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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마음 교육 - 젊은 부모를 위한 장자 이야기

  • 이성미
  • 인간사랑
  • 2024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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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88974188733
쪽수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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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역사 >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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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은 엄마가 된 장자 연구자가 언젠가 엄마가 될 딸을 위해 쓴 철학에세이다. 전국시대 제자백가 대부분이 태평성세를 꿈꿀 때, 장자는 모든 질곡桎梏(쇠사슬과 쇠고랑)으로부터 해방된 개인의 자유를 꿈꿨다. 그는 자유를 억압하는 질곡의 실체를 파헤쳤고, 그것이 ‘나(ego)’를 고집하고 확장시키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됨을 깨달았다. 장자는 자신의 글이 경전이 되고 자신의 메시지가 교리가 되는 것조차 경계하며,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모호한 우화들을 남겼다. 저자는 장자의 우화들을 부모의 시선으로 읽고 해석해 들려준다.

보통의 부모교육서가 아이를 위해 부모가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다루는 데 비해, 이 책은 아이가 아닌 부모를 위해 쓰여졌다. 부모가 스스로를 옭죄던 마음의 질곡을 발견하고 자유로워지길, ‘나’를 비운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품게 되길 바라며.

아이는 부모 품에서 자란다. 부모 품의 크기가 아이가 살아갈 세계의 크기가 된다. 그 품의 온기가 아이가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온도를 결정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교육서나 아동심리학을 탐독할 필요는 없다. 품이 크고 따뜻한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좋은 부모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넓은 품을 지닌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다. 자신을 둘러싼 광막한 세상과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소리 없이 기도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처음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품을 지닌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희생하고 기대하고 상처 입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람, 우린 그의 품에 기대어 쉬고 떠들고 놀다가 어떤 미안함도 없이 그를 떠나고 잊을 수 있다.

 

‘마른 웅덩이에서 서로를 위한다며 아가미에 침을 뱉어주는 물고기들과, 강과 호수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는 물고기들, 당신이 물고기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소?’

장자의 물음에 답합니다. 나는 아이가 ‘나’를 까맣게 잊은 채 강과 호수에서 자유롭게 헤엄쳤으면 좋겠습니다. 한껏 호수를 누비고 돌아와 작은 지느러미를 팔랑이며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 진짜 멋진 호수야!’

기억해보면 아이에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바라는 것도 욕심일지 모릅니다. 좁은 산도를 빠져나오느라 뾰족하게 눌린 머리, 푸르스름해진 손가락, 자지러질 듯한 울음, 힘겹게 뜬 한쪽 눈. 내가 견뎠던 산고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고통을 견디고 아이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슴에 올려진 아이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이 작고 경이로운 존재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일렁이는 생명의 그물 가운데 하나의 그물코입니다. 나를 통과해 또 하나의 그물코가 만들어진 것일 뿐 바지런히 코바늘을 놀리며 그물을 뜨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노자와 장자가 말한 ‘겸허’의 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장자는 겸허를 ‘탁부득이託不得已’,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에 기대는’ 삶의 자세라고 설명합니다. 세상엔 나의 욕망과 의지로 넘어설 수 없는 일들이 있습니다. 나는 부득이의 바다에 띄워진 작은 배를 타고, 끝이 언제인지 모를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해류를 타고 온 아이의 배를 만났습니다. 나는 어리석게도 아이의 배를 나의 배에 묶어두려 시도했습니다. 아이의 배에 나의 이름을 새기고 기억해주길 바랐습니다. 아이가 이룰 성취와 실패, 명예와 오욕이 나의 것인 양 불안해하며 아이의 뱃머리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아이의 배를 나에게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인도합니다. 그곳은 내가 매달아준 과거의 돛으로는 항해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내가 묶어둔 불안의 닻으로는 편안히 머물 수 없는 세계입니다. 나는 이제 텅 비고 고요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나의 사랑이 그림자가 되지 않길. 나를 잊고 세상과 노래하길.

다시 장자의 물음에 답합니다. 호수 이 편과 저 편에서 서로를 잊고 헤엄친다 해도, 들녘 이쪽과 저쪽에서 서로를 잊고 노래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지금 아이의 아가미를 거친 물과 아이가 내쉰 숨을 마십니다. 우린 같은 호수, 같은 공기 속에 삽니다. 잊혀진다 해도 외롭지 않을 겁니다. 부모와 아이는 이어진 그물코니까요.

- 『장자 마음 교육』 후後 가운데

목차

[목 차]

서 序 8

 

01 내가 낳았지만 나의 것이 아니다 - 생이불유 生而不有 15

02 생生은 명命이다 - 안명 安命 31

03 거목은 목재가 되지 않았다 - 불물어물 不物於物 45

04 바다새 죽이기 - 이기양양조 以己養養鳥 61

05 강요된 사회성에 대하여 - 상망 相忘 77

06 부러진 칼날, 부모도 아프다 - 무후입유간 無厚入有閒 95

07 말없는 가르침 - 불언지교 不言之敎 111

08 자유로운 마음으로 변화를 타다 - 승물이유심 乘物以遊心 129

09 향유를 위한 소유 - 함닉 緘溺 147

10 나를 잃다 - 상아 喪我 161

11 마음의 공간 空間 - 악출허 樂出虛 173

12 일곱 개의 상수리 - 휴호천균 休乎天鈞 189

13 함께 있고 싶은 사람 - 재덕 才德 205

14 살기 위해 삶을 소모하다 - 외치 外馳 217

15 노래 부르는 아이 - 유 遊 233

 

후 後 248

 

부록 『장자』「소요유」 원문과 해석 251




[본 문]

장자에게 묻다

 

복숭아처럼 부드럽고 여린 아이 엉덩이에 붉은 손자국이 선명했습니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만큼 저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부모로 위장한 가해자는 폭력을 합리화할 이유를 찾아 ‘이렇게라도 가르쳐야 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알고 있었습니다. ‘널 위해서’라고 포장하기엔 송곳처럼 뚫고 나온 나의 욕망과 의지가 너무 노골적이었음을. 그것은 그저 위력을 가진 자가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다른 인격을 향해 자신의 위력을 행사한 것일 뿐 가르침도 사랑도 아니었죠. 부모라는 존재가 갖는 무모한 욕망과 그것을 실현시킬 힘이,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늦었지만 부모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전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습니다. 영원히 용서를 구할 수 없는, 그래서 내 모든 질문의 그림자였던 아버지에게 따듯한 안녕을 고할 수 있게 해줄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런 기도 속에 선택한 과였습니다. 하지만 입학 후 만난 것은 천재들의 난해한 개념들과 밀려오는 열패감이었죠. 그렇게 전공을 선택했던 이유마저 흐릿해질 무렵, 홀연히 제 기도에 응답해 준 이가 장자였습니다. 전 다시 그를 불러 물었습니다.

 

“이제 그때의 아버지처럼 나도 부모가 되었어요. 언젠가 아이가 홀로 설 때 마치 부모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나를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여전히 아이인 채 부모가 된 저의 질문에 장자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의 해석은 듣는 이의 몫입니다. 제 귀엔 ‘나를 잃어喪我’ ‘서로를 잊는다相忘’는 장자의 독특한 사랑법이 유난히 크게 울렸습니다.

노자 『도덕경』에는 “천지는 불인하기에 만물을 추구처럼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는 표현이 나옵니다. 노자가 활동했던 당시 사람들은 ‘천지가 인仁하다’, 다시 말해 ‘우주는 만물을 사랑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노자는 우주가 만물을 사랑하기는커녕 추구처럼 여긴다고 일갈합니다. 추구는 제사 지낼 때 썼던 풀강아지(풀을 엮어 만든 강아지)인데, 정성 들여 만들지만 한 번 제물로 쓰고 나면 다시 쓸 수 없었다고 합니다. 두 번 쓸 물건이 아니니 누구도 그것을 갖겠다고 집착하지 않고, 내 작품이라며 자랑하지도 않고,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까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겠지요.

무엇을 추구처럼 여긴다는 말엔, 그것이 ‘나’의 무엇이 아니라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내 소유의 대상도, 내 삶의 의미도, 내 모든 계획의 끝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를 잠시 괄호에 넣고 그와 무심히 동행할 때 비로소 그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부모와의 동행이 끝나고 홀로 자기 길을 걷게 될 때, 아이는 자신을 풀강아지처럼 사랑해준 부모를 잊은 채 말할 것입니다. 난 스스로 성장했어!

장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른 웅덩이에서 서로를 위한다며 아가미에 침을 뱉어주는 물고기들과, 강과 호수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서로의 존재조차 모르는 물고기들, 당신이 물고기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소?’

출판사 서평

장자에게서 찾는 참교육의 지혜

『장자』를 읽으며 교육을 묻다

 

이 책은 한국교육학회 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한 논문 “장자사상을 통해 본 부모마음교육”을 보통의 부모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 쓴 교육 에세이입니다.

장자 내편의 많은 이야기들은 물음표로 끝납니다. 삶과 세상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선 ‘난 답을 모르겠는데, 아는 사람?’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질문에 답이 있거나 알면서도 말해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물음에선 자신의 우둔함을 탓하며 진심으로 답을 구하는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그 물음표를 마음에 담습니다. 그의 질문을 되뇌고 스스로 답을 하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장자의 이야기책이 진정한 ‘교육서’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 이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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