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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4513124 |
|---|---|
| 쪽수 | 38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서양철학 > 서양철학일반/교양
AI추천 이유
철학의 슬픔을 넘어 기쁨으로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필요하다
슬픔과 기쁨은 대칭적이다
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지적 여정
철학자 문성원이 『철학의 슬픔』(2019)에 이어 후속작 『철학의 기쁨』을 펴냈다. 전작인 『철학의 슬픔』이 에드워드 호퍼의 〈철학으로의 외도〉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후속작인 『철학의 기쁨』은 에드바르 뭉크의 〈태양〉을 전면에 내세운다. 가장 오래된 학문이지만 또 가장 새로워야 할 학문인 철학이 위기와 위축, 슬픔을 맞던 때를 차분히 곱씹던 것을 넘어 마치 상반된 듯 보이는 ‘철학의 기쁨’을 논한다. 그렇다면 철학이라는 학문에 어떤 새로운 변화라도 생긴 것일까, 아니면 철학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급작스럽게 변화한 것일까?
저자 문성원은 “슬픔이 좌절이나 상실에서 비롯하는 느낌이라면, 기쁨은 유혹이나 보상으로 생겨나는 느낌”이라고 규정하면서, 철학이 위축과 반성, 슬픔의 시간을 맞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나름의 탐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면, 그 성과를 통해 주어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철학의 기쁨’과 ‘철학의 슬픔’은 상반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아무리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더라도,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비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따뜻함의 기쁨을 맛볼 수 없다. 뭉크의 〈태양〉에서 햇살이 다양한 색조를 띠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처럼, 철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저자의 글 하나하나가 독자를 그 햇살들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필요한 시대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철학적 향유
현대 프랑스 철학, 특히 에마뉘엘 레비나스와 자크 데리다 철학을 전공하여 여러 권의 관련 책을 번역하고 논문을 집필한 저자는 그야말로 프로 철학자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는 부제로도 밝히고 있듯이 ‘아마추어 정신으로 철학하기’를 주장한다. 흔히 비전문가의 서툶이나 가벼움 등을 연상시키는 아마추어 자세 혹은 정신을 ‘전문성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 정신’으로 재해석한 그는 몸소 다양한 분야와 주제, 장르를 넘나드는 철학적 향유를 보여 준다.
물론 저자가 주로 레비나스에 기대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사실이다. 주제 면에서도 환대, 용서, 타자성, 정의 등 레비나스 철학과 관련된 글들이 많다. 특히 「전체성과 무한의 이편과 저편」은 레비나스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 봐야 할 글로 꼽힌다. 그러나 그의 논의가 철학 텍스트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주제마다 관련된 우리의 현실이 언급되며, 연관된 문제의식하에서 논의가 전개된다. 필요에 따라 레비나스와 데리다 말고도 발터 벤야민, 루이 알튀세르, 조르조 아감벤, 슬라보예 지젝 등의 철학자들이 불려 나온다. 현대 철학의 얼개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글들이다.
그런가 하면, 생물학과 심리학 등 현대의 과학 지식에 대한 참조에도 인색하지 않고, 영화와 예술 작품을 끌어들여 논의하는 대목도 많다. 「동일자적 시간과 타자적 시간」에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와 그 원작인 필립 딕의 소설이 다루어지며, 「헤겔 바깥의 헤겔」에서는 이창동의 〈버닝〉이 무라카미 하루키와 윌리엄 포크너의 원작 소설과 함께 언급되기도 한다. 이렇게 장르를 넘나드는 유연성과 함께하는 잘 읽히는 문장과 세심한 표현은 ‘아마추어 정신’을 지닌 ‘프로’에 값한다.
독자에 대한 환대,
일화로 쉽게 풀어 나간 철학
“자네는 무엇 때문에 사나?”
“철학자는 창고지기라네.”
“이문열 씨, 당신은 프로가 아니란 말입니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한국 교수들이 나는 괴테를 전공했다, 나는 뭐 헤겔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괴테는 누굴 전공한 거고 헤겔은 누굴 전공한 거야?”
“적어도 지금 시대에 철학을 한다고 하면, 뇌과학, 인지과학 정도는 기본적으로 공부하시고 하셔야 그게 현대적 의미의 철학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위 인용구들은 이 책에 담긴 일화들 속에서 뽑은 것이다. 저자는 골치 아픈 ‘따져 생각하는 일’인 철학을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여러 일화를 통해 쉽게 풀어 나간다. 레비나스 철학 전문가답게 독자를 철학 논의에 친근하게 끌어들이려는 ‘환대’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강연을 듣듯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저자가 어떻게 철학에 입문하게 되었고 어떤 공부를 해 왔으며, 철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주체의 내부보다는 외부에 비중을 두는 외재성의 철학에 천착해 온 그의 지적 여정을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민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철학의 위기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포착하는 그의 시선 속에서 철학의 쓸모와 반등하는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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