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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69093484 |
|---|---|
| 쪽수 | 30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AI추천 이유
★ 김인정 작가, 조세영 감독 강력 추천
아기 슈퍼마켓의 나라
작위적 비존재 ‘고아’들의 귀환
2013년 민법과 입양특례법의 개정은 가정법원이 모든 아동의 입양을 결정하도록 했다. 사인私人에게 지워졌던 일이 마침내 공적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국은 70년간 20만 명을 입양 보낸 최대 최장의 아동 송출국이다. SK 사건은 기존의 입양 기관이 설정한 경로에서 벗어났다는 근거로 불법이라 판단됐지만 대체 무엇이 불법이고 아닌지, 사적 기관이 중개하는 국제입양은 적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제3세계 국가로부터 아이를 구하자’ ‘이 아이는 내게 오기로 운명 지어졌다’는 서사들로 정당화됐고 ‘국제입양 아동 대부분은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슬로건으로 떠받쳐졌다. 양육 능력이 없는 미혼모들에게서 아이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며 그들의 팔자가 꼬이지 않도록 돕고 심지어 아이는 부잣집에서 잘 키워준다는 신화는 불법과 탈법을 동원하며 한국 사회에 팽배해 있다. 따라서 이를 해체하려면 국제입양을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국제입양은 아동복지정책도 자선사업도 아니다. 그냥 글로벌 비즈니스다.” 낸시 프레이저가 자본주의를 경제 유형으로서만 보지 않고 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 착취와 수탈이 얽힌 사회의 한 유형으로 다시 봤듯, 국제입양 역시 제국주의 및 식민주의가 뒤얽히며 출현한 거대한 글로벌 비즈니스로 관철되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자본을 유통한 것은 국가다. 1980년대 초 한국 입양 기관으로 들어오는 금액은 아동 1인당 3000달러였고 70여 년간 항상 한국의 1인당 GDP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국가는 아동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데 최적화된 사법 체계를 유지하며 산업을 지탱했다. 국제법과 인권 규범은 출생‘등록’을 통해 국가의 적극적 책무를 강조하지만 한국의 출생‘신고’는 부모의 신고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 전부다. 서구에서 이식해온 법제는 피상적인 모방에 그쳤으며, 이로써 국가는 처절히 실패한다. 특히 1960년 ‘고아’로 위장 등록되어 마치 주인 없는 물건처럼 국외로 처분된 아이는 수천 명에 달한다.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발행한 고아호적, 고아증명서, 후견인 증명서, 후견권 인수인계서는 아동의 정체성 권리를 침해해온 국가 폭력의 증거로 제출되었다. 지금 그렇게 삭제되었던 국제입양인들이 한국 사회로 돌아오고 있다.
태어난 나라에서 자기 문화와 정체성을 유지하며 자랄 권리는 모든 사람의 근본적 인권이다. 국제입양인들이 말하는 ‘정체성을 알 권리’란 단독자로서 존재하려는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열망과 닿아 있다. 부패한 역사를 찢고 지금 우리 앞에 출현한 과거는 이 책의 다음 장에 무엇을 쓸 것인지 묻는다. 관련자 누구도 큰 타격을 받지 않은 채 기억에서 안전하게 삭제된 SK 사건을 되살리는 일은 ‘다 아기를 위한 것’이라는 알리바이와 공모의 유혹을 털어내고, 정범이 되지 않을 최후의 기로 앞에 우리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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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태어난 지 15일 만에 미국으로 들어가려던 SK는 불법 입양을 시도한 미국인 부모의 집에서 5개월간 함께 살았다. 위탁 가정을 수소문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아서다. 이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법정 공방을 하는 동안 아이는 이미 그 가정에서 애착 형성기를 보냈기에 한국으로 되돌리는 일은 오히려 비난을 살 법했다. 더욱이 불법 입양을 시도한 미국 가정은 막대한 부를 보유한 데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어 여론전에서 훨씬 더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다. 한국의 입양 기관들은 선진국이고 부잣집이면 불법이라 해도 대체로 입양을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아이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이뤄진다. 이 르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아동 최선의 이익’을 놓고 거기서 이탈하는 모든 요소를 되돌리는 분투의 과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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