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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하는 자본주의 - 자기 기반을 먹어치우며 작동하는 자본주의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 낸시 프레이저, 라엘 예기
- 장석준
- 프시케의숲
- 2025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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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9336875 |
|---|---|
| 쪽수 | 44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사회학
AI추천 이유
“두 명의 저명한 학자가 펼쳐내는
매력적이고 면밀한 대화”
_데이비드 하비, 도시지리학자
이 모든 계급통은 다 무엇인가
일상에서 자본주의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거의 의식되지 않지만, 문득 날카롭게 감지될 때가 있다. 고소득자의 뉴스 기사, 동료의 더 높은 연봉, 지인의 자산 증식 등의 소식을 접했을 때가 그러하다. 왜 어떤 사람은 많이 벌고, 어떤 사람은 적게 버는가. 아무리 운과 능력에 차이가 있다 해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부의 불평등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한번쯤은 분배 정의를 떠올리며 이른바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전형적인 자본주의 비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이를 훌쩍 넘어서고자 한다. 보다 심층적인 차원에서 자본주의를 분석하고 이론화하여, 포괄적이고 섬세한 자본주의 비판을 수행하려는 것이다. 그 목적은 당연하게도 이론적 유희가 아닌, 자본주의적 삶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바탕한 다양한 실천의 모색이다. 이제까지 분배 정의의 틀 안에서 협소하게 갇혀 있던 자본주의 비판이 저자들의 이론 작업을 통해 돌봄, 비인간 자연, 공적 정치 등으로까지 확장된다.
두 저자는 비판 이론의 전통에 있는 저명한 학자들로,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자본주의에 대한 커다란 질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한다. 낸시 프레이저는 독보적인 자본주의 관점으로 잘 알려져 있고, 라엘 예기는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제자로 비판 이론 제4세대의 촉망받는 학자다. 이 둘이 어우러지는 대화는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들을 통찰하는 예리한 사유들로 빼곡하다.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고들며, 왜 위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 어떻게 현실을 통찰하는 비판적 접근을 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정연한 이론을 선보인다.
자본주의의 감춰진 장소들과
자기 파괴적인 탐욕의 질주를
선명히 드러내는 지적 대화
프레이저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가 아니라 ‘사회질서’로 정의하며, 특히 그것이 제도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분배만을 다루는 협소한 체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재생산, 자연, 공적 권력, 인종적 위계 등 다양한 배경 조건 위에 성립한다. 경제적 이윤 축적은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 값싸게 취해온 자연, 제국주의와 인종주의를 통한 수탈, 공적 정치 체계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편, 라엘 예기는 자본주의를 ‘삶의 형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는 경제적 구조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적 실천, 규범, 사회적 관계까지 포괄한다. 예기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자율성과 공동체적 삶을 어떻게 왜곡하고 소외시키는지를 분석한다. 그녀는 자본주의 비판을 기능주의적 관점, 도덕적 관점, 그리고 삶의 형태적 관점으로 나눠 검토하면서, 이 모든 층위가 종합될 때 비로소 자본주의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중심 개념 가운데 하나는 ‘경계투쟁’이다. 자본주의는 전경과 배경을 ‘분리’하고, 전경이 배경에 ‘의존’하면서도, ‘책임을 부인’하고, 결국 배경을 ‘불안정화’한다. 이때 전경은 임금노동과 시장경제라는 표면적 질서이고, 배경은 그 전경이 의존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무시하는 사회적 기반을 말한다. 자본주의는 자신이 스스로 수립한 사회질서를 전경과 배경의 메커니즘으로 갉아먹으며 포식하다가 결국 위기에 처하게 된다. 돌봄의 위기, 생태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인종적 갈등은 모두 이 경계투쟁 속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복합위기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자본주의 구조가 폭로하는 균열의 총합이라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프레이저가 마르크스와 폴라니의 위기론을 통합한다는 점이다. 마르크스가 자본과 노동의 착취 관계를 통해 위기를 분석했다면, 폴라니는 노동·토지·화폐를 시장화하려는 자본주의의 시도가 사회적 반발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프레이저는 두 이론을 이어, 자본주의가 계급투쟁뿐 아니라 사회 전체와 맺는 긴장에서 위기가 발생한다고 본다. 이때 계급투쟁은 물론, 성별, 인종, 생태, 정치적 갈등까지 모두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이해된다.
“통제 불능으로 기울어진 세상에 꼭 필요한,
냉철하면서도 열정적인 사유”
_안드레아스 말름, 정치생태학자
이 책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낸시 프레이저의 자본주의 논의를 중심에 두고 진행된다. 장기적인 대규모 사회 이론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오래도록 현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저작이다. 특히 라엘 예기는 꼼꼼하고 날카롭게 질문과 반론을 제기하여 프레이저의 논의를 더욱 정교하고 치밀하게 펼쳐낸다. 그래서 이 책은 자본주의의 관한 프레이저의 저작 중에서도 완성형의 사상을 간직하는 동시에,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했던 자세하고 생생한 논의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학계 연구자에게는 물론, 비판 이론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에게도 적합하다. 학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드문 저작이라 할 만하다. 오늘날의 복합적 위기를 이해하고,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사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다. 프레이저의 다른 저작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이론을 더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처음 이 두 명의 학자를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길잡이 삼아 21세기 비판이론의 최전선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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