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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87048169 |
|---|---|
| 쪽수 | 416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양장 |
- 자연/과학 > 가정학
AI추천 이유
전통주의 봄이 오기까지…
“심심한데 막걸리나 한번 빚어 볼까?”
“그럼, 누룩은 쿠*으로 시키고…”
집에서도 간편하게 막걸리를 빚는 시대. 우리 술 전통주 빚기가 이처럼 대중화되었다. 누룩에서부터 술을 거르는 데 필요한 삼베주머니 하나까지, 필요한 재료나 도구들도 인터넷몰을 통해 쉽게 구할 수가 있다. 막걸리에서부터 동동주, 석탄주, 이화주… 집에서 빚는 전통주의 가짓수도 다양해졌다. 이 모든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이다.
얼마 전까지 집에서 전통주를 빚는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가양주를 빚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와 경제개발시대를 거치는 동안 전통주는 핍박과 외면을 받아 온 터였다.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름
이러한 전통주를 부활시키고 대중화시키기 위해 일평생을 노력한 이가 있다. 한국전통주연구소의 박록담 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광주일보」를 통해 시로 등단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전통주와 인연을 맺은 이후 40년 세월 동안 오로지 전통주 연구라는 한 우물만을 팠다.
먼저 그는 술 빚는 곳이라면 동해 울릉도에서 서해 섬 지역까지, 제주도에서 휴전선 접경 지역까지 거리를 불문하고 찾아다녔다. 40년 전이라면 전통주가 ‘밀주’ 취급을 받고 있던 터라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현장에서 술 빚는 법을 보고 배우며 연구했다.
전통주에 대한 그의 열정은 현장 답사에서 그치지 않았다. 『산가요록』을 비롯하여 『수운잡방』, 『고사촬요』,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양주방』, 『주찬방』 등의 고문헌에 나타난 주방문(酒方文, 술 빚는 방법을 적은 글)을 연구하는 한편, 전통주연구소를 마련하여 직접 술을 빚어 보았다.
“흰 노을 같다.”는 이름의 백하주(白霞酒), “푸른 파도빛을 띤다.”는 녹파주(綠波酒), “연꽃 향기가 난다.”는 하향주(荷香酒), “차마 삼키기 아깝다.”는 석탄주(惜呑酒), “배꽃 필 때 술을 빚는다.”는 이화주(梨花酒) 외에도, “햅쌀로 빚은 술”이라 하여 신도주(新稻酒), “술에 개미가 뜬다.” 하여 부의주(浮蟻酒), “방문대로 빚은 술” 방문주(方文酒)….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문헌에 적힌 주방문대로 빚어 보아도 기대했던 술맛이 나질 않거나 전혀 다른 술맛이 나기도 했다. 고문헌의 기록자가 직접 술을 빚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의 기록이 부정확했거나, 술 원료에서부터 술 빚는 도구 하나까지 모든 것이 달라진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두 번, 세 번, 심지어 수십 번을 반복해서 빚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경험과 기록은 쌓여 갔고, 그 기록은 보완과 수정을 거쳐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책 이름이 『다시 쓰는 주방문』이 된 이유이다.
이 책이 처음 쓰였을 당시만 해도 전통주의 이름들조차 생소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전통주 불모지였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에도 경제개발이라는 거대논리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에서 ‘밀주’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박록담 소장은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전통주 부활을 부르짖었다. 강의실에서, 책에서, 때로는 초청된 강연에서, 최근에는 인터넷 SNS를 통해 전통주가 왜 부활되어야 하는지, 왜 대중화되어야 하는지를 역설하고 다녔다. 전통주 부활을 가로막는 정부 규제를 지적하고 철폐를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전통주교육원에서의 시음 행사를 통해 우리 술 전통주가 얼마나 맛 좋고 품위 있는 술인가를 일반인들에게 어필했다.
자랑스런 K-컬쳐가 되다
어느덧 그의 외롭던 40년 투쟁에도 빛이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공허한 듯 보였던 그의 주장이 점차 힘을 얻어 가면서 세상 사람들이 전통주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다. 규제 일변도였던 정부 정책도 어느덧 전통주 장려 정책으로 바뀌었다. 관련 법령이 바뀌고, 특히 지자체 등에서 전통주 홍보와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그리하여 전통주는 밀주의 멍에를 벗고 자랑스런 K-푸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전통주 빚기는 K-컬쳐의 소중한 체험문화가 되었다. 또한 전통주 제조야말로 우리 쌀을 소비하기 위한 가장 실효적이고도 문화창출력이 강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바야흐로 ‘전통주의 봄’이 온 것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의 질곡과 우리 것에 대한 무관심도 있었지만, 이렇게 세상이 변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쌀의 소비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쌀이 부족할 때는 밀주 단속이라며 쌀의 전용(轉用)을 막던 정부 당국도 쌀이 남아도는 시대가 되자 더 이상 규제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 전통주 부활을 주장하며 실질적인 노력을 해온 박 소장 같은 주인(酒人)들의 공로가 숨어 있음은 물론이었다.
부활의 날개로 훨훨 날다
이 책의 변천 과정은 전통주 부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2000년대 초에 처음으로 『우리 술 빚는 법』을 쓴 이후 그 내용을 수정·보완하여 『다시 쓰는 酒方文』을 펴내는 한편으로, 고문헌에 기록된 대로 술을 빚어 보았다. 하지만 고문헌에 나타난 방문은 주원료의 처리 과정이나 비율, 제조 과정에 대한 기록일 뿐, 과정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이유, 목적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재현이나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원료 처리와 가공 방법 등 전반적인 술 빚는 법에 대하여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수백 가지의 술빚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원리와 구체적 방법, 실제적 경험에 따른 주의사항과 문제점, 이를 극복하는 방법 등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수록할 수 있었고, 책 제목을 이전과 같이 『다시 쓰는 주방문』이라 하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처음 책을 펴낸 지 25년이 지나 그동안 변화된 것도 많았고, 이참에 교육 프로그램에 따른 ‘교육용 술’의 주방문까지 수록하여 교육과정의 교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조금이나마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기존의 본문 외에 주방문과 스토리를 추가하여 실었다.”고 하였다.
또한 40년 세월 동안 술빚기를 하면서 누구보다도 많은 실패를 통해서 얻은 저자의 경험치와, 우리나라 전통주가 외국의 와인이나 사케·맥주·소흥주 등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밝혀 전통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그간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전통주의 참맛과 향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렇듯 온몸을 바쳐 전통주 연구에 매진하는 동안, 전통주 교육을 통한 전통양주 기술보급과 가양주 활성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과 2차례에 걸쳐 농식품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전통주 부활과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세상도 어느덧 빗장을 열고 화답해 왔던 것이다.
“자, 이번 주말엔 연꽃 향기 난다는 하향주 빚기에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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