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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8372932 |
|---|---|
| 쪽수 | 32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국내수필
AI추천 이유

공간을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은
공간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로 빼곡히 엮인 이번 책의 주된 테마 중 하나는 바로 ‘공간을 대하는 태도’다. 볕이 잘 드는 집과 그림자가 더 친숙한 집 사이의 차이를 몰랐던 어린 시절, 빛과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물 계단 위에서 보낸 무구한 시간 속에서도, 집 안팎으로 허용된 거리가 한두 뼘인 듯 느껴질 만큼 자그마한 큐브 안에서도, 비가 새는 집과 방바닥이 데일 듯 뜨거웠던 집에서도… 결코 완벽하지 않은 각각의 공간을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안식처보다도 온전하게 만들었던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그 공간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주체적인 시선과 ‘와비사비(본질과 깊이의 충만함을 추구하는 일본의 미학)’의 태도였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찬 계절에도 벽으로부터 전해지는 이웃집의 온도에서 온기를 찾는, 오래된 공간에서 못난 흠을 발견하기보다 조용한 시간의 흔적이 둥글게 매만져낸 보드라운 테두리를 찾아내고야 마는.
‘어떤 그릇은 금이 있거나, 또 어떤 그릇은 상처나 고통이 담겨 있을 때도 있지만, 모든 낱낱의 그릇들은 사랑할 만한 테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집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집 자체를 사랑하는구나. 그저 집다운 집 말이다.’_본문 318쪽
집이라는 공간,
삶이라는 집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가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이미 갖추어진 조건으로서의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라기보다, ‘좋은 집을 일구어 내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였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공간이든 우리의 정체성을 보듬어 주고 키워 줄 안식처로 가꾸어 나갈 만능 도구이자,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변해가는 시대에도 변함없이 우리를 지켜줄 자산이기에. 그에 있어 가장 멋진 점은 그와 같은 보물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퇴색되거나 무력해지지 않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견고해진다는 것, 또 나아가 그 안에 내재된 힘은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뿐 아니라 ‘삶’이라는 거대한 영혼의 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소리 없이 분명한 방식으로.
‘그래서 적당한 집을 꿈꾸기로 했다. 시야와 손길이 자주 닿을 정도의, 길들이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부동산의 규모가 아니라, 나의 온전한 삶의 규모로서. 잘 재단된 한 벌의 옷과 같이, 완벽한 품의 집을 상상한다.’_본문 79-80쪽
원하는 삶의 모양을
내 손으로 가꾸어 가는 일
1인 가구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내가 사는 곳을 ‘나만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실생활에서 활용하기 좋은 팁이 되어 줄 에피소드들 역시 이번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보물이다. 몸과 마음에 충분히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여백의 공간을 남겨 두는 미니멀 라이프, 귀에 담기고 눈에 담기는 것들이 꼭 내게 필요한 만큼, 원하는 삶의 모양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짚어내며 다듬는 일… 이 고민들은 집의 분위기를 180도 바꾸는 빛의 조도, 공간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한 장의 천과 하나의 오브제, 시들해진 이파리에 생명력을 전해주는 손길과 우리 마음의 공간을 대변하는 수납에 대한 고찰과도 같이 아주 작은 일로도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내는 공감각의 퍼즐 안에 담겼다. 흔히 이야기되곤 하는 ‘집 꾸미기’의 이정표가 상현 작가의 손끝에서 직조된 이야기의 옷을 입으면, 한 번 스윽 읽곤 잊혀져 버리는 세상의 수천수만 가지 매뉴얼과는 달리 당장 오늘의 하루 속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해 볼 용기를 전해 주는 것만 같다.
‘집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꼭 근사한 설계만이 아니라 그곳에 어떤 것들을 초대하고 품어 내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_본문 66쪽
현실의 집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
내일에 대한 꿈
과거의 집들을 통해 얻은 반짝이는(때로 그것이 너무 축축하거나 너무 뜨거운 것이었을지라도) 경험, 지금의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의 지혜에서 더 나아가, 작가는 우리가 다가올 내일들을 더욱더 기대하고 가슴 뛰는 꿈을 꾸어 볼 수 있도록 ‘미래의 집’까지도 그려낸다. 이 책이 ‘평범한 삶의 평범한 아름다움을 담아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면, 각 장 끝에서 활짝 열린 문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꿈의 집들은 지금 가능한 것의 경계를 벗어남으로써 언젠가 가능해질 것에 우리를 이끌고 가는 꿈의 역설을 체현하는 공간이다. 언뜻 보면 동화 속처럼 환상적이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를 굳건하게 지탱해 주는 살아 있는 꿈. 이처럼 과거가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를 현재의 튼튼한 씨실과 날실로 엮어 미래라는 아름다운 시공간의 옷을 지어내는 이 이야기의 집에 깃든 마술적인 손길은 우리에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든, 밤이면 머리를 뉘이는 바닥이 어떤 자리이며 눈비를 가려주는 천장이 어디에 있든,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한 줌의 햇살을 쥐여 준다.
‘작은 고측창의 하늘을 바라보다, 슬그머니 눈을 감고 온몸으로 감각해 본다. 시간이 정연하게 놓여있는 오래된, 그리고 영원한 집을.’_본문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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