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장 흙과의 첫 만남
땅을 얻다
흙 놀이를 시작하다
모종 시장에 다녀오다
자꾸만 심고 싶어지는 마음
귀농의 애로사항
파란 토마토의 환골탈태
땅콩 농사 수확기
들깨 농사 수확기
서리태 수확기
방앗간에 다녀와서
비트차로 돈 좀 벌어 보려 했건만
고구마와 사과
3억 같은 30만 원
구증구포는 힘들어
2022년 농사 좌우명: 의(宜)로운 농경
작두질을 하며
물길을 내면서
2023년 농경(農耕) 총결산
충(蟲), 균(菌), 수(獸): 농사에 어려움을 더하는 것들
겨울에 농부는 무얼 할까?
2장 흙이 건넨 인생 교훈
나이가 다 이긴다
완숙한 평화는 언제 오는가?
출근길은 꽃길
출근길 단상
반로환동(反老還童)을 꿈꾸며
생활지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나는 어쩌다 요리를 하면서 콧방귀를 날리게 되었나?
요리 지옥의 기쁨
미니멀리즘은 사기다
십부장의 명령
굴착기 공사 이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나는 장 보러 밭에 간다
영업 회의
하늘도 나를 예뻐한다
월송리 마플 여사는 엉성해
도전과 응전
이른 한파, 갑작스러운 이별
가시오가피 닭, 그 화사한 맛의 향연
2월의 봄
3장 흙에서 만난 인연들
길에서 만난 개들
강아지 대통령은 괴로워
새 이웃을 만나다
아름다운 인생
길고양이를 만나다
짐승도 어미는 갸륵하다
개가 똥을 끊지!
두둑을 채우다
어느 고라니의 유사(類似) 농부 관찰기
짐승에게도 생로병사가 있다
타인의 불행 덕분에 오늘도 밥이 맛있다
공존의 이유
S를 추억하며
여자 엄마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흑풍이를 보내며
들깨 서 말의 비결: 들판을 쥐어짜다
서리태와 고라니
나의 이웃들
사람도 가고 삵도 가다
에필로그
작가 인터뷰
[본 문]
체력도 안 되는 주제에 신성한 노동에 대한 존중심과 열망만큼은 하늘을 찔렀다. 언젠가는 농사를 짓거나 목공을 하거나 한지공예품을 만들거나 막걸리를 빚으면서 살 생각이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강원도로 이사 오면서 어쩌다 농부가 되어 몸을 쓰며 살아 보니 좋은 게 한둘이 아니다.가장 좋은 건 ‘돈 버는’ ‘기쁨’이 ‘생생’하다는 것이다. 포인트가 좀 많다. 몸을 써서 돈을 벌었기 때문일까. 얼마 안 되는 이 소득조차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기쁨, 희열, 만족감, 이런 감정들이 너무나 커서 자신도 놀랄 지경이다. 처음으로 살아 있다고 느낀 해였다. 그러니 올해는 제2의 탄생 원년이다. (나 이제 한 살?)
- p. 83 중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요리인 줄 알았다면 자주 해 먹었을 텐데, 절차가 복잡한 줄 알고 해 볼 엄두도 내지 않고 살았다. 많이 알거나, 몰라도 배울 의지가 충만했더라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텐데. 아니, 앞으로 그렇게 살면 되는 거지. 인생은 돌아보면 아쉬움과 회한으로 가득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얻은 깨우침으로 미래를 보면 구름에 가려진 해가 나온 듯 환하다. 앞을 보고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p.163 중
다행이다. 늦게 심었다고 생각했는데 적기였다. 되는 놈은 엎어져도 금가락지라더니. 작물을 키우다 보니 식물이나 자식이나 매한가지구나 싶다.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 주며 정성을 쏟아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믿음으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탄력을 받으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농약 한 번 안 쳤는데 건강하고 무성하게 자라 내 키를 훌쩍 넘어선 들깨와 서리태를 보고 있으면 외경심마저 든다. 들깨는 꽃대가 나오고, 서리태는 꼬투리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건드리면 안 된다. 무성해서 들어갈 수도 없으니 잠시 관심은 접어 두는 것이 좋겠다. 기다림도 농사의 한 부분이다. 식물이든 자식이든.
-p. 204 중
인바디 검사 결과 지난 2년 반 동안 지방은 5킬로그램이 줄고 근육은 3킬로그램이 늘었다. 밤하늘 은하수 같던 가슴의 석회도 없어졌고 발톱 무좀도 없어졌다. 푸석푸석하고 거칠던 손톱까지 매끈하고 예뻐졌다. 키는 1.1센티미터가 컸다. 강남의 피부관리실이나 유명 트레이너도 좀처럼 해내기 어려운 일을 밭과 함께 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냈다. 자연 속에서 몸을 쓰는 삶은 건강하고 아름답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우연이 이끌어 가고 내가 기꺼이 받아들인 뜻밖의 생의 순간들은 훗날 깜깜한 밤처럼 고적한 시간에도 기억 속에서 반딧불이의 군무처럼 빛날 것이다. 아니 빛나지 않아도 좋다. 그저 먼 훗날, 하데스의 평화가 가까워질 때 신경림 시인처럼 “지금 나는 병상에서 행복하다”(『그리고 나는 행복하다』에서 인용)라고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에필로그 중
이 책을 쓰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게는 ‘쓰기’가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결을 다듬고 ‘나다움’을 증명하는 방법이었어요. 저는 글을 쓸 때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 적는데요.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직면하는 새로운 것들이 이야기가 되어 마구 흘러나오더라고요. 그 기록이 하루 이틀 모이다 보니 이렇게 책이 되었네요.
- 작가 인터뷰 중
강원도의 도시농부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삶이 벼랑 끝에 몰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너무 위태로웠거든요. 가구에 빨간 딱지를 붙이고 살기도 했고요. 이십여 년에 걸쳐 네 번의 실패 뒤처리를 하고 나니 쉰이 다 되어 가는데 더 이상 감당할 힘이 없더라고요. 번지 점프를 해본 적은 없지만 비유하자면 뛰어내리기 직전의 공포를 더는 견딜 수 없어 도망쳤다는 게 맞을 거예요. 마침 딸이 같이 강원도로 가자고 제안했어요. 그 제안이 없었다면 아직도 도시에서 조마조마한 삶을 살고 있었을 거예요.
- 작가 인터뷰 중
힘든 농사 일을 하면서도 ‘황홀하다’라는 느낌을 받을 만큼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장면이 ‘황홀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가 어둑어둑하길래 허리를 들었는데 때마침 산 위로 제 얼굴만 한 달이 조금씩 떠오르더라고요. 완전히 동그래질 때까지 넋을 잃고 봤어요. 그날 달이 슈퍼 문이었다는데 사백 년 만에 온 핼리 혜성이라도 본 것처럼 뿌듯했어요. 마른 흙에 균열을 일으키며 감자 싹이 올라올 때 그 여리면서도 강인한 초록 잎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실 거예요. 고라니, 두더지, 너구리, 살모사 같은 야생동물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지그시 바라보는 일도 곧잘 일어나는데 연애할 때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강렬한 스파크가 튀긴답니다. (웃음) 제 키가 넘게 잘 자란 농작물들이 밭을 가득 채운 풍경은 늘 황홀하고요.
- 작가 인터뷰 중
농부로서의 삶을 통해 작가님이 느낀 ‘인생 2막’의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변화’ 혹은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삶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보상해 준다는 것이에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은 유쾌한 긴장감을 줘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습득도 즐거움을 더해주고요. 매뉴얼처럼 예측 가능한 사건과 업무가 반복되는 직무는 지루하고 재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농사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어요. 날씨처럼 통제 불가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이나믹합니다. 인생 1막은 어머니, 혹은 아내, 경제인과 같이 외부에서 요구하는 삶을 살았지만, 인생 2막은 나의 내부에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합당하다고 봐요.
- 작가 인터뷰 중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리뷰를 남기고 다른 독자들과 함께 공유해보세요.
안내 열기구매(배송/수령완료) 후 리뷰를 작성하시면 적립금 300원을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