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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여름-개정판

  • 전경린
  • 다산책방
  • 2025년 0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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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30668642
쪽수332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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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넘치지 않은 관계를 사랑이라 부를 수는 없다

파멸적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설의 등장

한 번도 흘러넘치지 않은 관계를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 전경린이 사랑의 한복판, 뜨겁게 흘러넘치는 세 남녀의 이야기가 담긴 『얼룩진 여름』을 선보인다. 이 책의 완성에는 꼬박 24년이 걸렸다. 작가는 이 소설의 복간을 위해 이전의 내용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무려 40여 쪽 분량을 삭제했다. 또한 소설이 쓰인 시대성과 오늘날의 감수성을 고려해 단어와 문장을 세심하게 벼리고, 본문의 구성에도 변화를 더해 밀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다섯의 은령이다. 그녀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재혼과 갓난 동생의 출생, 부모의 반대에 결혼을 주저하는 무기력한 연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도망치듯 집을 나선 은령은 낯선 해안 도시에 도착해 두 남자와 조우한다. 얼굴만 봐도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아름다운 외모로 관능적인 시를 짓는 동년배 시인 유경, 그리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감각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은령에게 거침없이 선물을 건네는 카페 사장 이진이 바로 그들이다.

상처와 허기를 지닌 두 남자와 얽히며 은령은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것이 사랑인지 집착인지, 혹은 서로를 삼키려는 또 다른 욕망인지 모른 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세 사람의 관계는 곧 일상을 삼켜버릴 무도한 여름을 향해 치닫고, 은령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만이 남는다. 상처가 없는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그 파멸적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설이 지금 여기 있다.

목차

[본 문]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경험은 당신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일어나는 무언가로 당신이 어떻게 하는 것이라고._27쪽

 

사랑이란 동시성을 잃고 시간 밖에서 생각하면 늘 그렇듯이 의심스러운 거야. 그건 어느 시기에 두 사람의 발이 한데 묶였던 어떤 사건일 뿐인지도 몰라._57쪽

 

“난 말이야, 처음으로 삶이 조금 좋아졌어. 아주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무도덕하게.”

_80쪽

 

엄마는 생을 향해 어리광을 피워대며 보호받기를 즐기는 것 같지만 나는 전혀 아니다. 나는 나의 연약함을 경멸한다.

_119쪽

 

“삶을 위한 삶과 마찬가지겠죠. 보람이나 결실에 뜻을 두지 않으면 순간순간이 어떤 것의 도구나 과정이 아니라 절대적인 가치일 수가 있으니까요. 뭔가를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늘 목적을 갖지만. 상실을 아는 사람은 의지를 두지 않아요.”

_169쪽

 

나는 흥분이 가라앉을 동안 소파에 누워 있었다. 가벼운 피로와 교전이 끝난 뒤의 만족감이 밀려왔다. 누구나 자신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자신이란 모든 것을 잃은 뒤에야 알게 되는 것이다. 그의 반지와 커프스는 거실 바닥에 흩어져 빛나고 있었다.

_183쪽

 

순수한 육체의 조건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랑도 없고 두려움도 없고 기억도 없으면 욕망만이 남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오히려 육체를 포장하는 하나의 의상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육체는 아름답지만 진실하지도 생생하지도 않다. 사실적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지 스타일리스트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욕망은 장식이 없는 것이다._210쪽

 

그는 스물일곱 살이었다. 나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우리가 오래 마주 볼 때면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아직 인생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았다. 긴긴 담장 바깥을 돌고 있는 느낌. 영영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우리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절대로 보통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고 안전하게 살 수 없을 거라는 결락의 예감……._224~225쪽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느끼지 않겠다고, 살기 위해 아무 느낌도 없이 이 시기를 보내겠다고 결심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얼음 나라의 주민처럼 나 자신의 투명한 감시를 받으며 갇혀버렸다. 슬픔은 알려진 것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슬픔은 노역을 치르고 말라비틀어진 걸레 같았다. 슬픔은 곰팡내 나고 텅 비고 아무 데도 쓰일 데 없이 뻣뻣했다._306쪽

추천사

    박상영 (소설가, 『대도시의 사랑법』 저자)

    한국문학 독자 중에 전경린을 모르는 사람이 존재할까? 그녀는 인간 본연의 뜨거운 감정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수놓는 정념의 장인이자, 지난 30년 동안 문학의 최전방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경계를 허물어 온 현재형의 작가다. 전경린의 문장은 마치 거울 같다. 읽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비쳐 보게 되며, 때로는 깨질 듯한 투명함에 찔려 피를 보기도 한다. 그 핏방울이야말로 진실한 공감의 증거이자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짜릿한 쾌감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도 전경린은 에둘러 가지 않는다.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감정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맑고 투명하게 보여준다. 일견 젊은 남녀의 격렬한 연애담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사실 사랑이란 감정의 쓰나미가 지나가고 난 후의 잔해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보고서에 가깝다. 나는 사랑에 대한 전경린의 해석을 언제나 믿는다.

출판사 서평



“나는 사랑에 대한 전경린의 해석을 언제나 믿는다.”

-박상영(소설가)

 

“요즘처럼 사랑이 공원의 자연처럼 관리되는 시대에

이들의 무도한 이야기를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의 말’ 중에서

 

24년 만에 완성한 어느 여름날의 기록

사납고 진실한 사랑의 본질을 마주하다

1995년 등단 이후 지난 30년 동안 전경린은 한국문학에서 사랑과 욕망의 민낯을 가장 정교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문장, 감정을 미화하지 않는 통찰, 뜨겁고 위태로운 관계를 끝까지 응시하는 태도는 그를 명실공히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만들었다. 전경린 소설 속 사랑은 온건하지 않다. 언제나 파국을 향해 치닫는 불길 속에서 비로소 진실을 드러낸다.

 

전경린의 문학 세계가 도달한 또 하나의 정점. 『얼룩진 여름』이 초판 출간 이후 24년 만에 새로운 제목과 표지로 독자를 만난다. 작가는 책을 다시 펴내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공사를 단행했다. 작품의 시대성, 독자의 감수성, 이야기 전개의 재미와 속도감을 두루 살펴 냉정하고 과감하게 문장을 다듬었다. 구성에도 변화를 가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40여 쪽의 분량을 덜어내어 한층 밀도 높은 작품으로 거듭났다.

 

한 번도 흘러넘치지 않은 관계를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20대의 불안을 신들린 듯 묘사한 소설”이라는 어느 독자의 후기는 이 작품이 가진 뜨거움을 대변한다. 상처를 남기지 않는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안전거리를 기꺼이 도외시하는 이 소설은 사랑의 본질을 해부하며, 치명적인 아름다움의 한가운데로 독자를 이끈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또 무엇일 수 있는지 우리에게 물으면서.

 

이런 사랑이 전에 없었다고 해서,

상처를 주고 아무런 결과도 맺지 못했다고 해서

내 사랑이 의심받을 수는 없다._본문 323쪽

 

낯선 해안 도시에 드리운 무도한 여름의 시작

세 남녀가 얽힌 관계가 남긴 지워지지 않는 얼룩

소설의 주인공 은령은 스물다섯이다.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스물다섯이란 여자들이 처음으로 심각하게 희망을 잃는 나이다.”(9쪽) 은령의 상황이 실로 그렇다. 엄마는 연상의 남자와 갑작스럽게 재혼하더니 갓난 동생까지 임신했다. 독립을 위해 다니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불안정했고, 2년을 사귀면서 결혼을 계획했던 남자친구는 부모의 반대에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주춤거렸다. 은령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어떤 기대나 희망도 가질 수 없었다. 더 이상 양부의 집에서 그대로 머물 수 없었다.

 

 

도망치듯 집을 박차고 나온 은령은 어느 낯선 해안 도시에 정착한 후 두 명의 남자를 만난다. 바라만 봐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으면서도, 늘 선글라스로 눈빛을 가린 채 관능적인 언어로 시를 쓰는 동년배 시인 유경.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여자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고급스러운 감각과 세련된 말투가 어딘지 의뭉스러운 카페 사장 이진. 두 사람은 선생과 제자로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부자, 형제, 심지어는 연인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가까워 보인다.

 

각기 다른 상처와 허기를 안고 있는 유경과 이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은령의 일상을 파고든다. 은령은 유경에게서 자신과 닮은 결핍을 발견하면서 공감대를 느끼고, 이진에게는 오래 억눌렀던 욕망을 발견하면서 주체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혹은 서로를 삼키려는 또 다른 욕망인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얽힌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를 훌쩍 넘어선다. 실타래처럼 엉킨 관계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으며, 그들의 무도한 여름은 끝끝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남긴다.

 

어떤 종류이든,

욕망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넘쳐보지 않고는,

자신을 바닥까지 뒤집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 있다._본문 324쪽

 

왜 우리는 위험한 사랑에 끌리는가

아름다움과 고통으로 얼룩진 사랑의 모순을 파헤치다

“사랑이란 오히려 육체를 포장하는 하나의 의상일지도 모른다.”(210쪽) 유경과 이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은령이지만 사랑을 미화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전경린의 소설은 사랑을 찬미하는 대신 사랑이란 이름으로 저지르는 모든 잔혹함과 이기심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묻는다. 상대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질릴 만큼 질투하고, 계속해서 상처를 주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 감정도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어 있다.”(159쪽) 유경, 이진과의 만남이 은령에게 위로나 희망, 치유가 아니라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 것처럼. 그럼에도 은령은 눈앞의 상처를 피하지 않는다. 사랑은 은령이 자기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임으로써 자신의 삶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이었으므로. 그렇게 이 소설은 손에 쥔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지닌 사랑의 모순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얼룩진 여름』이 24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다시금 독자를 만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랑에 관한 인간의 본질적 갈등과 욕망을 다루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르던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들은 과연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그 답을 떠올리는 순간 깨닫게 될 것이다. 누구나 가슴 한편에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얼룩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음을.

저자 소개
저자 : 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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