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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 미우라 시온
  • 임희선
  • 하빌리스
  • 2025년 0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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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42307812
쪽수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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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06년 ‘나오키상’, 2012년 ‘서점대상’, 2018년 ‘시마세 연애문학상’ 등

일본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표 작가로 우뚝 선

미우라 시온의 재미, 감동, 힐링의 앙상블

‘SNS’로의 소통이 일반화된 시대, 편지 한 통으로 사람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듯 저자인 미우라 시온은 『먹의 흔들림』을 통해 진심 어린 소통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친근한 인상의 호감형 호텔리어인 쓰즈키와 자유분방하지만 서예만큼은 진심인 도다. 성격도 하는 일도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은 편지 대필 일을 함께 하면서 서로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소소하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일상에 서서히 스며드는 두 사람.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과거를 지닌 도다와 무난한 인생을 살아온 쓰즈키 사이에 예기치 못한 오해가 생긴다. 열정을 담은 붓글씨로 의뢰인의 ‘희로애락’을 전하는 쓰즈키와 도다. 그들의 진심도 서로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백미다. 두 주인공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요소요소 숨어 있는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 차]
  

1~5

 

감사의 말

주요 참고 문헌


[본 문]
  

규모가 큰 호텔에는 전속 필경사가 상주하여 수려한 붓글씨로 초대장 봉투에 주소를 적어주곤 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다양한 폰트로 얼마든지 쉽게 프린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행사의 초대장은 붓글씨로 직접 써야 무게가 있다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나 비용 측면을 고려하면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으나 어떤 느낌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 손글씨로 적혀 있으면 보낸 사람의 진심이 담긴 느낌이 들기는 한다. (…중략…) 등록을 희망하는 서예가들이 주소 등을 붓으로 적은 샘플을 호텔로 보내온다. 호텔 측은 그런 샘플들을 잘 보관해 두었다가 고객에게 그 파일을 보여드리고 그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고르면 호텔 측에서는 지명된 필경사에게 연락해서 초대장 명단과 봉투를 보낸다. 그러면 필경사는 봉투에 초청자의 이름과 주소를 붓글씨로 써서 정해진 날짜까지 호텔로 보내주는 식이다.

-17~18쪽

 

“도다 가오루 씨?”

학생들 책상 사이를 누비며 장식벽 쪽으로 걸어가는 남자의 등에 대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응?”

하고 약간 뒤를 돌던 남자의 눈에 학생이 붓을 놀리는 종이가 슬쩍 보였는지

“아~니, 누가 종이에다 장난치라고 그랬어?”

하며 3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들켰다!”

하며 남자아이가 웃었다.

“작은 쌤이 너무 빨리 왔잖아요.”

‘작은 쌤’은 ‘작은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이 남자가 도다 가오루였구나. 얼굴은 여자들이 졸졸 따라다닐 정도로 꽃미남에다가 붓글씨까지 잘 쓴다는 말인가? 더구나 학생들도 좋아하고 따르는 모양이다. 외모와 재능을 이렇게 한 사람에게 몰아주다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으냐고 속으로 하늘을 원망하며 투덜거렸다.

-36~37쪽

 

“편지 대필이 무슨 상담 같은 느낌이네요.”

내가 말했다. 내 문장이 하루토의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일 텐데.

“그럴지도 모르지. 지카는 대필업이 적성에 맞는 것 같은데. 뭔가 편하게 말을 꺼낼 수 있는 분위기도 있고.”

“아니, 됐습니다. 너무 피곤해요. 저보다도 도다 씨가 더 잘하실 것 같은데요. 초등학생 글씨체까지 쓸 수 있다니.”

“할배 말에 따르면 내가 쓰는 글씨는 본질을 모르는 단순한‘흉내 내기’라던데.”

도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난 남이 하는 이야기를 잘 안 들으니까.”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그러고 보니 아까 갑자기 무슨 외국인들 이름이 나오던데.”

하며 도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믹키의 친구는 쓰치 한 사람밖에 없던 거 아니었나?”

무슨 소리인가 잠시 기억을 되짚어봤다.

“조반니와 캄파넬라 말이죠?”

이제야 생각이 나서 물었다.

“《은하철도의 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입니다.”

“뭔가 했더니 소설 이야기였군. 난 또 믹키의 이야기 중에 못 들은 부분이 있나 했네.”

도다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루토는 쓰치야 말고도 다른 친구들이 생겼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역시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91~92쪽

 

“지카, 소고기 맛있게 먹었지?”

“네에, 하지만 그건 도다 씨가 ‘사양하지 말고 먹으라’라고 해서…….”

“아무튼 먹었잖아?”

“그렇죠.”

“그래, 그럼 대필을 돕는 걸로.”

도다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단정 지었다.

“역시 그거였군요!”

하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창가에서 햇볕을 쬐던 가네코 씨가 ‘되게 시끄럽네’ 하듯이 귀를 작게 팔랑거렸다.

“저기요, 왜 제가 대필을 같이해야 하는 거죠? 도다 씨가 하겠다고 한 일이면 알아서 직접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중략…)

“아니, 우리 한번 따져보자.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오늘 우리가 먹은 고기가 얼마짜리인지 알아? 자그마치 100그램에 2천5백 엔짜리야.”

“아니, 그걸 물어본 거예요?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니에요?”

“보수를 분명하게 해둬야 일할 마음이 생기지. 우리 둘이서 한 500그램은 먹어 치우지 않았나?”

으윽. 지난번 천왕배 레이스에서 따기만 했어도 오늘 내가 먹은 고깃값은 물론이고 아예 통째로 살 만큼의 돈을 던져주고 발을 뺄 수 있는 건데. 대필을 부탁한 사람은 우마이봉 1천 개 이상 살 수 있는 돈을 내놓은 셈이다. 뱃속에 있는 쇠고기가 갑자기 자기주장을 시작해서 나는 배를 살살 문지르면서 물었다.

“그렇게 고급 쇠고기를 사 오면서까지 대필을 부탁한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요?”

-130~131쪽

 

도다는 새로이 붓에 먹물을 찍은 다음 벼루에 가볍게 문질러 붓끝을 가지런히 다듬었다. 그러면서 왼손으로는 화선지 귀퉁이를 잡더니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붓을 화선지에 댔다. 그 뒤로는 마치 눈앞에서 마법을 보는 듯했다. 붓을 통해 화선지로 옮겨 간 먹물 한 방울이 어느새 글씨의 모양새로 섬유 사이에 스며들어 검은 궤적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매끄럽고 거침이 없는 붓놀림이었다. 물론 도중에 먹물을 찍기 위해 붓이 벼루에 잠깐 들릴 때가 있었지만 그조차도 화선지 위에 만들어지는 글씨의 완급 중 일부, 글씨의 수려한 곡선과 하나가 된 행동으로 보였다. 숨도 쉬지 않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도다는 글씨에, 아니 글씨의 검은색과 화선지의 흰색이 빚어내는 아지랑이 같은 환영 속에 녹아들어 그 일부가 된 것처럼 보였다.

-207쪽

 

눈앞에 보이는 도다 서예 교실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뾰족한 삼각 지붕과 격자무늬 창살이 박힌 볼록 창문. 미닫이 현관문과 나무판자로 된 벽. 서양식과 일본식이 섞였으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사람 냄새 나는 집. 문기둥에는 여전히 가마보코 판자에 ‘도다 서예 교실’이라고 적힌 명패가 보였다. 야스하루 씨가 물려준 소중한 서예 교실을 도다가 그만두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 순간만큼은 셔터의 원한도 잊고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런데 막상 기세 좋게 오기는 했어도 도다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마음속의 생각이 말이라는 모양새를 갖추지 못한 채 모호한 형태로 머릿속을 떠돌아다닐 뿐이었다. 그래도 얼굴을 보면 인사 정도는 나오겠지 하며 무작정 부닥쳐보기로 하고 현관 옆의 초인종을 눌렀다.

-295쪽

출판사 서평



영혼이 담긴 글씨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붓글씨로 타인의 마음을 대필하는

두 남자의 경쾌한 앙상블

 

『먹의 흔들림』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우라 시온의 장편소설로, 호텔리어인 ‘쓰즈키’와 서예가인 ‘도다’가 편지 대필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특히 직접 쓰는 붓글씨로 의뢰인의 ‘희로애락’을 대신 전하는 ‘필경사’라는 소재는 오늘날 ‘SNS’를 통해 주로 소통하는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인터넷이 일상생활로 들어오기 전, 자필 편지나 문서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던 향수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도쿄에 위치한 미카즈키 호텔에서 근무하는 쓰즈키는 자기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는 호텔리어다. 고객의 요청으로 초대장 봉투에 붓글씨로 주소를 적는 대필 일을 맡기기 위해 필경사이자 서예가인 도다를 찾아간 쓰즈키는 아이들에게 독특한 말투와 교습 방식으로 서예를 가르치는 ‘괴짜’ 같은 모습에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도다와 함께 편지 대필 의뢰를 맡아 하면서 쓰즈키는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의 태도와 수려한 붓놀림, 서예를 대하는 진중한 모습에 인간적인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때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씩 맞추어 나감으로써 심적 공감대를 키워간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 쌓이면

이 냇가에 또다시 오려네.”

진심을 다한 붓글씨로 전하는 마음

 

미우라 시온은 도다의 붓놀림을 표현함에 있어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마치 독자에게 실제 서예가의 붓글씨를 실연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에서 도다의 붓글씨는 대필을 부탁한 의뢰인의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쓰즈키와 도다 간의 심적 거리를 줄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히 쓰즈키는 도다의 강하고 유려한 붓놀림과 온 마음을 다해 붓으로 쓴 한시(漢詩)를 보면서 자신이 몰랐던 서예가로서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君去春山誰共遊/鳥啼花落水空流/如今送別臨溪水/他日想思來水頭

“그대 가고 나면 봄 산은 뉘와 함께 노닐까? 새 울고 꽃 떨어지고 하릴없이 냇물이 흐르네. 지금 냇가에 서서 그대를 떠나보내니, 그대를 그리는 마음이 쌓이면 이 냇가에 또다시 오려네.”

- 본문 중에서

 

이 한시는 도다가 쓴 당나라 시인 유상(劉商)의 〈송왕영(送王永)〉이다. 옛 선비들이 서로 시를 지어 속마음을 전했듯, 쓰즈키와 도다도 한시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마음의 거리를 좀 더 좁혀 간다. 이 과정을 통해 쓰즈키는 서예를 대하는 도다의 진심과 그가 겪어온 삶을 이해하게 된다. 이후 어떤 사건으로 두 사람이 소원해졌을 때, 쓰즈키는 도다가 건네준 시를 보면서 그들의 우정을 되새긴다. 즉 영혼을 담은 붓글씨가 의뢰인의 마음뿐 아니라 도다와 쓰즈키의 마음도 서로에게 전한 셈이다. 이렇듯 도다의 붓글씨는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라 할 수 있다.

 

| “잘 모르거나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돕고 보완하는 게 바로 파트너 아니겠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소통에 대하여

 

저자는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소통법이 무엇인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이 어떤 것인지 일깨워준다. 쓰즈키와 도다의 관계를 통해 저자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해보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쓰즈키는 도다를 이해하고 맞춰나가는 과정 속에서 서예가로서의 곧은 정신과 붓글씨에 대한 열정을 발견했고, 도다 역시 쓰즈키에게서 타인에 대한 공감력과 배려심을 찾아냈다. 서로의 삶의 방식과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의 장점으로 보완하면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백지 위에 수려하게 펼쳐지는 붓놀림처럼 쓰즈키와 도다의 마음을 나눈 우정은 독자에게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미우라 시온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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