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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뜨거운 손(현대시세계 시인선 185)

  • 윤덕점
  • 북인
  • 2025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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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91165121853
쪽수108쪽
크기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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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희망의 싹 틔우며 생태계 복원하려는 성찰 드러내는절창의 힘

경남 사천 연호리에서 출생하여 시집 『마로비벤을 꿈꾸다』, 『그녀의 배꼽 아래 물푸레나무가 산다』를 선보였던 윤덕점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크고 뜨거운 손』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85로 출간했다.

윤덕점 시인을곡선의 시인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시 「곡선」에서 하늘이곡선의 속살 활짝 열어뭇 생명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그 실제로배추와 무가 날마다 부쩍부쩍 자라는 것은/ 골고루 돌보는 바람, 햇볕과 비의/ 둥글고 온유한 힘이다라고 표명한다. 물질과 마주 선다는 의미에서 자연 상태에서곡선의 아름다움/ 곡선의 황홀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작용 인자(因子)바람, 햇볕과 비의 곡선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4차원의 존재라는 각인 때문에 시작부터 끝, 아니 발생했으므로 소멸하리라는 불가역의 직선, 시간관을 각자의 내부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으로 내리던 비도, 햇빛과 바람도/ 땅에 입 맞출 때는 둥글어지는 사태를 거듭 보고, 또 보다보면 내면화한 진리라 일컫는 것과 다르게 세계와 생을 볼 수 있게 된다.

윤덕점의 시집 『크고 뜨거운 손』에서 시인이 함축한 비의(秘義)밥의 힘이 곧, 관계와 세계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오롯이 드러낸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피아노, 매니큐어, 희고 가는 손가락에서 드러나는 가능한 세계에 대한 회한이 아니라최고라고 엄지손가락 치켜든 손녀/ 쉼 없이 김밥 욱여넣는 딸을 보는 현재의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늘을 살며 앞을 보면 지난 날의 내 뒤가 보인다. 이 자세는 생활에서 단련된 것일 수도, 시적으로 갖추게 된 미덕일 수도 있다.

윤덕점 시인은크고 뜨거운 손으로 자신의 생태계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려 한다, ‘크고는 범주의 확대를, ‘뜨거운은 그 열정, 진정성을 비유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일요일이란 이름이 낯설지만, 그날은산불에 집 잃은 시인이 와서 울었다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될 수 있다. 아니다, 사실은아침 목욕탕에서 돌아와 마시는/ 북엇국 한 그릇이 희망의 싹을 움 틔울 수 있겠다고 바라기에, 아니제발 그가 이 세상 거품이 아니기를하는 바람이 진정한 것이기에 시인의 희망은 밝다.

윤덕점의 시는 슬며시 생의 진면목을 대면케 한다. ‘이다, 앓는 소리가 아니라불공평한 세상 다 같이 일으키는 끙,”(「끙」) 소리를 지르다가한 대 뽑을 때마다 한번/ 뒤로 나뒹굴며악착같은 깻대를 기어이 뽑아내고야 마는 생의(生意)를 본다. 시인은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기보다 삶의 저 왁자지껄, “뿌리와 맞서는 일, 이판사판으로 더절창을 거듭 보여주리라.

목차

[목 차]
  

시인의 말 · 5

 

1

비맛 한 접시 · 13

곡선 · 14

공원 · 15

시금치밭에 앉아 · 16

목련 · 17

냇가와 내과 사이 · 18

우짜꼬예? · 19

저수지에 비친 겨울산 · 20

지켜보는 눈이 따라다닌다 · 21

크고 뜨거운 손 · 22

고양이 계산법 · 24

딸기 · 26

며느리는 회식 중 · 27

새싹들은 숟가락을 닮았다 · 28

콧노래 한 소절 · 29

 

2

mulching · 33

알람시계를 위한 변명 · 34

법당으로 가는 밥 · 35

내 이름은 윤덕점 · 36

하늬바람 · 37

장마 1 · 38

장마 2 · 39

장마 3 · 40

슬리퍼 신은 남자 · 41

양순 씨 · 42

· 44

용태 씨의 영어 · 45

동다헌 정동주 선생의 강의 시간 · 46

둥지 1 · 48

일요일 · 50

절창 한 편 · 51

초파일 · 52

 

3

보름달 · 57

바닥 · 58

밑줄 긋는 새 · 59

강서구 염창역 11번 벤치 · 60

귀 맞춤 · 61

연재 · 62

받침 · 63

여든 · 64

잡초와 호미 사이 · 65

쿠알루아렌치 목장에서 · 66

십자가 · 67

무화과 · 68

산해리 오층모전석탑 · 69

법랑 냄비 · 70

간호수첩 · 71

까르르 킥킥 · 72

 

4

코르크 · 75

별목련 · 76

식빵 · 77

올챙이국수 · 78

힘센 그의 팔뚝에 옹이가 산다 · 79

삼천포 · 80

벚꽃 진 자리에서 벚꽃 생각 · 81

첫 제사 · 82

군산 · 84

유채 · 85

바나나 · 86

가시오이 · 87

알돌 · 88

한낮 · 90

노을전망대 · 91

만월 · 92

 

해설 밥의 힘, 시의 진력(進力) / 백인덕 · 93


[본 문]
  

크고 뜨거운 손

--

내 손은 보통 사람보다 크고 뜨겁다

어릴 때는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 잘 치겠다는 소릴 자주 들었다

-

꿈꾸던 피아노는 치지도 못하고

-

불룩하고 큰 관절들, 솥뚜껑처럼 두텁고 큰 손등

사람들은 나에게 손맛이 좋다고 한다

-

오늘은 딸네 집에서 김밥을 싼다

예순 넘은 내 손 시금치 무치고 가지런하게 단무지 썬다

크고 뜨거운 내 손등 아래에서 재빨리 숨이 죽는 음식 재료들

최고라고 엄지손가락 치켜든 손녀

쉼 없이 김밥 욱여넣는 딸을 물끄러미 본다

-

그래, 이거면 된다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뭐 있겠나

피아노, 매니큐어, 희고 가는 손가락, 다 필요 없다

김밥 맛있게 싸는 크고 뜨거운 내 손이 고맙다

-

힘 다할 때까지 누구든 밥이나 실컷 해먹이자

내 손등을 내가 쓸어본다

--

 

[대표시]

 

곡선

--

하늘은 흐릴 때나 맑을 때

곡선의 속살 활짝 열어

땅 위의 생명들에게 아낌없이 준다

-

배추와 무가 날마다 부쩍부쩍 자라는 것은

골고루 돌보는 바람, 햇볕과 비의

둥글고 온유한 힘이다

-

무릎 굴려 그네를 타면서 보았다

곡선의 아름다움

곡선의 황홀

-

직선으로 내리던 비도, 햇빛과 바람도

땅에 입 맞출 때는 둥글어진다

--

 

삼천포

--

시도 때도 없이 파닥파닥

바람이 분다

수평선에 낮게 떠 있는 배들도 한호흡으로 뱃고동 울린다

-

언덕배기 낮은 시멘트벽 머리 맞댄 집들 몇 마리씩 생선을 내걸었다

-

삼천포에서 살려면 모기만 한 소리로는 바닷바람을 이길 수 없다

아랫배에 힘 넣고 빵빵하게 흥정도 하고, 잡담도 귀청 떨어지게 해야 한다

-

너도나도 왁자지껄

-

파닥거리는 것들 천지다

종아리에 도드라지는 굵은 힘줄 목 긴 물장화 신고 어시장 골목 누빈다

-

삼천포 어시장에선 몸과 몸이 부딪혀도 시비 걸지 않는다

추천사

    정동주 (시인, 소설가)

    “잡초와 호미 사이엔 神이 산다

    어느 게 더 먼저냐? 덜 값지냐?

    뉘가 더 善이고, 덜 惡헌가?

    잡초 없는 자연은 없었고, 또 없다

    호미한테 神이 있다면

    그 神이 곧 잡초니까.

저자 소개
저자 : 윤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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