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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86767629 |
|---|---|
| 쪽수 | 272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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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은 시각에 강하게 의존한다. 그래서 농인을 종종 보는 사 람 ‘시인 視人’이라고도 부른다. 대화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과 눈을 마주쳐야 한다. 수어로 소통하거나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인은 청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세상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나지막이 날아가는 비행기나 목이 쉬도록 울어대는 수탉때문에 새벽잠을 설칠 필요가 없다. 혼잡한 거리의 차 소리나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방해받지 않으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없이도봄을 맞이한다. 또한 기차 안에서 옆 사람이 휴대전화 로 통화하는 내용이나, 카페의 옆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열띤 토론을 굳이 들어야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농인은 시야에 없는 사람이 등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즉시 알아차릴 수도 있다. 진공청소기를 돌릴 때는 바닥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고, 문이 열리는 순간 밀려 들어오는 미세한 바람의 흐름도 체감할 수 있다. 어떤 청인도이들처럼두 손과 표정, 몸짓으로 한 편의 시를 그토록 격렬하게 표현하지는못한다.
여덟 명의 농인이 들려주는 그들만의 사는 이야기를 이 책의 한 복판에 담았다. 거기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난청 남학생과 어느 수어통역사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모두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동안 아주 은밀한 기억과 인상 깊은 경험을 내게 나누어 주었고, 그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신뢰에 이 기회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의 역할은 그들의 대화 상대이자 대변인이 되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가능한 한 내가 들은 이야기와 흡사하게 이들의 초상화를 묘사해 내려 애썼다. 이 과정에서 내가 기여한 것이 있었다면, 인터뷰 대상을 고르고 질문을 모으고, 또 그들의 답변을 분석한것 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모자이크 그림이 완성되었다. 열 개의 운명이 저마다 만들어낸 열 개의 다양한 관점을 종합했다. 이 모자이크 그림을 구성하는 유리 돌은 저마다 울긋불긋 각양각색으로, 그 돌을 연결하는 줄눈도 여기는 이렇게 넓은데, 저기는 너무 좁아서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 자들은 한 걸음 물러나 멀리서 그림 전체를 감상하기를 권한다. 대다수가 청인인 사회에서 전혀 혹은 잘 듣지 못하는 농인으로 살아 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수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은 청각 장애인에게 일종의 유익을 의미하는 선택사항인가 아니면 오히려 의사소통의 장벽을 없애기 위한 필수 조건인가?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장마다 특별히 다뤄지는 주제 다음으로 소개되는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에 대한 답변이 되기도도면서, 또 다른 질문을 담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지금까지 어떤 청인이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새로운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한스요르 그롯에게 특별히 감사하고 싶다. 그가 내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가며 수시로 던져온 신랄한 질문들은 내게 매번 새롭게 고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가족과 세 심한 독자들, 내 원고를 세밀히 감수 및 교정해 준 바바라부허에게 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내 프로젝트에 끊임없는 활기를 불어넣어 준 베르나데테뮐레바흐에게도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녀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없었다면, 이 모자이크를 완성하기까지 그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나는 어쩌면 용기를 잃고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또한, 재정적인 후원을 해 준 취리히 키와니즈 클럽(역자 주: 어린이를 위한 국제 봉사 기관)의 여성 회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년 요나에서
요한나 크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