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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 -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로 그려낸 제주 할망의 그림과 시

  • 최소연(엮음)
  • 김영사
  • 2025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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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73322938
쪽수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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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애순이 아이유가 만난 ‘찐 애순이’

제주 그림할망이 한 붓 한 붓 그려낸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감동

 

“울지 마라. 복이 돌아와. 다시 살아진다.”

2025년 국민 드라마로 등극한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역할을 맡은 배우 아이유는 종영 이후 제주도 선흘마을을 찾았다. 제주의 유명인사, 평균 연령 84세, 제주 ‘그림할망’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새 전시를 기념한 방문에서 애순이는 찐 애순이들을 만나 응원을 전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평생 밭을 일구고 바닷속을 헤엄쳐온 그림할망들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 할머니들에게 붓을 쥐어준 건 할머니들의 낡은 창고를 그림 작업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한 예술감독 최소연이었다. 투명한 눈을 가진 할머니들이 깨끗한 손으로 그려낸 그림과 시는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불러모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아이유가 응원을 전했던 전시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에 전시된 할머니들의 그림과 시, 그리고 예술감독 최소연의 해설을 엮은 책이다. 전복, 콩, 테왁, 무화과, 불 등 할머니들이 일상의 바다에서 채취한 사물들로 표현해낸 감정의 파고가 순수한 울림을 전한다. 저자 최소연은 말한다. 할머니들은 자신을 예술가라 부른 적이 없지만, 늘 삶을 예술로 승화해온 삶의 예술가였다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찬란한 봄이 오듯 순환하는 삶의 희망과 감동이 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목차

[목 차]
  

들어가며

제주 그림할망

 

1 숨이 또깍 또까 차더라도

2 여기 초록 방석에 앉아서 쉬어라

3 가슴이 살락살락 탈랑탈랑

 

감사의 글

부록


[본 문]
  

자녀들은 부모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체로 비슷한 경험을 한다. 변화의 징후를 인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고, 결국은 인정하게 된다. 그에 따르는 결과와 타협하고, 사랑과 다툼을 겪고, 변화에 대응하는 법을 배운다. 불안해하고, 결국 작별을 맞이한다. 이러한 과정은 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녀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자율성 감소는 자녀의 자율성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는 우리 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_24쪽에서

 

애써 무시하려 했거나, 외면하려 했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것. 좀 더 관대하게 표현하자면 잘못 해석한 어떤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에게, 아버지의 아들들에게 이 실수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사실 두려움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떠나보내야 한다는 두려움, 즉 상실의 두려움이었다.

_54쪽에서

 

불안감은 그 시기에 내가 느낀 지배적인 감정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의 분노는 어디까지 정당했을까? 아버지를 대하는 우리의 행동은 언제부터 부당했을까? 아버지의 일상생활은 언제부터 아무리 애써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일까?

_73쪽에서

 

아버지도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고, 소속감을 느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싸운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빨리 포기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아버지의 능력이 점점 사라져 소외되고, 세상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_104쪽에서

 

우리의 기억은 오로지 우리 자신만을 위해 기능한다. 기억은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자기 이익적 목적을 추구한다. 기억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그 차이는 오류가 아니다. 기억은 그저 제 역할을 할 뿐이다. 그것은 삶의 고통을 덜어준다.

_121쪽에서

 

마지막 순간들은 회상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되며, 우리는 그것을 기억 속에서 인식하게 된다. 소중하고 아픈 감정을 일으키는 그 순간들을 보물처럼 골라내 보존한다. 현장은 봉인되었고, 되돌아갈 수 없으며, 나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_175쪽에서

 

나는 준비가 잘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돌볼 시간도 잘 계획했다. 힘이 들 거라는 사실도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단지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대비하지 못했다.

_189쪽에서

 

수치심은 자부심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감정’이라고 시리 허스트베트는 말한다. 수치심과 자부심 모두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 (…) 질병에 걸린 사람은 진단 결과를 알고 싶어 하지 않거나 이를 비밀로 유지하려 한다. 그들은 놀라운 능력으로 가면을 쓰고, 평범한 문장을 말하며, 타인과의 접촉을 피한다. 오랫동안 변화를 무시하고, 수치심 때문에 많은 가족이 너무나 늦게 타인의 도움을 구한다.

_232~233쪽에서

 

자녀가 있다고 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반드시 돌봐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의사의 말은 나를 충격에 빠뜨리는 동시에 안심시켰다. 나에게는 자녀가 없으니, 자녀가 나를 돌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가 돌봐줄까?

_255쪽에서

추천사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제주 선흘마을 할망들의 삶이 자연과 버무려져 그림으로 거듭났다. 평생 밭을 일구거나 물질을 하던 거친 손으로 그린 그림들이라 죄다 삐뚤빼뚤하다. 그래도 색채는 마티스보다 더 강렬하고 이야기는 불턱처럼 정겹다. 삶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삶의 황혼길에 그림처럼 멋진 벗이 또 있을까?

     

    정여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감수성 수업》 《끝까지 쓰는 용기》 저자)

    슬픔에 가장 어울리는 빛깔은 무엇일까. 기쁨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는 무엇일까. 매 순간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색깔을 쓸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마음을 그린다는 것’ ‘마음을 그림의 색채와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매일 바라보는 일상 속 작은 사물들을 통해 아픈 마음, 그리운 마음, 벅찬 마음까지 소담스럽게 표현하는 제주 그림할망들의 순수한 열정이 우리의 잃어버린 감수성을 일깨운다. 내가 가장 어여뻤을 때, 내가 가장 여린 마음을 지닌 소녀였을 때, 내가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눈부신 책이다. ‘다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출판사 서평

이토록 깨끗한 책이 또 있었을까?

아홉 명의 제주 그림할망이 그려낸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감동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든 ‘애순이’는 바다가 보이는 요양원에서 다른 노인들과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 없는 애순이는 무얼 그릴지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파란 크레파스를 집어 든다. 파란 바다가 스케치북을 가득 채워가면 어느새 화면이 전환되어 시청자는 애순이와 함께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 1950년대 투명하고 거칠던 제주로 초대받는다. 단 한 장의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애순이의 폭싹 속은(매우 수고한) 인생 이야기의 첫 장을 열어 보인다.

 

그리고 여기, 애순이보다 조금 먼저 그림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 노년의 작가들이 있다. 바로 제주 선흘마을의 ‘찐 애순이’ 그림할망. 평생을 밭과 바다에서 골갱이(호미)를 휘두르고 점복(전복)을 찾아 헤매며 살아온 할머니들은 처음 붓을 쥐었던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마른 고목낭(고목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만 같았지.” 겨울 지나 봄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고, 새 언어를 익힌 할머니들은 지난 삶을 새로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기리니까(그리니까) 배우는 기분이 들어.” “기리다 보니 커피를 잊어버리고 식어버렸다.” “새를 기리다 보니 엄마 보고 싶다. 그림 때문에 울어진다.” 눈물만큼 투명한 삶의 이야기가 펼쳐놓았다.

 

할머니들에게 물감을 쥐어준 사람은 이 책의 저자 예술감독 최소연이었다. 최소연은 할머니들의 낡은 창고가 꼭 뭇 여성 화가의 작업실과 다름없어 보였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현장 참여형 예술을 주도해온 그는 2021년 본격적으로 할머니들의 창고를 그림 작업실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그림 그리기에 시큰둥한 할머니들을 매일같이 찾아가 지난밤의 안부를 묻듯 그림을 권했다. ‘그림이 할머니들의 삶을, 선흘마을의 삶을 펼쳐놓을 것이다.’ 그는 믿었고, 또 바랐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할머니들은 네 차례 단체 전시를 마친 작가가 되었고, 선흘마을은 공동체 문화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제주의 명소가 되었다. 그의 믿음과 바람이 이루어졌다.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애순이 아이유의 방문으로 화제가 된 2025년 전시 〈폭싹 속았수다, 똘도, 어멍도, 할망도〉에 전시된 할머니들의 작품과 예술감독 최소연의 해설을 엮은 책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할머니들은 전보다 더 깊숙한 과거로 돌아갔다. 슬픔의 눈물과 환희의 눈물이 넘실거리는 과거 속에서 할머니들은 많이 울었고, 그 많은 눈물이 할머니들의 그림 속으로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삶의 감동이 눈물만큼 투명하게 담겼다. 그리고 모퉁이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어린 날의 자신과, 독자를 향한 응원을 눌러 담았다. “울지 마라. 복이 돌아와. 다시 살아진다.”

 

그림 속에서 자아를 찾아 신이 된 할머니들

 

할머니들은 그림을 그릴 때도 그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정직했다. 당신들은 오직 자신이 겪은 일상의 재료로만 이야기를 꾸렸다. 마치 그러지 않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바당(바다), 점복(전복), 뭉개(문어), 배추 등을 그려나갔다. 일상의 사물만으로도 할머니들은 삶의 기쁨과 슬픔을 능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실제 그런 삶이었다. 더없이 진실한 붓질이 계속 이어졌다.

 

저자 최소연은 한 가지 소재에 천착하는 할머니들의 그림 활동을 관찰하던 어느 날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그녀들을 마치 온갖 사물에 깃드는 동양의 신과 같이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날로 할머니들에게 걸맞은 신명을 붙이기로 했다. 최소연은 호명의 힘을 알고 있었다. ‘화가’라는 호명이 할머니들을 기꺼이 화가로 서게 했듯이, 새 신명이 할머니들을 여신으로 서게 해주리라 믿었다. 그렇게 우영팟(텃밭)을 그리던 김옥순 할머니는 ‘우영팟할망’이, 소막(소 막사)을 그리던 강희선 할머니는 ‘소막할망’이 되는 등 할머니들에게 새 이름이 주어졌다. 할머니들의 작가 세계에 신화가 입혀진 것이다.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로 그려낸 제주 할망의 그림과 시

 

총 3부로 구성된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신이 된 할머니 아홉 분의 작품을 담고 있다. 1부는 고된 노동을 견디게 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2부는 현생의 고단함에 지쳤을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3부는 젊은 시절 가슴을 뛰게 했던 찬란한 순간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묘미는 활기찬 그림과 함께 메시지를 전하는 할머니들의 바람보다 깨끗한 언어 감각을 느껴보는 데 있다. 마치 동시처럼 순수하게 쓰인 할머니들의 제주어를 읽고 있으면 살아서 펄떡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뭉개를 잡으난 얼마나 기쁘냐.” “배추는 초록하다.” “사랑은 어두운 디서 이루어지는 거.” “어디로 뛰나 내가 알아. 가슴이 탈랑탈랑 뛴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섬 언어만의 활력은 유구한 독서 경험을 가진 독자에게도 신선한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끝으로 책 말미에서 한창 그림 작업 중인 할머니들의 ‘선흘 그림작업장’과 ‘할머니 미술관’ 현장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창고나 막사를 개조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버젓한 시설들을 통해 선흘마을의 공동체 생활이 이 프로젝트로 하여금 얼마나 큰 변화를 맞이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오늘도 할머니들은 그곳에 모여 진지한 각오로 팔 토시를 찬다. “캔버스를 땅에 눕히고 밭일하듯 허리를 굽힌 채 한 땀 한 땀 점을 찍어”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다.

 

최재천 교수와 정여울 작가의 강력 추천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삶에서 깨어나는 눈부신 일상의 감수성

 

일찍이 그림할망들과 저자 최소연의 활동에 응원을 보낸 이들도 적지 않다. 제주에 거주하는 유명인과 연예인을 비롯해 육지에서도 수많은 관객이 그들을 보기 위해 선흘마을을 찾았다. 특히 최재천 교수는 이번 신간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에 대해 “제주 선흘마을 할망들의 삶이 자연과 버무려져 그림으로 거듭났다”라며 삶과 자연이 버무려진 끝에 나온 할머니들의 그림에 대해 호평했고, 정여울 작가는 “내가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세상을 사랑했던 그 모든 순간의 감수성을 일깨워주는 눈부신 책이다”라고 말하며 제주에서 평생을 나고 자란 할머니들의 투명한 감수성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다 살다 봄이 된 것은》은 문학을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삶을 문학적으로 살아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아홉 할머니들의 그림과 시는 우리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이기 앞서 자연의 언어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의 언어는 숲과 바다, 그리고 구름처럼 자유롭다. 할머니들의 언어는 속세에 진 빚이 하나도 없다는 듯 홀가분히 거닐고 헤엄치고 날아다닌다. 책장을 펼치면 이토록 순수한 제주의 언어가 독자의 마음속으로 고개를 들이밀 것이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끝내 삶을 긍정하고야 마는 힘을 전해줄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렇게 끝난다. 어느덧 노인이 된 문학소녀 애순이에게 딸 금명이가 책을 한 권 선물해준다. 바로 애순이의 시를 엮은 시집. 애순이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 시집을 가슴에 묻는다. ‘찐 애순이’ 제주의 아홉 그림할망 역시 다르지 않다. 제 이름이 적힌 책을 이불 속에 고이 모셔두고 저마다 비단 같은 꿈을 꾼다.

 

 

마음이 아파도 몸이 아파도 살아야지

무사 밭을 놀령 시니(놀리면 쓰나)

씨를 뿌리난(뿌리니까)

초록 씨가 나완(나와)

씨가 잘 나면(잘 자라면)

마음이 편난하다(편안하다)

-초록할망 홍태옥

저자 소개
저자 : 최소연(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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