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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성년의 나날들(소설로 그린 자화상2)

  •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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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88901296913
쪽수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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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정이현·김금희·정세랑·강화길…

동시대를 이끄는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 박완서

그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이

사진작가 이옥토의 사진과 만나 다시 태어났다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박완서 문학이 지닌 이 무섭도록 선득선득한 산 자의 감각이란

그 자체로 경이로울 수밖에 없다. - 김금희(소설가)

 

한국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소설로 그린 자화상’ 연작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가 리커버 특별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주인공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장정을 새롭게 꾸며, 그 찬란하고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지금 이곳으로 되살린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미완으로 끝났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완성하는 후속작이다. 작가가 성년을 맞이한 1951년부터 전쟁의 끝이 다가오던 1953년까지의 이야기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인간성이 무너지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생의 고귀함을 깨닫고 인간적 존엄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로부터 민족의 역사를 길어낸다는 점에서 박완서 문학의 진수를 담은 작품이다.

목차

[목 차]

작가의 말

 

꿈꿨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

임진강만은 넘지 마

미친 백목련

때로는 쭉정이도 분노한다

한여름의 죽음

겨울나무

문밖의 남자들

에필로그

 

작품 해설-이남호(고려대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김금희(소설가)


[본 문]

내가 살아 낸 세월은 물론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가 없었다.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잘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펼쳐 보인다.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이 태평성세를 향하여 안타깝게 환기시키려다가도 변화의 속도가 하도 눈부시고 망각의 힘은 막강하여, 정말로 그런 모진 세월이 있었을까, 문득문득 내 기억력이 의심스러워지면서, 이런 일의 부질없음에 마음이 저려 오곤 했던 것도 쓰는 동안에 힘들었던 일 중의 하나다.

「작가의 말」중에서

 

“도둑질보다는 낫게 들리잖아요.” 올케는 어느 틈에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었다. 장도리, 펜치, 끌, 드라이버, 손도끼 따위 이 집에 있는 연장은 모조리 찾아낸 것 같았다. 도둑질 아니라 수틀리면 살인도 하게 생겼다. 전등불 없이 사는 동안에 우리 눈은 올빼미처럼 밝아져 있었다.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달도 있었고, 희게 얼어붙은 길과 집집의 지붕마다 이고 있는 눈도 생전 녹지 않을 것처럼 견고해 보였다.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었다. 문밖에 나서자 추위 자체가 밝음인 양 차라리 눈이 부셨다. 지금부터 하려는 일에 대한 수치심과 공포감 때문에 더 밝음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앞장선 올케는 힁허케 더 높은 비탈 쪽으로 향했다.

「꿈꿨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중에서

 

오빠는 나에게 천성의 생각하는 갈대였다. 그런 그가 지금 살찐 돼지가 되려고 열심히 자신과 식구들은 훈련시키고 있었다. 말이 많아지면서 표정도 과묵하던 때의 준수한 모습은 간데없이, 소심하고 비루해지고 있었다. 오빠가 넘어온 이데올로기의 전선은 나로서는 처음부터 상상을 초월한 것이 긴 했지만 이런 오빠를 보고 있으면 그 선의 잔인하고 음흉한 파괴력에 몸서리가 쳐지곤 했다. 오빠 같은 한낱 나약한 이상주의자가 함부로 넘나들 수 있는 선이 아니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오빠가 얼굴을 잃고 돌아왔다고 해도 지금의 오빠보다는 유사성을 발견하기가 쉬울것 같았다.

「꿈꿨네, 다시는 꿈꾸지 않기를」중에서

 

 

나는 이불 속에서 외롭게 절망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 이놈의 나라가 정녕 무서웠다. 그들이 치가 떨리게 무서운 건 강력한 독재 때문도 막강한 인민군대 때문도 아니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고 천연덕스럽게 시치미를 뗄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인간은 먹어야 산다는 만고의 진리에 대해. 시민들이 당면한 굶주림의 공포 앞에 양식 대신 예술을 들이대며 즐기기를 강요하는 그들이 어찌 무섭지 않으랴. 차라리 독을 들이댔던들 그보다는 덜 무서울 것 같았다. 그건 적어도 인간임을 인정한 연후의 최악의 대접이었으니까. 살의도 인간끼리의 소통이다. 이건 소통이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어쩌자고 우리 식구는 이런 끔찍한 세상에 꼼짝 못하고 묶여 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을까.

「임진강만은 넘지 마」중에서

 

기저귀를 구들장에 말리는 것보다는 밖에다 내 너는 게 훨씬 더 잘 마르게 생긴 햇살 도타운 날이었다. 모조리 불탄 마을에서 좀 떨어진 외딴집에서 무료한 낮 시간을 보내다가 그 마을에 감도는 고요에 홀려서 그 고운 잿더미 사이를 거닐 때였다. 장독대 옆에 서 있는 바짝 마른 나뭇가지에서 꽃망울이 부푸는 것을 보았다. 목련나무였다. 아직은 단단한 겉껍질이 부드러워 보일 정도의 변화였지만 이 나무가 봄기운만 느꼈다 하면 얼마나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미친 듯한 개화를 보지 않아도 본 듯하면서 나도 모르게 어머, 얘가 미쳤나 봐, 하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실은 나무를 의인화한 게 아니라 내가 나무가 된 거였다. 내가 나무가 되어 긴긴 겨울잠에서 눈뜨면서 바라본, 너무나 참혹한 인간이 저지른 미친 짓에 대한 경악의 소리였다.

「미친 백목련」중에서

 

나는 이 마을로 들어설 때 아이들한테 배운 대로 게를 잡기 시작했다. 꼴망태는 그것들을 잡아 가두기에는 마땅치 않아 더러 놓치기도 하고, 여기저기 찔리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집까지 가져와 맨간장만 조금 치고 두꺼운 무쇠솥에다 들들 볶았다. 세상에 그런 별미가 없었다. 얼마 만에 먹어 보는 싱싱한 고기 맛인지 몰랐다. 온몸에 남아 있는 사투의 흔적이 그 맛을 더욱 돋우었다. 우리는 아귀처럼 사정없이 그 거칠고 험한 딱지를 정복하고 속살을 배가 터지게 탐했다. 그 후 몇십 년을 두고 길이 잊혀지지 않는 가장 맛있고 가장 비참한 식사였다.

「미친 백목련」중에서

 

엄마가 자랑스럽게 거들면서 걸어 보라고 오빠를 격려했다. 오빠는 우리 앞에서 댓돌 위를 거의 중문간 있는 데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올케가 눈시울을 붉혔다. 한 번 더 걸어 볼까? 이번엔 오빠가 자청해서 중문간까지 한 번 더 갔다 왔다. 나는 눈으로 몇 번이나 이 감격적인 장면에 참여하고 있는 식구 수를 세었다. 열두 명 그대로였다. 개성 숙부네는 원은 일곱 식구여야 한다. 역시 명서가 빠져 있었다. 올케는 전혀 눈치를 못 채는 것 같았다. 열두 명이라면 다 제 속으로 난 자식이라 한들 한두 명 줄거나 늘어도 모를 대식구였다.

 

하물며 사촌 시누이 하나쯤 안 보이는 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할머니가 먼저 느이들은 어쩌면 식구 하나 준 것도 모르냐고 나무랐다. 역시 그랬었구나. 나는 그제야 내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있어서 마루에 벌렁 나동그라지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는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고, 명서가 나한테는 다녀갔노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야지, 그건 동기간의 우애보다 훨씬 깊은 사랑의 고백 같은 거니까.

「때로는 쭉정이도 분노한다」중에서

 

난 그게 조금도 싫지 않았다. 걱정도 됐지만 전혀 딴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이제 그림자 노릇은 지긋지긋했다. 엄마는 외아들을 잃었으니 앞으로 무슨 낙을 바랄 것이며, 올케 또한 과부가 되고 말았으니 죽지 못해 사는 게 가장 잘 어울리겠지만, 나에겐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엄마와 올케에 동조한 의무 기간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주 오래간만에 내 안에서 삶의 의욕이 쾌적하게 기지개를 켜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것 같아도 난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이었다. 미치게 젊은 나이였다.

「겨울나무」중에서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서도 열심히 수다를 떨지 않고 입 다물고 있어도 부담이 안 되는 친구라야 오래갔다. 단짝이라든가 엎드러진다거나 하는 친구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시기만 되면 슬그머니 물러나고 말았는데, 싫증이 나서 그랬는지 싫증 날 것이 두려워서 미리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늘 붙어 다니고 청소 시간이 안 맞으면 기다렸다가라도 같이 가는 단짝 친구를 대개는 한두 명씩 가지고 있고, 만약 거기서 소외되면 상처 받는 게 여학교 때 으레 경험하는 교우 관곈데, 나는 혼자 다니는 데 더 익숙했다. 등굣길이나 하굣길에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앞에 가고 있으면 일부러 걸음을 늦춰서라도 같이 가기를 피했다. 구속되기 싫었다. 남을 의식한다는 게 나에게는 일종의 구속감이었다. 남한테 신경 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지독한 이기주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유년기에 이미 형성된 버릇이었다.

「문밖의 남자들」중에서

출판사 서평

“우리가 그렇게 살았다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후속작이자

자기고백을 통해 망각된 세월을 다시 건져 올리는 증언문학의 정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박완서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의 두 번째 이야기다. 박적골의 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을 묘사하며 시작하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달리, 이 책은 1·4 후퇴 이후 집으로 돌아온 화자의 오빠가 총상을 치료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포탄이 수없이 떨어지고 매일 주인이 바뀌는 서울에서 늘 자신의 우상이었던 오빠가 점차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박적골의 시골집을 꽉 채우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은 한국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박완서가 40여 년 동안 곱씹고 있던 기억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이 겪었던 가장 아픈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완서의 작품은 소설이기 이전에 기록이며, 증언문학이라고 불려왔다. 박완서 본인의 가장 내밀하고 처절한 자기고백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박완서식 증언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아 낸 세월은 물론 흔하디흔한 개인사에 속할 터이나 펼쳐 보면 무지막지하게 직조되어 들어온 시대의 씨줄 때문에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짤 수가 없었다. 그 부분은 개인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산 누구나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고, 현재의 잘사는 세상의 기초가 묻힌 부분이기도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펼쳐 보인다.

- 「작가의 말」중에서

 

 

박완서만의 촌철살인적 태도, 생생한 묘사

뒤틀린 시대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의 이야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해가던 ‘나’는 전쟁이라는 야만의 시간을 견뎌내며 더 이상 성장이 아닌 매일의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말 그대로 오늘의 이웃이 내일의 적으로 바뀌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스무 살의 박완서는 당장에 산다는 것, 버티는 것, 생명이 뛰는 것을 갈망하기 시작한다.

오빠가 다리에 입은 총상으로 피난길에 오르지 못한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어머니, 오빠, 조카, 그리고 올케와 함께 끝내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전쟁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겪는 고충은 고통이라기보다 분노에 가깝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적인 존엄을 최소한이라도 지키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눈물을 터트리게 한 한 남자와 만나 연애를 하게 된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고통을 처절하게 견디고 이겨낸 한 개인, 가족 그리고 사회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자전소설이자 가족소설이며 여성소설이다.

 

 

고(故) 김윤식, 이남호 선생 작품 해설,

소설가 정이현, 김금희, 정세랑, 강화길 추천!

 

지금 당신이 놓쳐서는 안 되는 한국 문학의 수작

박완서의 삶에서 비롯된 진정한 문학의 맛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향한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 선생, 이남호 선생의 작품 해설과 더불어 박완서의 뒤를 이어 현재 한국 문학을 이끌고 있는 정이현 작가, 김금희 작가의 글과 정세랑 작가, 강화길 작가의 추천의 글은 출간 30년이 지나 한국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그가 먼저 걸어 나갔던 발자취를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가들과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 개정판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돋운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보여주는 것은 전쟁의 참혹함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비극적인 전쟁의 역사 뒤에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 역시 보여준다. 비록 현실은 도둑질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삶의 존엄성을 내던져 살아남아야 하는 뒤틀린 전쟁통이자 죽은 오빠를 애도할 여유와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 생존의 현장이지만, 그 안에도 생면부지의 갓난아기에게 호두기름과 비상약을 내어주는 구렁재 마님의 따쓰함이,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으라는 근숙 언니의 든든한 연대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생님 작품에서 산은 황폐화된 전장의 도시에서 밀려난 이들이 숨어들어 먹을 것과 숨을 곳을 찾는 자리이자, 죽은 혈육을 하루 만에 묻고 나와 삶의 비참에 갇혀 채 울지조차 못했던 자리다. 하지만 그런가 하면 생면부지의 남일지라도 죽어가는 갓난쟁이에게 호두기름과 비상약을 내놓는 구렁재 마님의 인정스러운 그늘이 있는 자리다. 그러니 다 읽고 난 뒤에 그러한 물음을 다시 접하면 그것은 마치 선생님이 내놓은 명랑한 수수께끼처럼, 때론 다정한 농담처럼 들린다. 그 산이 정말 있었다. 그런 세계가, 울고 있는 사람에게 등을 내어주는 누군가의 내밀한 연대가, 삶이 버거워 바들바들 떨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 털장갑”을 벗어 발끝에 씌워주는 사랑이, 비루하고 참담한 현실에서도 서로를 붙들어 끝내 인간이고자 하는 존재들의 형형한 의지가. 그러니 두려움 없이 걸으라고 박완서 선생님이 그려낸 사람들은 말한다. 함께 피난을 갔다가 한강을 건너 돌아오는 근숙 언니가 부교(浮橋)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나’에게 속삭였던 것처럼, 그러니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으라고.

-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서둘지 말고 천천히 보통으로 걸어」 중에서, 김금희(소설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흘러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인의 체험이 소중하고 위대한 역사적 기록이 되는 힘을 보여준 작품이자 전쟁 속에서 느낀 인간에 대한 환멸, 가치관의 혼란, 비열함, 뒤틀린 윤리 등 버석대는 이념 밑에 놓인 ‘진짜 살아가는 문제들’을 그녀만의 단단하고도 노련한 문장들로 형형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마흔의 나이에 「나목」으로 등단해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의 혼을 불태우던 그녀의 시작이 이 소설에 담겨 있다. 소설 속 어떤 세상의 풍파에도, 모진 고난 속에서도 절대 마모되지 않으리라, 자유롭게 나의 기를 살려 성장하겠노라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약동하는 생명과 젊음, 그리고 생의 의지를 느껴보길 바란다. 그것이 이 소설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자,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다. 비록 우리의 곁은 떠나갔지만,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과 후배 작가들에게 든든한 희망이 되는 그녀의 책을 다시금 만나보자.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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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완서
( Park Wansuh / 朴婉緖)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재학중 육이오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향년 8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까지 사십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미망』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다. 2006년 호암상,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타계 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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