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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포럼 - 키워드로 읽는 2020년대 한국문학
- 소영현,백지은,김미정,조연정,오혜진,황정아,김형중,이소,이은지,소유정,양윤의,박서양,장은정,양경언,송현지,최다영,이희우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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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2044644 |
|---|---|
| 쪽수 | 41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문학
AI추천 이유
‘함께’하는 미래를 향한 문학적 고민: 가족, 노동, 돌봄
1부에서는 더 나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한국문학의 관심이 ‘가족’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소영현은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여성 서사가 ‘피해자-되기’를 넘어 가족 서사의 갱신 형태로 확장되는 과정을 이서수, 김병운, 정영롱의 작품을 통해 추적한다. 다시 쓰는 가족 서사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 아니라 가족을 정치화하려는 시도이며, 혈연이 아닌 ‘가장 친밀한 관계’ 자체로서의 가족, 수행적 일상을 통해 구축되는 친밀성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백지은은 ‘사랑-결혼-가족’의 통합 구조가 현대 사회에서 느슨해지고 있음을 포착하며, 낭만적 사랑의 의미론이 실제 가족관계의 표면과 이면에서 여전히 작동 중인 하나의 가정(假定)임을 드러낸다. 가족을 “정정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공동체”(p. 70)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김미정은 노동이 자본주의와 분리 불가능해진 현실을 분석하면서도, 이서수의 『헬프 미 시스터』를 통해 ‘바깥은 없다’는 인식에서 ‘안으로부터 바깥으로 뒤집으면 된다’는 가능성으로 나아간다. “희망이라는 것은 미래를 향하는 것이므로 〔‥‥‥〕 꺾을 수는 없”(p. 87)다는 루쉰의 말을 경유하며, 문학과 예술에서 상상력을 해방시켜야 할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조연정은 비혼 중년 여성의 돌봄 문제를 다루며, 조안 C. 트론토의 ‘돌봄 민주주의’와 ‘더 케어 컬렉티브’의 ‘난잡한 돌봄’ 개념을 경유해 평등한 서로 돌봄의 가능성을 가늠한다. “서로의 고통을 나누는 그러한 불가능한 돌봄의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p. 131).
오혜진은 퀴어 가족구성권 재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검토하며, ‘결혼할 권리’만큼이나 ‘권리를 거부할 권리’의 상상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시대적·세대적·계보적으로 뒤얽힌 자본주의를 사유하다: 계급, 세대, 폭력, 사랑
2부에서는 1부의 문제들이 결국 더 큰 시야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한다. 황정아는 브뤼노 라투르의 논의를 경유해 비판이 “폭로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결하는 사람”이고 “참가자들에게 모일 광장을 제공하는 사람”(p. 174)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권여선의 「무구」를 통해 비판적 서사의 다른 존재양식을 발견하며, “무엇을 갖든, 어떤 안락을 누리든,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중요하지 않다는 감각을 기억하게 하는 것. 삶과 기쁨의 토대가 다른 곳에 있음을 결코 잊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권여선 소설에 스며 있는, ‘비판’보다 더 강력한 급진성이”(p. 181)라고 말한다.
김형중은 박민규의 「절」 이후, 젊은 작가들의 소설 속 86세대 부모들의 재현을 추적한다. 세대적 이질성과 계급적 동질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개와 K팝과 역기의 도움 없이는 그 어떤 혁명도 꿈꿀 수 없게 되어버린 시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젊은 작가들이 그저 안쓰럽고 고마울 따름이다. 〔‥‥‥〕 이장록이라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민주야 이제 너희들이 너희들의 세상에 대해 너희들의 방식으로 말해보렴””(p. 196)이라고 적는다.
이소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에세이 「알레고리」를 경유하며 문학이 ‘잘 표현된 불행’임을 환기한다. 편혜영의 「포도밭 묘지」와 강영숙의 「더러운 물탱크」에서 여성들은 황량한 풍경 앞에 서서 “그때 우리가 가능하리라 여겼던 인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p. 200) 하고 묻는다. 삶의 궤적을 응축한 듯 어둡고 얼룩덜룩한 이곳은 그 삶을 살아낸 이에게만 의미심장한 매듭이나 필연적인 결정으로 보이며, 이 얼룩은 에필로그이자 프롤로그, 지금까지의 결산이자 앞으로의 예고이다. 이기호와 손홍규의 소설에서 조카들이 실종된 삼촌을 추억하는 것 또한 위 세대의 실패의 에필로그이자 다음 세대의 프롤로그다. 캐롤라인 레빈의 분석을 빌리자면, “남성적 세대에서 여성적 세대로의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언제나 소설은 ‘성숙한 여성의 형식’이었을지도 모른다”(p. 210)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은지는 에바 일루즈가 분석했듯 20세기 이래 로맨스가 여가산업에 편입되면서 경제행위로 재구조화된 방식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자본의 논리를 순수하게 배제한 사랑이 아니라, 그것을 껴안고 있는 복잡한 사랑을 직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사랑은 ‘세계 내의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이자 이러한 사랑의 장기 지속은 자본의 체계를 재구조화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소유정은 양귀자의 『모순』이 26년 만에 재등극한 현상을 분석하며, 새로운 세대에게 사랑은 ‘나’를 주체로 하며 ‘나’에게로 환원되는 능동적 행위임을 밝힌다. “사랑이 하고 싶다”(p. 244)는 말은 더 이상 연애나 결혼과 일축되지 않으며, 사랑은 한 개인을 이해하고 시대와 세대를 감각할 수 있는 주요 키워드로 더욱 선명해진다.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만드는 미래: 비인간, 생태, 기후
3부에서는 지구적 차원의 환경 문제에 대한 한국문학의 관심을 소개한다. 양윤의는 조예은의 소설과 티머시 모턴의 생태철학을 교차시키며 읽는다. 모턴의 ‘어두운 생태학(dark ecology)’은 괴기스러운, 기묘한, 멜랑콜리한, 우스꽝스러운 정동들을 포함하며, 이는 조예은 소설의 좀비, 유령, 괴물들이 유발하는 정동과 닿아 있다. 세계의 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의 기획이 아니라 친밀함의 생성”이며 “‘곁’에 누군가/무언가 있다는 실감”(p. 279)이라고 말한다.
박서양은 재난 서사 속 안전지대를 그리는 한국문학을 살피며,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에서 새로운 역사적 주체로 비인간 행위자를 호명하는 방식을 주목한다.
장은정은 기후 위기가 시 읽기의 감각을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살핀다. 3월 벚꽃에 내리는 폭설, 한반도에서 경험되는 스콜은 오래된 시들을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계절적 안정감 대신 낯선 날씨 감각이 시 읽기의 감각을 바꿔나간다. “내 눈물은 을 위한 것입니다”(p. 309)라는 빈칸에 저마다의 대답을 적어 내려가며 시편으로 엮는 이들 곁에서, 기후 위기의 시 읽기는 누구의 곁에 설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양경언은 브뤼노 라투르의 ‘녹색 계급’ 개념을 경유하며, 시가 멸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현재를 회복시키고 미래를 돌려주려는 언어의 선두에 있다고 말한다. “살아 있고자 하는 이들이 손을 잡고, 이마를 짚으면서 서로를 알아보고자 하는 몸짓을 시가 소중히 기록해나갈 때, 변혁을 위한 연대와 공감이 불가능하다는 우리 시대의 소문은 거짓으로 판명 날 것이다. 살림의 문법으로 쓰이므로, 녹색 계급의 시는 언제까지나 멸종의 맞은편에 있다”(p. 336)고 말이다.
송현지는 거꾸로 인간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인간종’을 상상하는 시를 읽는다. “‘계속’이라는 부사만이 남아 이와 같은 행위를 지속할 것을 다짐하는 그들의 시”는, “지금-이곳의 인간인 우리가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행동할 때 미래가 바뀐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점에서 시를 읽고 있는 우리의 행위를 요청한”다. “다잉 어스를 구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그들이 시 속 시간을 새로이 배치하고자 했던 것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진부하고 근대적인 질문에서부터 새로이 시작하는 것, 그러니까 다시 인간에 대해 묻는 일일지 모른”(p. 357)다고 말한다.
최다영은 생태시와 구별되는 ‘기후 시’라는 범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본주의적 가속 흐름에 대한 저항으로서 시의 형식과 내부 시간성 운용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희우는 문학을 재현(representation)이 아닌 번역(translation)의 기술로 볼 때, “재현의 주체/대상이라는 이분법적인 틀로 설명될 수 없는 매개의 연쇄가 있”고 “재현적 관점에서 번역의 관점으로 옮겨갈 때, 생략되어 있고 무시되었던 수많은 매개작용이 드러난다”(p. 388)고 말한다.
비평은 세계의 재구축,
문학은 상상력의 해방소
이 책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총 6회에 걸쳐 개최된 ‘비평포럼’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문학 독자는 말할 것도 없이 예비 문학번역가, 문학번역가, 그리고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문학 독자를 향한 한국문학 소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평론가들이 함께 기획했다.
이 책에 실린 열일곱 편의 비평은 각기 다른 글쓰기의 개성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의 경향성을 살핀다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모여 있다. 20년 이상의 연륜을 가진 문학평론가부터 신진 평론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언어로 문학을, 아니 세계를 사유하는 이 글들은 ‘함께’ 모임으로써 한국문학에 대한 더 많은 흥미와 더 깊은 이해를 이끌어낸다. 시와 소설, 희곡이 그러하듯 비평 그 자체가 개성 뚜렷한 문학적 작업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비평포럼: 키워드로 읽는 2020년대 한국문학』은 한국문학에 대해 보다 넓고 깊게 알고 싶은 이들에게 작은 발판이 되어, 한국문학이 가족·노동·돌봄에서 계급·세대·폭력·사랑을 거쳐 비인간·생태·기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를 사유하고 미래를 모색해왔는지 기록한 귀한 비평 앤솔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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