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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지적 세계 - 언어 철학 의미의 탐구 (역사도서관 31)
- 크리스토퍼 셀렌차
- 곽차섭
- 길
- 2025년 0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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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64453025 |
|---|---|
| 쪽수 | 692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양장 |
- 인문/역사 > 세계역사/지리
AI추천 이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성격 규정에 대한 바론, 가린, 크리스텔러의 담론 논쟁
서구 학계에서 지금껏 르네상스의 성격 규정에 대한 담론은 한스 바론(Hans Baron, 1900~88), 에우제니오 가린(Eugenio Garin, 1909~2004), 파울 오스카 크리스텔러(Paul Oskar Kristeller, 1905~99)가 이끌어 왔다. 이 가운데 바론의 휴머니즘 논의는 ‘공화주의적 자유’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는데, 그는 피렌체 공화국이 밀라노의 참주와 벌인 1402년의 전쟁을 ‘자유’ 대(對) ‘폭정’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서구 문명에 결정적인 시기로 보았다. 그가 보기에 피렌체 휴머니스트 문필가들은 밀라노의 참주 비스콘티 가문이 전제주의에 대해 공화주의적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함으로써 정치적 수사와 행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14세기 휴머니스트들의 정태적 고전주의를 대신해 이른바 ‘시민적 휴머니즘’(civic humanism)이라는 근대적 의식이 발현되었다는 것이다. 시민은 국가 통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비타 악티바’(vita activa) 혹은 ‘비베레 치빌레’(vivere civile)가 바로 그것이다.
에우제니오 가린 역시 르네상스 휴머니즘에서 어떤 근대성의 발현을 찾고자 했지만, 그는 역사적 사건과 이념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바론과는 달리, 휴머니즘을 서양 철학사의 한 중요한 전기(轉機), 즉 근대로의 이행으로 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본질적으로 고대인의 문화와 가치를 르네상스 이탈리아라는 역사적 환경 내에서 새롭게 고양하고 변용하려는 운동이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의 업적은 스스로 ‘그람마티카’(grammatica)라 부른 문헌학(philology) - 이때의 문헌학은 현대의 좁은 의미에서의 문헌학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의미에서 넓은 의미의 ‘철학’에 속했다. 자연스레 그것은 형이상학과 신학에 매몰된 스콜라 철학을 싫어했으며, 구체적인 연구로 방향을 돌렸다 - 에 근거했는데, 이 문헌학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철학 혹은 고대의 ‘필로소피아’ -지혜에 대한 사랑 - 개념을 새롭게 변용한 철학 - 넓은 의미의 -을 실천했다고 보았다. 요컨대, 가린은 ‘매우 실제적인 철학하기’(proprio effettivo filosofare) 혹은 ‘철학으로서의 문헌학’을 주장했던 것이다.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스콜라 철학(혹은 전통적 철학)에 반발한 새로운 ‘철학’으로 간주하는 가린의 대척점에 서 있는 학자가 바로 크리스텔러이다. 역사와 철학에 관한 거의 모든 점에서 가린과 크리스텔러는 양극적이다. 크리스텔러가 보기에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은 중세 수사학자의 계승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웅변을 성취하는 최선의 길이 키케로와 같은 고전 작품의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즉 이들 휴머니스트가 대부분 군주정이든 공화국이든 그곳의 서기이든가 대학이나 하급 학교에서 문법과 수사학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고전을 연구하고 고전 언어학을 탐구하는 ‘직업적 수사학자’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보기에 르네상스 휴머니즘은 “어떤 철학적 경향이나 체계라기보다는 인문 과정을 강조하고 발전시키려는 문화적·교육적 프로그램”일 뿐, 휴머니스트는 “전혀 철학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에 기반한 르네상스 휴머니즘을 다시금 정초하다
현재 르네상스 휴머니즘 연구는 바론이 강조한 ‘시민적 가치’가 여전히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텔러적 ‘수사학파’의 견고한 성채를 가린을 따르는 ‘철학파’가 공략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학파’는 대략 두 갈래로 나뉘는데(하지만 둘은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그 하나는 휴머니스트 방식으로 ‘철학하기’ 혹은 ‘철학으로서의 문헌학’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휴머니스트 철학이 전통적인 스콜라 철학의 변증법보다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이란 이를 주창한 프랑스 철학자 피에르 아도(Pierre Hadot)에 따르면, “개인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매 순간 실천해야 하는, 세계-안에서-존재하는 방식”이다. 철학은 본래 지혜에 대한 사랑으로 인식되었고, 지혜는 “단지 우리가 알도록 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를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 셀렌차는 아도의 철학 모형을 따라 르네상스 시기에는 ‘철학자’란 말이 넓은 의미로 쓰였으며, 휴머니스트들이 생각하던 철학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지혜를 찾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념은 고대 이후 지속되어 오다가 18세기 말부터 이론적이고 변증법적 방식의 철학이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트라르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비판하면서 철학의 요체는 ‘영혼을 돌보는 것’이라고 말했고(알베르티가 그 뒤를 따랐다), 레오나르도 브루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의도적으로 누락해 그를 휴머니스트로 만들었으며,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는 진정한 철학자의 한 면모로 삶의 태도를 꼽았다. 그들은 모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소크라테스적 관점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철학이란 단지 앎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앎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즉 논리적 정합성과 주석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의미는 그런 지점에서 찾아야 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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