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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1914696 |
|---|---|
| 쪽수 | 15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 한국시
AI추천 이유
자연 속에서 ‘너’와 ‘나’ 상생의 정신을 이루는 시편
구재기 시인의 시집 『솔숲, 정자 하나』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구재기 시인은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농업시편』, 『천방산에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목마르다』, 『겨울나무, 서다』 등 20여 권이 있다. 이번 시집은 초·중·고 40여 년의 교직에서 물러나 산애재(蒜艾齋)에서 야생화를 가꾸며 사는 삶의 시편들이다.
잡초가 뽑히고 있다
야생화의 향기와 색깔 속에서
거칠고 날카로운 이름이 걸러지고 있다
차이됨이 없이 똑같은
각각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로
뿌리 내린 야생화 사이사이에서
‘잡초’라는 아픔으로 마냥 뽑히고 있다
앗기는 땅,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는
앗기지 않은 땅에서
노예처럼, 전리품처럼 가려지는 잡초
본디 야생화와 한 속[屬]인데
한바탕 한자리에서
잡초는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 것인가?
맨 처음 가졌던 이름도 잃고
이제는 낯선 이름, 한 슬픔이 된
야생화를 뒤로한 채
마지막 거처인
뿌리에 움켜쥔 흙 한 줌
분노마저 몽땅 털려나가고 있다
-「마지막 거처」 전문
시인은 산애재에서 잡초를 뽑아내다 보면 제멋대로(?) 태어나서 어엿하게 자리 잡아 자라나고 있는 일상어(日常語)들과 같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전혀 ‘너’와 ‘나’를 의식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절로 사용되어 만나는 사이에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나고, ‘너’와 ‘나’ 사이에 마음을 전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의식되지 않고 사용되는 일상생활의 언어들은 분명한 잡초임에 틀림없다. 언어는 일정한 터전을 이룬 우리의 일상에 자리하면서 왕성하게 번지어 나간다. 어느 때는 그 뜻조차 모르고 사용하였다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아름답고 즐거운 마음조차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하게 하는 등 일상어는 우리 사이에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하기도 하지만, ‘너’와 ‘나’ 사이의 관계를 더욱 더 밀접하게 해주면서 부드러운 정서를 구축하게 한다.
질경이는
줄기를 가지지 않는다
마디를 가지지 않는다
아무리 짓밟히고
짓밟혀도 질경이는 쉽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놓는다
그냥 나오는 대로 마음을 내는
질경이의 거처는
길가, 또는 빈터이다
-「질경이 2」 전문
모든 체험은 일상어로 기억되고 자리하게 마련이다. 체험 속의 언어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상적인 어떠한 사태로부터 어려운 일을 가졌을 때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뜻을 밝힐 수 있는데, 이때의 과정은 오로지 일상어로 이루어진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언어로 복잡한 뜻을 나타내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언어로 교환하여 서로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이 경우 ‘나’의 지혜로움은 ‘너’를 이끌게 되어 모든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의 지혜로까지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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