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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큐정전(실존과 경계 8)

  • 루쉰
  • 조관희
  • 니케북스
  • 2025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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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94706205
쪽수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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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루쉰, 20세기 중국 사회를 정면으로 고발하다

중국 현대문학의 첫 진동, 『아큐정전』

희화화된 한 인간이 겪는 비극에 담긴 민중의 자화상

중국 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루쉰의 《아큐정전》은 시대와 인간을 응시하는 기록이다. 신해혁명 전후 혼란스러운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하는 하층민 아큐의 삶을 통해 당대 중국 민중의 모습과 사회적 모순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루쉰은 “아큐의 형상은 이미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몇 년 동안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중국 국민성의 은유적인 상징과도 같은 아큐의 일생을 포장 없이 묘사함으로써, 근현대 중국 사회의 병리와 혁명의 한계를 명확히 짚어냈다.

 

주인공 아큐는 늘 억압받고 굴욕당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인 ‘정신적 승리법’으로 고통을 합리화한다. 흔히 쓰이는 ‘정신 승리’라는 표현이 바로 이 작품에서 비롯되었다. 이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자기기만은 한 개인의 특성을 넘어, 변화의 기로에 선 민중의 무력함과 봉건적 사고를 상징한다. 루쉰은 아큐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에 맞서지 못하는 집단적 심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혁명조차 진정한 구원을 가져오지 못했던 시대적 아이러니를 포착했다.

아큐는 당시 사회를 살아가던 중국인의 특징을 꼬집듯이 담아 조형한 인물이다. 그는 무지와 자기기만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독자가 그를 비웃는 순간 곧바로 우리 사회와 개인 안에도 동일한 모습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루쉰은 아큐의 부정적인 면모를 조명함으로써 중국인의 자기 각성을 촉구한 셈이다. 《아큐정전》은 풍자를 통해 스스로의 모순과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자기반성의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다.

 

《아큐정전》은 사회뿐만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큰 전환점을 이루었다. 고전적 문체 대신 구어체를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문학 언어를 구축했고, 개인의 삶과 사회 비판을 전면에서 결합해 중국 현대소설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한 인간의 나약함과 자기기만이라는 주제를 통해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목차

[목 차]
  

작가 소개

자서

제1장 서

제2장 승리의 기록

제3장 속 승리의 기록

제4장 연애의 비극

제5장 생계 문제

제6장 중흥에서 말로까지

제7장 혁명

제8장 혁명을 불허하다

제9장 대단원

옮긴이의 글 현대 중국인의 슬픈 자화상


[본 문]
  

나는 어지간하게 살아가다가 밑바닥으로 떨어져 본 사람이라면 그 길에서 세상인심의 진면목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자서, p. 11

 

아큐는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매번 나중에 가서 입에 올렸다. 그래서 아큐를 놀려먹던 이들은 거의 모두가 그에게 정신 승리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 그의 누런 변발을 잡아챌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먼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큐, 이건 자식 놈이 아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야. 한번 말해 봐. 사람이 짐승을 때린다고!

p. 43-44

 

“자네들 사람 목 자르는 것 본 적 있나?”

아큐가 말했다.

“흠, 볼 만하지. 혁명당을 죽이는 건데. 어이구야, 정말 볼 만하지, 볼 만하구 말구……”

p. 92

 

‘나는 반란을 허락하지 않고, 네놈만 반란을 해? 빌어먹을 가짜 양놈…… 좋아, 반란을 해보라구! 반란은 목이 잘리는 죄목이야. 내 어떻게든 고소해서 네놈이 현에 잡혀가서 목이 달아나는 꼴을 봐야지. ……온 집안이 다 잘리는 거야…… 싹둑! 싹둑!’

p. 129

 

늙은이가 부드럽게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아큐는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할 말이 없어서 바로 대답했다.

“없습니다요.”

그러자 긴 두루마기를 입은 인물이 종이 한 장을 가져와서는 아큐의 면전에 붓을 내밀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 순간 아큐는 몹시 놀라 거의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그의 손이 붓과 관계를 맺은 게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떻게 쥐어야 할지 몰라 하자, 그 사람이 한 곳을 가리키며 서명을 하라고 했다.

“저…… 저……는 까막눈입니다요.”

아큐는 붓을 움켜쥐고 황망해하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

p. 137

 

그런데 이번에 그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더 무서운 눈을 다시 보고야 말았다. 그것은 둔하면서도 예리해서 그의 말을 이미 씹어 먹었을 뿐 아니라, 그의 살가죽 이외의 것들을 씹어 먹으려 했다. 영원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를 따라오며.

그 눈알들이 한데 뭉쳐졌나 싶더니, 거기서 벌써 그의 영혼을 물어뜯었다.

p. 144

출판사 서평

왜 지금 루쉰인가?

 

루쉰은 탁월한 소설가인 동시에 ‘민족의 영혼’으로 불린 사상가였다. 루쉰의 문학은 억압과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글로써 저항하며 새로운 사회를 향한 지적 토대를 마련했다. 《아큐정전》은 그 사유의 정수가 담긴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선을 일깨운다. 루쉰을 읽는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사는 시대의 모순을 직시하는 일이며, 그 속에서 변화를 향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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