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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62633108 |
|---|---|
| 쪽수 | 24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서양철학
AI추천 이유
성체뿐 아니라 각각의 형태가 동일한 무게, 동일한 중요성,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성체인 생명체가 보여주는 형태는 경이롭다. 그래서 이 성체 단계만을 완전하고 성숙한 것으로 인정하곤 한다. 성체 이전 모든 단계는 우리가 도달할 그 모습의 준비 과정이며, 성체 이후는 모두 쇠락이자 파멸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성인의 삶이란 수정 후 두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배아의 삶이나 죽음의 문턱에 선 노인의 삶보다 더 완벽하고 더 우리다운 것이 아니며, 더 인간적이고 더 완성된 것도 아니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삶을 펼치기 위해 되돌릴 수 없이 다양한 모습과 여러 몸을 거친다. 모든 생명은 변해가는 시간 속에 펼쳐지는 해부학적 행렬이다.
이 다양한 생명 형태들 사이의 관계를 메타모르포시스 개념으로 사유하는 것은 단순히 모든 목적론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각의 형태는 동일한 무게, 동일한 중요성,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모든 형태, 모든 성질은 서로에게서 기원하며 서로 동등하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과 ‘얽혀’ 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2장에서 자세히 묘사하는 곤충의 변태 작용을 통해 ‘변태’의 의미를 살아있는 모든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의 존재 방식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우리를 포함한 존재하는 모든 것이 끝없이 형태를 변화해가며 존재하는, 한 거대한 생명의 ‘변태’임을 일깨우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코치아가 만든 이 고치 속에서 우리는 하나이자 유일한 생명의 끝없는 변태를 경험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것이자 존재하는 모든 것이며 가이아다. 메타모르포시스는 세상 모든 것과 내가 ‘얽혀 있다’고 말한다. 그 얽혀 있음을 깨닫는 일은 우리 존재의 근본 조건을 성찰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고, 또한 먹는다. 먹는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생명체의 생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음식은 다른 생명의 형태로 살아갈 자양분이다. 그리고 영양 섭취의 형태로 그 자양분은 존재들을 순환한다. 모든 존재가 다른 존재와 접하고, 다른 종의 생명을 경유해 다른 존재가 되는 일은 필연적이다.
현대 철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근대 철학의 ‘주체’ 개념의 허상을 벗겨냈다. 코치아의 선택은 생명의 연속성 속에서 ‘자아’를 고찰하는 것이다. 이 자아는 결코 세계를 대상화하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될 수 없으며 모든 인식의 출발점에 설 수 없는 자아다. 그리고 ‘객체’ 역시 ‘주체’에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메타모르포시스는 이질적인 생명의 형태들과 이질적인 세계들이 ‘하나의 유일한 생명의 흐름’ 안에서 구성되는 과정이며, 다양한 형태를 통해 생명이라는 하나의 유일한 자기 자신이 표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메타모르포시스인 이 세계의 ‘얽힘’은 근대적 이분법을 해체하는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인간과 비인간, 동물과 환경, 생물과 무생물, 삶과 죽음까지 끊임없는 메타모르포시스가 일으키는 순환은 이들의 경계를 허문다. 기술·문명·도시는 자연과 대립하지 않는다.
모든 지식과 과학은 일종의 토테미즘이다
이 책에서 전개한 관점은 인식론과 정치의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일련의 결론으로 이어진다. 모든 종이 다른 종들과 내재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면, 모든 지식과 과학은 일종의 토테미즘이다. 우리 삶과 관련된 모든 지식은 관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자기인식은 언제나 종간 관계에 기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토테미즘과 인간중심주의는 동일한 사유 과정이다. 만일 우리 생명의 일부가 비인간 존재들과 동일함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있는 인간성의 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반대로, 식물이나 동물에게 인간적 특성을 부여할 때마다, 우리는 또한 우리 안에 순전히 인간적인 본성이 아닌 무언가가 존재함을 인정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사유 과정은 구조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한다. 어떠한 종이든 자신 이전에 존재했던 한 종의 변형으로 정의된다면, 특정 종에 대한 모든 지식은 필연적으로 종간 지식일 수밖에 없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모든 지식은 토테미즘적이다. 다른 생명체에게서 얻지 않은 지식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든 자기인식은 언제나 다른 생명 형태에 대한 인식이기도 하다. 각각의 생명 형태는 여러 종들의 콜라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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