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들어가며
1부. 동일고무벨트 80년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마치며
[본 문]
지금 세계는 정치, 경제, 기술, 문화가 상호 작용하며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기존 조직은 박제된 지도를 들고, 움직이는 지각판 위를 여행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계획을 치밀하게 세울수록 오히려 잘못된 길로 들어설 위험이 커집니다. 조직의 본질부터 바꾸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들어가며)
아세아테이프제조소는 전기 절연용 면테이프를 독과점 생산하고 있어 사업성이 유망했고, 규모도 벅차지 않았습니다. 1945년 9월 30일, 김도근은 형들에게 자금 지원을 받아 공장을 인수하고 회사를 세웁니다. 동일화학공업소입니다. 회사 이름 ‘동일(東一)’에는 동래에서 제일가는 기업이자 동양에서 제일가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출범 당시 직원은 10명 정도였습니다. (1부. 동일고무벨트 80년)
공급망, 노동 인구, 안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면서 ‘후기 노동 경제(post-labor economy)’의 도래는 가능성을 넘어 불가피성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산업 자동화의 확산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돌아가려면 인간의 근육이 필요하다는 상식이 뒤집히는 문명의 전환입니다. 로봇이 비정형 환경에서 인간의 유연성을 따라잡는 순간, 인간 노동의 정의가 다시 쓰입니다.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고객의 생존 조건 자체를 공급하는 것이 기업의 다음 역할이 되어야 합니다. 문명의 생명 유지 장치를 납품하는 계약자가 되는 겁니다. 도덕의 문제를 넘어 전략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 자원 고갈, 공공 시스템의 붕괴 속에서 생존을 향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하지만 10년 내로 우주에도 챗GPT 모먼트가 도래할 겁니다. 인간 경험에 우주가 편입되는 순간, 인류는 다행성 문명(multiplanetary civilization)에 진입했다는 걸
자각하게 될 겁니다. 화성 표면 위를 걷는 인간의 모습이 전 세계에 실시간 송출되면, 그 전날과 다음 날은 같을 수 없습니다. 우주를 올려다보던 문명에서 우주를 항해하는 문명이 됩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준비를 시작하면 늦습니다.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인류는 오랫동안 질서를 위해 나무를 그렸습니다.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사귀로 이어지는 위계적 도식은 가계부터 군대, 학교, 정부, 기업에 이르기까지 조직 설계의 표준 모델이 되었습니다. 트리 구조에서 루트 노드는 단 한 개이고, 각 줄기는 하나의 줄기와 연결되고, 분기점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정보를 위로 올리고, 명령을 아래로 내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죠.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들뢰즈와 가타리는 트리 구조에 맞서‘리좀(rhizome)’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리좀은 고구마의 뿌리줄기처럼 중심 없이 확산합니다. 중앙 권력과 위계를 거부합니다. 리좀에는 시작점도 종착점도 없습니다. 모든 지점이 동등하게 중요하고, 다른 지점과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연결은 동질성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수학, 정치, 예술처럼 이질적 요소들이 같은 네트워크 안에 병치될 수 있습니다. (2부. 유기체 같은 회사 만들기)
DRB는 규모에 비해 매우 다양한 제품과 고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비효율의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지만, 우리는 이 ‘잡다한’ 구조를 오히려 경쟁 우위의 자산으로 전환하려 합니다. 바로 이 인식이 퓨랩파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었습니다.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완성은 없습니다. 완벽한 상태도 없습니다. 시스템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유연하게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구축하고자 하는 체계는 완성이나 완결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반응과 적응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의 기계적 조직 구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작동 원리입니다.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이 체계에서는 조직도 역시 어느 순간에도 고정된 형태를 가질 수 없습니다. 살아 있는 인체가 항상 움직이고 변화하듯, 조직도는 엑스레이, CT, MRI처럼 찰나에 포착한 단면으로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정태적이고 절대적인 조직도라는 발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됩니다.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팀장’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팀원’이 생기고, ‘리더’가 있으면 — 기업에서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 자연스럽게 ‘팔로워’가 생깁니다. 이러한 위계 구조는 우리가 추구하는 수평적 연결의 문화와 맞지 않았습니다. 퓨처랩스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분야와 여건에 따라 멤버로 참여하거나 빠질 수 있고, 참여 비중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로보풋(RoboFoot) 랩은 예기치 않은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DRB와 카이스트가 함께 만든 연구 센터인 DKSR 설립 초기에, 카이스트의 로봇 연구팀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이 4족 로봇의 발 내구성이 너무 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부. 동일고무벨트가 일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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