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들어가며 _ 홍성욱
기획논문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계층화된 재생산에서 재생산 정의 살피기 _ 최은경
유전체 정의와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가능성 _ 현재환
실리콘밸리와 혁신, 그리고 사회 정의 _ 이두갑
인류세 논의의 역사와 의미: 인류세는 왜 공식 지질시대가 되지 못했나? _ 원정현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과 안보
과학기술 안보화에 따른 연구 생태계 변화 _ 선인경
심층 인터뷰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 _ 이세돌, 전치형
서평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본 권력과 프라이버시의 문제 _ 조수남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데이터의 역사』
실리콘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형성 _ 한용주
크리스 밀러, 『칩 워』
결국 선택의 문제다 _ 홍성욱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권력과 진보』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설립 취지
『과학기술과 사회』 제8호 투고 안내
[본 문]
21세기는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혁명, 유전자 조작 같은 생의학적 변환(biomedical transformations), 그리고 기후위기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의 대변혁이 진행되는 시기다. 과학기술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런 빠른 발전의 이면에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정의의 상호작용이 점차 중요한 의제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과학기술과 사회』 7호는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를 ‘기획논문’의 주제로 잡았다.
―홍성욱, 「들어가며」, 4-5쪽
재생산 정의는 재생산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평등, 재생산 기술의 혜택 확산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예방적 차원에서 불임을 둘러싼 지역적 맥락, 불임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 문제까지 대응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재생산 정의의 관점에서 불임을 해결해야 할 의료적 문제로,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를 중립적인 기술로 이해하는 것은 충분한 것일까? 선택적 임신 중절이나 선택적 선별과 같은 우생학적 함의를 벗겨 낸다면 재생산 테크놀로지 자체의 정의(justice) 차원의 문제는 없는 것인지가 주요한 과제가 된다.
―최은경,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 계층화된 재생산에서 재생산 정의 살피기」, 20쪽
포스트식민주의 STS가 사회 정의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탈식민화’의 약속 때문이다. 탈식민화를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연구자들은 선주민의 ‘토착 지식(indigenous knowledge)’을 포스트식민 지식 혹은 ‘서발턴 지식(subaltern knowledge)’으로 개념화하며 여기에서 테크노사이언스에 내장되어 있는 서구 헤게모니와 식민주의를 탈식민화할 가능성을 담은 반식민주의적 요소나 대안적 ‘합리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현재환, 「유전체 정의와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가능성」, 47쪽
실리콘밸리 과학기술 혁신가들의 공동체가 어떠한 문화와 기술적 상상력하에서 활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그들이 지닌 과학기술과 혁신, 사회와 문화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생각은 그들이 발전시키는 과학 지식과 기술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이 자아의 실현과 발전을 위한, 그리고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은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를 개인적 차원에서의 추구와 시장의 선택이라는 한정적 관계로 정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공동체가 지닌 개인과 공동체, 회사와 사회, 일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이를 통해 혁신 기술들이 문화와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결정할 수 있기도 하다.
―이두갑, 「실리콘밸리와 혁신, 그리고 사회정의」, 110쪽
인류에 의한 지구 환경 변화를 포괄적으로 대변하는 용어로서, 그리고 지구 환경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수단으로서 인류세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류세 공식화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 지식을 데이터로 시각화해서 보여 주며, 자신들의 과학 지식이 가지는 권위를 바탕으로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들은 그 자신들이 상대방을 비판할 때 썼던 용어 그대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과학을 벗어나 사회와 역사와 실천을 언급하는 시대, 그것이 바로 인류의 시대가 필연적으로 과학자에게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정현, 「인류세 논의의 역사와 의미: 인류세는 왜 공식 지질시대가 되지 못했나?」, 155쪽
연구안보가 정책적 의제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었다. (……) 특히 기술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가리지 않는 연구 자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연구자들이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 교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지 않게 연구안보를 위반한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축적됨에 따라, 과학과 글로벌 연구 생태계의 건전성과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연구안보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선인경, 「과학기술 안보화에 따른 연구 생태계 변화」, 163쪽
지금 문제는 인공지능이 이미 정답을 가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경
지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보고 공부하고 50수 정도를 따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정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예술이라기보다는 보드게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 음악이나 미술의 미래에 대한 우려들은, 바둑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이세돌·전치형,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 201-202쪽
결국 위긴스와 존스가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보여 주려는 것은 데이터 기술이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 기술의 역사가 수학적, 과학적 연구의 보편적 진보의 결과물이 아니라 독특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에 의해 진화한 것이라는 구성주의적 관점을 보여 준다. 데이터의 생성, 분석, 활용 방식은 누가 데이터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정부나 기업 등이 특정 사안에 어떻게 대응하려고 했는지, 당대 사회적 인식과 요구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위긴스와 존스가 데이터 기술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접근 방식 등과 관련해 과거에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했음을 강조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조수남,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본 권력과 프라이버시의 문제」, 211쪽
크리스 밀러는 『칩 워』에서 반도체 역사에서 정치경제적 단절과 충돌이 기술 발전과 산업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과 일본 간 기술 경쟁을 비롯해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발생한 기술적 충돌이 새로운 기술 질서와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하며, 기술 발전이 국제 정치와 경제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었다. (……) 밀러의 책은 이러한 복잡한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예리하게 포착하며, 기술 발전이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요인과 긴밀히 얽힌 과
정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한용주, 「실리콘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형성」, 220쪽
아세모글루와 존슨의 ‘기술 철학’은 기술의 가치 중립성에 근거하고 있다. (……) 그런데 STS에서 기술을 보는 관점은 이보다 좀 더 미묘하고 복잡하다. 기술은 시공간을 관통하는 네트워크가 접힌(folded) 상태이다. (……) AI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AI가 고유한 자율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데이터, 인간 행위자, 그리고 여타 비인간 행위자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STS는 기술의 이런 특성이 AI만이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기술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그래서 STS는 기술과 정치를 엄격하게 나누거나, 전문가와 시민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실천적 제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홍성욱, 「결국 선택의 문제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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