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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6)

  • 위수정
  • 현대문학
  • 202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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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67903303
쪽수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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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여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여섯 번째 소설선 위수정의 『fin』이 출간되었다. 2024년 10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자신만의 고통과 고독을 품은 채 그 감정들을 감추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욕망으로 질주하는 삶이 단막극처럼 펼쳐지는 소설이다.

목차

[목 차]
  

1 9

2 57

3 95

* 139

 

작품해설 147

작가의말 168


[본 문]
  

* 기옥은 주인공이었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배우의 역할에 몰입하려 했다. 그러나 기옥은 이미 실패하고 있었다. 이게 시작일까? 무엇의? 이 환호는, 이 커튼콜은, 금방 끝날 텐데. 막이 내릴 텐데. 이것은 시작이 아니라 끝일 텐데.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상관없다. 기옥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기옥은 자연스레 눈가를 훔쳤다. 다들 기옥이 감격에 겨워 우는 줄 알 것이다. 그러면 되었다고 기옥은 생각했다.

-11-12쪽

 

* 우리는 글렀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계속 막이 내리고, 밤이 오고, 악몽을 꾸며, 사람을 만나고, 박수 치고, 안부를 묻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병들고, 앓다가, 그렇게 쇠락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거겠지.

-20쪽

 

* 눈이 내렸으면 좋겠는데. 기옥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나머지 둘도 기옥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은 안 올 거예요. 연출이 절망스러운 듯 말했다. 기옥은 다른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할 얘기가 남아 있다고. 아니, 어쩌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하지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탈진한 기분.

-43쪽

 

* 선생님, 오늘 연기 최고였어요. 태인은 음식을 씹으며 싱긋 웃었다. 그거 연기 아니야.

네?

연기 아니라고. 그거, 내 마음이라고 생각해. 본심이라고. 적어도 연기할 때는. (……) 상호는 그런 태인을 보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본질과 본심은 다른 건가요?

-115-116쪽

 

* 그 작품이 70년 전에 나왔는데 뭐 달라진 게 없다. 인간은 달라진 게 없어. 내 말이 맞죠, 연출님? 연출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히 망가졌어. 그렇죠? 완전히 망했는데, 그게 누구 책임이냐 이거죠. 태인은 술에 취해 웅얼거렸다. 어쨌든 유진 오닐은 대단하다. 대단해. 아, 나 이제 범죄자랑 환자 역할 그만 해야 되는데…… 자, 우리 밤으로의 긴 여로를 위하여. 태인은 이 건배사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134p

 

* 추한 말과 행동은 쉽게 그 사람의 본심으로 인정받는다. 그렇다. 나의 본심과 가장 먼 것들이 어쩌면 나의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말과 행동이 나를 바꾸어버렸다. 말과 행동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140쪽

 

* 이것은 운명도 뭣도 아니다. 행운도 불행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게 무엇이든 아주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이제 그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홀로 남았다.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타오르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비명이자 환호.

-143쪽

추천사

    작가의 말

    삶이 결국 거대한 연극이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면 삶이 거대한 연극이라는 말에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결국 생활일 테니까. 문제는 내게 주어진 여러 역할과 또 다른 ‘나’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그 시간들이다. 가끔은 그 역할들을 내려놓는 순간에조차 그것을 내려놓는 역할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공허해질 때도 있다. 이런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의심이 없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두렵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래서 결핍이나 잉여를 모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출판사 서평



무대 위, 빛과 어둠 사이에서 흔들리는

가면을 쓴 네 사람의 시작과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 낸다”는 평을 받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으로 등단한 위수정은 “견고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적인 불안과 충동에 항상적으로 노출된” 작품들이 수록된 소설집 『은의 세계』와 “당대의 윤리와 도덕에서 벗어난 위악적인 태도로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 등을 상자하며 위수정 문학세계를 견고히 만들어나가고 있다.

“나와는 동떨어진 배경 속에,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살고 있음에도 소설 속 인물의 삶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고스란히 감각하게 하는” 위수정은 이번 신작 『fin』에서도 배역이 가져다준 성공으로 부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인생을 점유당해버린 배우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유진 오닐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자전작 『밤으로의 긴 여로』는 지금도 무대에 종종 올려지는 명작이다. 『fin』은 그 무대에서 시작된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여주인공 메리 역의 독보적인 존재 기옥은 2년 전 스캔들로 배우 삶이 끝날 위기에 놓였으나 다시 무대에 오르며 재기를 꿈꾼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기옥은 다시 메리가 되어서야 ‘현실을 사는 느낌을’ 회복하지만 장막 너머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런 기옥의 옆에는 늘 매니저 윤주가 있다. 한결같이 기옥의 곁에서 그녀를 살뜰히 보살피는 윤주는 “기옥을 위하는 척하다가 자신이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그러면서도 가끔은 기옥을 해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는 “나는 괴물이 된 것일까” 자문한다.

배우로 성공했으나 돈에 집착해 가정을 파탄 낸 <밤으로의 긴 여로>의 제임스처럼 태인은 영화배우로 명성을 얻었으나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동료들은 폭력적인 태인을 기피한다. 알코올중독에, 가끔 살인 충동에도 시달리던 태인은 연극판으로 유턴해 새로운 삶의 의욕을 꿈지만 여전히 엄습하는 불안감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태인의 곁을 지키는 상호는 어린 시절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꿈을 포기하고 서른이 넘어 태인의 매니저가 된다.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태인과 달리, 아무런 변화 없는 자신의 처지에 환멸과 분노를 느낀 상호는 태인의 삶을 동경함과 동시에 커져만 가는 그에 대한 반감에 괴롭기만 하다.

 

「밤으로의 긴 여로」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함께한 자리에서 기옥은 술에 취한 태인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매니저 상호의 차로 귀가하던 태인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다음 날, 태인의 사망을 기사로 접한 기옥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질투와 연민 속에서 기옥을 살뜰히 보살피는 윤주, 그리고 태인의 죽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상우는 숨겨진 고통과 분노로 끝없이 흔들린다.

 

배우와 관객, 배우와 연출가, 배우와 매니저, 배우와 배우의 가족. 이들 사이에는 선망과 질투, 분노와 연민, 몰입과 몰이해, 환멸과 향수, 동경과 증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위수정은 이 복잡한 갈등의 기저에 돈 문제, 바로 불평등한 계급 문제가 깔려 있음을 이야기한다. 스타 배우는 가난했던 과거를 가끔 그리워하면서도 돈을 버는 현재의 삶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매니저는 스타 배우의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동경하면서 누구보다 그들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묻는다. 배역에 인생을 점령당한 배우들은 어떻게 살게 되는가? 배우에게 최상의 사건은 무엇일까? 위수정은 각자의 인생에서 우리가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장영은(문학평론가)

 

연극이라는 삶, 그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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