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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59067947 |
|---|---|
| 쪽수 | 21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AI추천 이유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왜 법조인 출신이 한국 정치판을 휩쓰는 걸까? 법조 출신 정치인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해도 언제든지 변호사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와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 모델’이 한국 정치판에서 잘나가는 정치인의 모델이 되었다. 법과 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을수록 사법고시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믿을 수 없는 법에 대한 공포 때문에 법에 대한 사랑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법을 다룰 수 있는 면허는 권력과 부를 동시에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더 높았다. 특히 사법고시는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적 증거’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법연수원은 ‘부족주의 양성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법조인에게 특권의식과 더불어 부족주의를 키워주는 곳이 되었다.
한국은 사회의 모든 활동적인 요소를 태풍의 눈인 중앙권력을 향해 치닫게 하는 ‘소용돌이 사회’다. 서울 초집중화 체제는 한국의 최대 특수성이라고 할 만하다. “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한다.” 그런데 법조 특권주의의 동력은 ‘소용돌이 사회’인데, ‘소용돌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 사람들이 ‘법조 특권주의’를 비난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으니 이런 내로남불이 어디 있는가? 또한 법조공화국은 법조인이나 관(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법고시 합격자를 대하는 일반 국민의 자세와 태도도 큰 영향을 미친 ‘민관합동’의 결과다. ‘중앙과 정상을 향한 맹렬한 돌진’이 학벌주의와 결탁하면서 보통 사람들까지 ‘법조 특권주의’의 잠재적 고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잖은가? 그러니 내 가족 중에서 법조인 나오게 만들면 된다는 게 해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윤석열의 몰락’과 ‘서울대 법대 정치인’
윤석열은 공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부인을 자신의 우상으로 섬기면서 그 우상을 기쁘게 해주는 걸 국정 운영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온 사람이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참패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민주당의 공격을 견디다 못해 12·3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미친 짓’을 저질렀다. 윤석열에게는 자기객관화 능력이 없을뿐더러 ‘현실 감각’이 없을 정도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성적인 측면에서 대선 후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면이 많았다.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충동적이고 자멸적인 사건이었다. 그가 “나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는 나르시시즘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자신의 ‘김건희 숭배’가 자신은 물론 김건희마저 망쳤으며, 더 나아가 정권과 나라까지 망쳤다는 것을 눈곱만큼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반지성주의 면모가 두드러져 서울 법대의 이미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법조 특권주의’의 대미를 장식할 실속형 특권주의가 바로 ‘전관예우’다. 이것은 끈끈한 동업자 의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현직 시절에 갈고 닦은 ‘원만함’이 이때에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런데 전관예우가 ‘사회 신뢰를 좀먹는 암 덩어리’이자 법조계의 후진적 악습인데도 전관예우는 사라지거나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관예우는 “윤리도 법도 모두 비웃는 요술 단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혹 무너질 수 없는 구조적이고 역사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들마저 평소엔 전관예우를 맹비난하다가도 막상 자신의 발등 위에 불이 떨어지면 전관 변호사를 구명줄처럼 여긴다. 우리 자신들도 막상 변호사를 찾을 때엔 ‘담당 검사를 잘 아느냐’, ‘담당 판사와는 어떤 사이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인간관계 또는 처세의 문제로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가 너무 많다. 법조 우대와 동경이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지난 수십 년간 줄기차게 반복되어온 전관예우와 관련된 대(對)국민사기극을 중단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모색해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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