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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

  • 나인경
  • 허블
  • 2025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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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93078488
쪽수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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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건 내 기억. 풍경과 소리, 체온과 마음, 그 순간의 모든 것이 온전했다.”

 

살아 있는 사랑의 기억을 타고 마침내 가능한 연결

허블에서 나인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2021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감정”(박솔뫼 소설가)을 느끼게 하며, “만져질 듯 생생한 이야기”(김희선 소설가)를 써냈다는 상찬을 받으며 등장한 나인경의 첫 번째 장편소설은 근미래 사회를 다루는 SF. 2035, 기술을 통해 인간은 기억을 손쉽게 저장해 지우고 되살릴 수 있게 되었다. 초거대 기업 유니언워크가 개발한 ID칩은 인간의 뇌와 클라우드를 연결해 편의를 약속했지만, 사용자들의 기억에서 지속적으로 감정을 제거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소설은 정한이라는 두 인물을 통해 전개된다. 어린 시절 ID칩 생체실험에 희생된 두 아이. 세월이 흐르며 그 둘은 서로의 생활을 모르는 채 각각 프리랜서 방송작가와 AI 챗봇 설계자로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실험 당시 다섯 아이의 의식을 동시에 주입한 채 살아야 했던 안과, 기억을 끊임없이 파편화하는 실험의 대상자였던 정한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은 ID 칩 서비스를 사용해서 기억을 소거하는 서비스를 받고 정한은 반대로 기억을 복원하는 서비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 두 사람 안에 설명할 수 없는 공허와 그리움이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 한편 전 세계의 유니언워크 사용자들에게는 기묘한 메시지가 도착한다. 저마다의 감정을 깊이 환기하는 문구. 읽는 순간 사용자들은 잊고 있던 기억을 강렬하게 떠올리며 혼란에 빠지는데….

『도시의 소문과 영원의 말』은 기억과 감정에 대해 탐구하며, 여전히 서로를 찾아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없음있음’, ‘사라짐연결사이를 오가며 소멸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마음을 소설에서 길어 올린다.

기술적 디스토피아를 놀라울 만큼 치밀하게 그려내면서도 맑은 서정을 품으며 인간 마음의 꿈틀거리는 단단한 힘을 드러낸다.

사랑은 살아남는다는 고요한 믿음 말이다.

SF
와 로맨스 스릴러의 절묘한 결합.

영화 〈이터널 선샤인〉과 〈러브레터〉의 눈부시고 아름다운 고통을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권한다.

목차

[목 차]

1. 눈꺼풀의 뒤편에 남아 있는 007

2. 돌아오지 않는 것 023

3. 소문, 의뢰, 공격 039

4. 메모리 데이터 061

5. 너를 기억하는 사람 077

6. 도시 괴담 091

7. 식별자 107

8. 일인칭 훈련 131

9. 허공의 와플 157

10. 거칠고 올드한 방식 179

11. 천사는 환상이며 영혼은

생명체 안에만 존재한다 201

12. 최단 경로 219

13. 물속의 귀 241

14. 연약하고 위험한 부분 261

15. 어디로 가는 중이에요? 283

16. 메시지 혹은 구원 299

17. 우주의 마음 321

18. 어느 날 늦은 저녁의 신호가 337

19. 호수에 닿기 359

20. 한밤의 대화 377



[본 문]

생각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것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여름 풍경이 겹겹이 중첩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첩된 것에는 실감이 없었다. 안은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을 멈추면, 중첩은 사라졌다.

_11

 

정한은 그곳에 가닿기를 원했다. 거대한 세상과 연결되었던 순간으로, 안과 마주했던 순간으로.

_36

 

딸을 잃은 순간 여자의 세계는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의 문제는 세계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 끝이 난 세계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_164

 

너는 내게 기억을 보내겠다고 했지. 먼 길을 돌고 돌아도 결국은 내게 닿겠다고. 나는 네 신호를 알아볼 거야. 그 신호로 너를 찾을 거야.

_183

 

이건 사람의 감정이 정신 작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와 긴밀히 연결된 문제야. 쉽게 말하면 그 애를 알게 된 뒤로 네가 너로 존재하려는 의지가 평소보다 월등히 강해졌다는 뜻이지.

_185

 

사람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불안정해. 일반적으로 기억은 과거의 산물처럼 취급되지만 실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거야.

_189

 

감정이 살아 있는 기억 말이죠. 그걸 메시지로 전송한 뒤 사람들로 하여금 잃어버린 진짜 기억을 되찾도록 유도할 계획이었던 거예요.

_191

 

쉽게 말하자면 기억은 그대로 두고 기억에 깃든 감정을 지우는 거예요. 감정도 기억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는 걸 아실까요? 유니언워크는 다년간 사용자의 의식, 그 밑바닥부터 감정을 지워내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어요.

_212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병든 몸처럼 쉽게 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음을 두고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_250

 

조각난 과거와 텅 빈 현재, 알 수 없는 미래, 그 모든 순간들 속에서 나는 너의 잔상을 느껴. 희미하고 불완전한 너를 되찾지 못한다면 나는 무엇과도 제대로 연결될 수 없는 거야. 내 자신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로 언제까지고 부유할 뿐이겠지.

_275

 

산책을 하면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했어. 그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갈 거라고. 하지만 우리는 호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지.

_291

 

단 한 번의 메시지로 우리는 연결될 수 있을까? 단 한순간의 연결로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_319

추천사

    최진영 (소설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 속 세계관에 푹 빠져 지냈다. 나인경 작가는 기억과 존재, 사랑과 인간다움이 얽힌 심오한 질문을 매혹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망각이라는 거대한 폭포수 아래에서 살아가는 생명체 같은 기억을 생각한다. 그중에는 내가 나일 수 있게 하는 기억과 나를 잃게 하는 기억이 있다. 어떤 기억은 망각보다 강력한 힘으로 나를 내게서 떼어 낸다. 또 어떤 기억은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만약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간직할 수 있고 그 외 모든 기억을 빼앗겨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기억을 선택할 것인가? 단언컨대 나는 사랑의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내가 나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도 호수와 같은 사랑에 나를 비춰 보며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기억은 객관적 사실에 그 일을 겪을 당시의 감정이 더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므로 기억의 다른 이름은 그리움이자 고통, 후회이자 기쁨일 것이다. ‘나를 잃어버리는 훈련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날들에도 끝내 유령처럼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나를 기억하는 당신이 있어서다. 사랑과 기억에 관한 아름다운 진실을 알려주는 소설이 여기 있다.

출판사 서평

저자 소개
저자 : 나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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