝’이다 … 194

 

산맥이 바다와 만나는 곳_ 순천, 보성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집과 사찰이 있는 곳 … 201

 

보루의 운명을 짊어진 섬_ 강화도

강화의 이두 지명, 갑비고차는 ‘갑곶’, 곧 깊은 협곡을 낀 곶이다 … 208

 

예인의 원향_ 목포

등산진은 ‘올뫼나루’, 목포진은 ‘나무나루’란 뜻이다 … 215

 

한반도의 무릉도원_ 영월, 제천

청풍의 이두식 옛 이름, 사열이는 ‘서늘이’의 뜻이다 … 221

 

북방으로_ 철원, 연천, 포천, 양주

철원의 이두 지명인 모을동비는 ‘털동글’, 곧 철동글이다 … 226

 

고산 윤선도의 자취_ 해남, 보길도

해남의 옛 이름, 새금은 ‘사이구미’라는 뜻이다 … 234

 

문명의 전진기지_ 서산

불너머의 한자어, 각후동은 ‘벌너머’마을이란 뜻이 왜곡된 것이다 … 240

 

판소리의 고장_ 고창

모량부리라는 이두는 ‘털라벌’이므로 소벌, 즉 높고 넓은 땅으로 본다 … 247

 

영남알프스의 정신_ 언양과 양산

살티고개의 살티는 후미진 곳을 뜻하는 ‘샅티’였을 것이다 … 255

 

높이 순례_ 정선, 태백

함백산 만항재의 우리말 이름은 ‘늦은목이’이다 … 263

 

예술가들의 땅_ 통영

통영의 이두 지명, 고자미동국은 ‘물가의 곶’이란 뜻이다 … 271

 

소설가들의 길지_ 장흥

장흥은 당나라 망명객, 위씨들이 정착한 땅이다 … 278

 

신라의 정신, 돌의 정신_ 경주

서라벌, 사라, 사로는 모두 ‘새밝’, 곧 동녘이 밝다는 뜻이다 … 285

 

임제를 만나다_ 나주

나주는 백제의 발라군, 양주동은 발라를 ‘밝거리’로 푼다 … 292

 

지조 높은 선비촌_ 영양

영양의 고은이란 옛 지명은 ‘숨은 골’이란 뜻이다 … 298

 

겨울 편지_ 흑산도

주민들은 흑산도 사리를 ‘모래미’란 예쁜 우리말 지명으로 부른다 … 303

 

서울의 예술촌_ 성북동

심우장은 소 찾는 집, 수화는 나무와의 대화 … 312

 

수탈의 땅, 저항 정신_ 군산

군산의 우리말 이름은 무리를 이룬 산이란 뜻의 ‘무르뫼’다 … 319

 

퇴계에게 배운다_ 안동

농암 이현보의 호는 분강가에 있는 ‘귀먹바위’에서 나왔다 … 324

 

〈관동별곡〉을 따라서_ 담양,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울진

신라 때 삼척이 되었으나, 본디 우리말 이름은 ‘세치’다 … 332

 

묘지 순례_ 고양, 용인, 양평, 남양주

목은은 소 치는 사람, 도은은 질그릇 굽는 사람, 포은은 나물밭 가꾸는 사람 … 339

 

속리산 문화권_ 괴산, 보은

양주동은 괴산의 옛 이름 잉근내는 ‘벌내’, 곧 들판의 냇물로 풀었다 … 345

 

성리학의 성지_ 서천, 보령

백제의 비중현, 신라 때는 비인. 비인은 우리말 ‘텅 빈’을 음차한 것이다 … 350

 

산의 지형학_ 우이동, 수유동, 방학동

수유동은 ‘무넘이’, 우이동은 ‘소귀내’다 … 357

 

충절의 고장_ 홍성, 예산

예산의 백제 때 이름 오산현은 오산, 즉 ‘오서산’에서 연유한다 … 363

 

삼가, 불함_ 백두산

최남선은 백두산의 옛 이름 불함산을 ‘밝은 산’이란 뜻으로 풀었다 … 369

 

울음터를 찾아서_ 간도

박지원은 요동벌판의 인상을 울음터라고 불렀다 … 374

 

발해 땅을 밟다_ 연해주

수이푼강은 발해의 솔빈강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 379

 

참고문헌 … 385

[본 문]

비단 밀양뿐 아니라 고유어 지명이 한자어로 바뀌며 뜻이 왜곡된 경우는 허다하다. 따라서 한자어를 통해 우리 지명을 표시한 것은 신라 경덕왕 이후에 급조된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선돌마을이 입암立巖으로, 한개마을이 대포大浦로 바뀐 예는 낫다. 밀양처럼 터무니없는 경우가 더 많으니 문제다. 그러나 역사가 깊은 고을은 이두 지명을 가지고 있다. 그 이두의 고유어가 지닌 원뜻을 추정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옛 지명을 찾아내는 지름길이다.

_51~52쪽, 〈비밀스러운 빛이라고?_ 밀양〉에서

 

법성포구에서 불교 도래지에 이르는 야산 언덕은 온통 아름드리 숲의 향연이다. 숲쟁이란 ‘숲의 성채’라는 뜻이라지만, 나는 그걸 ‘숲의 쟁이’로 고쳐 읽고 싶어진다. 숲에도 쟁이가 있다면, 얼마나 세밀한 등급일까? 아마도 나무의 크기와 자태, 기품과 아늑함…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_100쪽, 〈신앙의 땅 그리고 병신춤_ 영광〉에서

 

제주의 음식 이름은 언제 들어도 낯설다. 아니, 이름만큼이나 육지와 확연히 구분되는 음식이 많다. 겨울철 야채인 동지노물, 메밀과 무로 만든 빙떡, 난시국이나 톳냉국 또는 자리젯이나 멜젯 같은 젓갈 종류, 보리 미숫가루를 뜻하는 개역 등이 그렇다. 음식 이름에서 보듯, 제주 방언은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 ‘제주어’로서의 독자성을 지닌다.

_135쪽, 〈신비한 이국_ 제주도〉에서

 

파주는 파평이란 지명을 근거로 삼은 고을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도 고구려의 파해평사현坡害平史縣에서 파평현坡平縣이 나왔다고 전해준다. 파평현은 15세기 파주목이 되었다가, 19세기 파주군으로 바뀐다. 문산 또한 백제 때 술이홀현述爾忽縣이 신라 경덕왕 때 봉성현峰城縣으로 바뀌었다가 파주목에 병합된다. 그리고 19세기 말에 문산포汶山浦가 되었는데, 서해 조수에 떠밀린 임진강의 흙탕물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름이 지금의 문산읍文山邑이다.

_148쪽, 〈망향의 땅, 기호학파의 자리_ 파주, 문산〉에서

 

두려움에 떨며 굽이굽이 설산을 빠져나오자 이내 어둠이 내렸다. 며칠간의 여정이 어둠과 함께 끝나가고 있었다. 그 깊고 어둑한 고을의 뒤안길을 지나온 길, 다시 한번 길고 어두웠던 역사를 떠올렸다. 역사란 어쩌면 지금 저 어둠을 비추는 전조등 불빛 같은 건 아닐까? 보이지 않던 것도 불빛 앞에 명료해지듯, 분명한 것도 어둠 속에선 망각 아래 가라앉으니 말이다.

_162쪽, 〈해돋이 나룻목과 큰 고을_ 포항, 영덕〉에서

출판사 서평

‘한 평의 땅 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을까?’

우리 땅을 스쳤던 사람과 문화를 더듬어 나가며

지명 속에 감춰진 신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다

 

타인과 나의 관계는 이름을 부르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이름을 알아보는 일은 우리의 사이를 조심스레 톺아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저자가 지명을 조사하고 고유어였던 이름을 발견해 내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에게 있어 지명은 문헌 속에 존재하는 낱낱의 활자라기보다 몸을 비틀고 때로는 뒹구는, 숨 쉬고 움직이는 대상과 같다. 땅은 결국 사람의 장소이기에 땅의 이름은 사람의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남알프스의 ‘살티’라는 지명이 ‘살만한 터’라는 의미일 때, 그곳을 비옥한 땅이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사실은 ‘숨어 살기 좋은 곳’인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지명을 알아내는 활동은 우리 땅과 그곳을 스쳤던 이들의 생활과 변천을 더듬는 일이다.

 

이름만으로 얼굴을 짐작하기는 힘들 듯, 마주하지 않고서는 호명이 무용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흔히 ‘비밀스러운 빛’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밀양’이란 이름이 사실은 ‘미르벌’, 즉 ‘물이 질펀한 들녘’임을 알아내더라도 밀양강과 단장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 얽힌 인류사와 문화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름의 속뜻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의 손을 이끌어 바로 그곳, 밀양강 습지의 한가운데서 이곳을 스쳤던 역사적 인물과 그들에게 있었던 사건, 과거의 문화유산과 오늘날에도 생산되는 문화예술을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땅의 얼굴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땅의 본명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여러 형식과 방법을 빌려 우리가 우리 땅과 마주하는 순간을 연출한다. 때로는 〈관동별곡〉의 서사를 따라 정철의 눈으로 풍경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망망대해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흑산도를 우러러보는 정약전의 심정으로 이야기하는 저자와 동행하면서 우리에게 있었던, 잊었던 이름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저자 소개
저자 : 이경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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