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연걸즈
2. 악순환
3. 누군가의 좋은 소식은 날 슬프게 해
4. 서글픈 나이
5. 차라리 도망가고 싶어
6. 달리기의 맛
7. 예상치 못한 만남
8. 체계적으로 연습하기
9. 백만 년만의 면접
10.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며
11. 긴 터널 끝, 드디어 빛!
12. 또라이 질량보존의 법칙
13. 갈팡질팡
14. 다시 달리기
15. 홍제폭포
16. 마감은 달려야 제맛
17. 새로운 꿈을 꾸다
18. 페이스메이커
추천의 말
작가의 말
[본 문]
왜 나는 이 역할을 해야 하는지, 왜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지.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았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질문은 곧 주체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것을. 나는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어디까지 달릴 것인가?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_본문 167쪽, ‘백만 년만의 면접’에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그리고 무얼 할 때 행복하고 힘들어하는지. 달리기를 하니 그
사소한 것들이 내 손에 잡혔다. 내가 나를 만나는 일이 빈번해졌다.
_본문 169쪽, ‘백만 년만의 면접’에서
사람들의 얼굴마다 환한 표정이 깃들어 있어 괜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이 도시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빛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는 밤.
_본문 171쪽, ‘백만 년만의 면접’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내 것이 아니었다. 자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떠도는 기분을 느꼈다.
_본문 186쪽,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며’에서
뻐근해지는 심장에 비해, 머릿속의 잡념들은 점점 더 흐려졌다. 그러자 온전히 달리는 리듬에만 집중하게 됐다. 발이 땅을 차고 나아가는 느낌, 가슴으로 밀려드는 시원한 바람이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야말로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을 온전한 내 것이라는 것.
_본문 193쪽,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며’에서
“끝까지 달려본 사람만 아는 감정이 있어요. 인생도 극한의 상황을 지나야 진짜 나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계속 알아갈 거예요. 달리는 동안만큼 나를 만나는 일이 없거든요.”
_본문 200쪽, ‘다시 운동화 끈을 동여매며’에서
“너무 소박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주어진 일상을 제가 좋아하는 일로 채울 때 행복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고, 생맥주 한잔하는 것 같은 거요. 가끔 친구들과 만나 영화를 보고 밀린 수다를 떠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키링을 사서 친구와 나눠 갖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러니까 제겐 특별한 일이 없어도 무탈하고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행복입니다.”
_본문 214쪽, ‘긴 터널 끝, 드디어 빛!’에서
그 소음 속에서도 마음은 평온했다. 복도 끝 창문 앞에 섰다. 창밖으로 햇빛이 어슴푸레 번지고 있었다. 어쩌면 내일도 나는 또 흔들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말에, 무심한 시선에, 애매한 공기에. 하지만 오늘만큼은 작은 균열 속에서 나를 지켜낸 하루였다.
_본문 244쪽, ‘갈팡질팡’에서
“쫌. 요즘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들어가. 문 하나 미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_본문 246쪽, ‘갈팡질팡’에서
그래, 가 보자. 나는 에어팟 볼륨을 올렸다. 타닥타닥 발소리와 인디 음악 사운드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심장이 팔딱팔딱 벅차올랐다. 눈을 들어 하늘을 봤다.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겨 드는 노을 속에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세상 안에 오롯이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버거운 세상 속 영원히 좁힐 수 없는 사람과의 거리도 내 두 다리로 디딜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을 텐데. 달리는 것은 내게 다시 나아갈 힘을 주었다.
_본문 256쪽, ‘다시 달리기’에서
달리기는 내 안의 숨겨진 나를 다시 불러냈다. 처음엔 단지 땀을 흘리는 행위였고,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도망이었다. 하지만 매일 몇 킬로씩 내 발로 길을 밀어내다 보니, 내 삶 전체의 균형이 조금씩 바뀌었다. 숨이 찰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고, 힘들어질수록 ‘포기하지 말자.’라는 말을 내 안에서 꺼낼 수 있었다. 뛰는 동안은 누구의 말도, 평가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내 발소리, 숨소리,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만이 존재했다. 그 시간은 내가 잊고 살던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이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느라, 정작 나에게 필요한 리듬을 잃고 있었음을 깨닫게 했다.
_본문 259쪽, ‘다시 달리기’에서
홍제폭포는 밤이 더 예뻤다. 인공조명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감쌌고, 물안개가 하늘하늘 떠오르며 주변을 몽환적으로 감쌌다. 물줄기 아래로는 희부연 것이 연기처럼 흘렀고, 그 아래로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물소리는 마치 잊고 있던 기억을 되짚듯, 천천히 마음에 스며들었다.
_본문 263쪽, ‘홍제폭포’에서
우리는 조용히 걸음을 맞췄다. 왼편에선 폭포가 계속해서 떨어졌고, 발아래엔 징검다리가 어둠 속에서 고즈넉이 드러났다. 널찍한 돌이지만 발을 뗄 때마다 징검다리 사이로 퍼지는 물소리가 자꾸만 심장을 두드렸다.
_본문 271쪽, ‘홍제폭포’에서
“우리 이번 가을에 마라톤 대회에 같이 나가 볼래요? 제가 연희 씨 페이스메이커 해드릴게요.”
_본문 276쪽, ‘홍제폭포’에서
“결국, 마감도 야근도 달리기도 내 걸음으로 끝내는 거지.”
_본문 291쪽, ‘마감은 달려야 제맛’에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한 번 더 속도를 올렸다. 눈앞의 공원이 길어지는 듯했고, 햇살 속 먼지 입자들까지 반짝였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이 순간의 나는 충분히 괜찮았다. 서류 더미 위에서가 아니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지금이야말로 진짜 자신 같았다. 그러니 오늘도 달린다. 누구의 평가도, 회의록도 없이. 그저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리듬으로.
_본문 291쪽, ‘마감은 달려야 제맛’에서
이들의 삶은 어떨까? 팀장을 봐도 그렇고, 서연과 연지 그리고 나를 봐도 삶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사진 속 마라토너의 모습은 달라 보였다. 좋아하는 일을 따라 한 걸음씩 걸어온 시간이 쌓이고 겹쳐, 마침내 단단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낸 사람처럼 보였다.
_본문 310쪽, ‘새로운 꿈을 꾸다’에서
“누군가의 앞에서 이끌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옆에서 같이 달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더라고요.”
그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맑고 단단했다.
“앞에서 이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서 호흡 맞추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연희 씨가 힘들 땐 페이스를 맞춰서 천천히 가고, 괜찮을 땐 옆에서 같이 속도를 내는… 그런 사람이요.”
_본문 328쪽, ‘페이스메이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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