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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오늘의 젊은 작가 53)

  • 윤강은
  • 민음사
  • 2025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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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ISBN-13 : 9788937477379
쪽수172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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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추천 이유

책 소개

“어느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언제 다다르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저편에서.”

 

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의 사랑을 재발명한다.”-이소(문학평론가)

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윤강은 장편소설 『저편에서 이리가』가 민음사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 〈오늘의 작가상〉이 10년 만에 공모제로 돌아온 첫 해 선정된 수상작이자 윤강은의 데뷔작이다.

〈오늘의 작가상〉에 투고된 330여 편의 작품 중 『저편에서 이리가』는 단연 눈에 띄는 단 한 편이었다. 흡인력 있는 문장과 탄탄한 전개,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생명력 넘치는 인물들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디스토피아,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능숙하게 활용하면서도 현실감 있고 입체적인 세계로 그려 낸한반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정치적·역사적 갈등에 붙들린 현재의 관점에서 벗어나, 오직미래의 시선으로 과감하게 발굴하고 조명해 낸새로운 한반도라는 평이었다.

『저편에서 이리가』는국가민족이라는 가장 전통적이고 강력한우리의 이름에 의문을 던지며, 그 너머를 상상한다. 소설은 지금의 한반도 위에 종말의 풍경을 덧대어국가라는 경계를 흐리고, 종말 속에서 희망을 찾아 질주하는 다섯 청년의 움직임을 따라우리의 경계를 거듭 갱신한다. 그렇게한반도는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고정된 국경이 아니라 우리의 발끝을 따라 살아 움직이는 땅이 된다. 그리고 그 땅 위에서 우리는 본연의 자유로움을 실감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마주한다. 기후 위기, 전쟁, 정치적 갈등 등 전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지금 우리 앞에 『저편에서 이리가』는 우리가 붙들고 싶고, 붙들 수 있을 만한 희망의 실마리를 종말의 풍경에 담아 보여 준다. 희망은 저기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선 바로 이 자리에 있다.

목차

[목 차]
  

저편에서 이리가 7

 

작가의 말 158

발문_이소(문학평론가)

인류세의 주체가 상상한 새로운 연대 162

심사평 167



[본 문]
  

한 달 만에 돌아온 온실 마을은 여전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하룻밤 쉬고 다시 출발할 채비를 하는 이른 아침, 언뜻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온실 안에는 소, 돼지, , , 염소 등 유안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동물들이 있었다. 젖과 달걀, 고기로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동물들.

-13

 

한반도의 강은 대부분 얼어붙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강으로써 각 구역을 명명한다. ‘()’에 더 이상 유의미한 뜻이 남아 있지 않음에도 모두가 여전히 이 땅을한반도라고 칭하는 것처럼. 한반도 중부 구역은한강 구역이라고 불린다. 북쪽 대륙과 이어져 대륙의 군대와 대치하는 국경의 최전선인 북부는압록강이라고 칭한다. 강이 얼어붙고 국경이 흐트러진 지금도 한반도는 한반도이고 한강은 한강이며 압록강은 압록강이다.

한강은 한강이다. 압록강은 압록강이다.

화린은 오늘도 한강과 압록강을 오간다.

-15

 

기지 내 가장 높은 초소에 올라서면 망원경을 통해 먼 설원을, 새하얀 지평선을 건너다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숨을 참아야 한다. 호흡할 때마다 짙은 입김이 번져 망원경 렌즈를 탁하게 물들이고 시야를 가로막기 때문에.

압록강에서 바라보는 북쪽 대륙은 한반도와 다름없는 광활한 설원일 뿐이었다. 기주는 종종 초소에 들러 북쪽을 응시했다. 제법 멀리까지 내다보이는데도 대륙군의 동태를 살피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륙군의 중앙 기지가 이곳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망원경을 쥔 기주의 두 손에 미세하게 힘이 실렸다. 대륙군이 그토록 강력해졌다면 반도군에는 희망이 없다. 반도군은 점점 더 무질서하고 나약해지고 있었다.

- 33~34

 

“저기.”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화린은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조그만 아이가 있었다. 한강 구역에서는 허가받은 사람 외에 모든 주민, 특히 어린아이가 혼자 건물 밖을 나다니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화린은 어쩐지 아이를 달래서 건물에 들여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럴듯한 근거가 없는데도 직감적으로 아이가 한강 구역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한강 건물을 등 뒤에 두고 홀로 서 있는 아이는 그야말로 이방인 같았다.

“어디에서 왔어?”

화린이 물었지만 아이는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화린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는 맑아 보이기도, 무심해 보이기도 했다.

“내 시신을 찾아 줄래?”

- 46~47

 

미끄러지지 않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 한 번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면 그야말로 끝장이다. 아무리 움직임이 날렵하고 능수능란해도, 칼을 현란하게 휘둘러도, 그 칼을 상대에게 가차 없이 찔러 넣어도, 치솟는 피를 보고 태연할 수 있어도 빙하에서 넘어지는 그 순간이 곧 네가 죽는 순간이다. 교관들은 늘 그렇게 가르치며 아이들을 빙하 위로 올려 보냈다. 열 명이라고 교관이 외치면 그날 그곳에서는 열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전투가 치러졌다. 대륙군의 특수대원들은 그렇게 길러졌다.

백건은 빙하 위에서 많은 친구를 죽였다. 친구가 아닌 동료도 죽였다. 동료가 아닌 경쟁자도 죽였다. 어차피 곧 빙하 위에서 맞붙게 될 사이인 것을 깨달은 이후로 백건은 친구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 50

 

여러 동식물의 삽화와 설명이 수록된 책이었다. 7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으로 약 140종의 동식물이 기록되어 있었다. 기록한 기준은 멸종의 시점. 곧 멸종할 것이 틀림없는 생명체를 그림과 글로나마 남겨 둔다고 서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의 예상은 거의 맞아떨어졌다. 현재 생명도감에 수록된 140종가량의 동식물 중 유안이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나머지는절멸했을까? 절멸은지구상에서 완벽히 사라졌다.”라는 의미라고 책에 적혀 있다.

- 55~56

 

유안은 다시 맨 첫 장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외운 문장이었다.

“기억의 힘을 믿으며.”

아마도 지금의 미래를 짐작하고 필사적으로 남겨 둔 기록. 유안은 어쩐지 가슴이 미어져서 숨을 옅게 헐떡이며 몇 페이지 더 넘겼다. 한때 지구에서 자라고 시들고 다시 싹트기를 반복했던 식물 중 하나를, 익숙한 형태의 씨앗이 그려진 삽화를 발견했다. (……) 유안은 한동안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조그만 견과류 아니, 씨앗을 되새겼다. 비록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손에 쥐었을 때의 부피감과 감촉을 기억했다. 그렇게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 생명도감에 기록된 식물 중 하나인 복숭아는 여타 낯선 생명체와는 달리 유안이 아는 것이 되었다. 그야말로 실체 있는 생명체가 되었다.

- 132~133

 

들린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낯선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 처음 들은 것과 같은 낯선 짐승의 하울링. 울림통이 크고, 위협적으로 들리기도 혹은 애달프게 들리기도 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하울링. 화린은 메아리치며 울려오는 하울링을 좇아 차근차근 나아가기 시작했다. 편안히 누워 잠들고만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계속 걸었다.

- 146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은 생존주의 시대의 사랑을 재발명한다.” - 이소(문학평론가)

★★세계는 참혹한데 전선을 오가는 마음은 따뜻하다.” - 정용준(소설가)

★★한반도라는 공간의 해석과 활용이 새롭고 매력적이다.” - 문지혁(소설가)

★★살아남기 위해 죽고 죽이는 대신 애틋함으로 종말의 얼음을 녹인다.” - 김희선(소설가)

★★친구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도 끝까지 우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 국가의 몰락

대멸종 시대, 미래의 한반도는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기술이 도태한 모습이다. 이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먼 과거와 닮았다. 거대한 하나의 국가는 세 개의 작은 구역으로 쪼개져 있고, 정보와 물자는 개 썰매로 운송하며, 모든 물자는 사람의 신체를 통한 노동으로 얻는다.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강 기지등 한반도의 세 구역은 각각이장’,‘ 구역장’, ‘대장을 리더로 둔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이룬다. 남해안 온실 인근에 조성된온실 마을은 곡식과 육류 등 식량을 비롯해 다양한 물자를 생산하고, 중부 지역 어느 판옵티콘 같은 빌딩을 중심으로 조성된한강 구역은 주로 군수 물자가 될 철을 가공한다. 대륙과 맞붙은 최전방 경계인압록강 기지는 다른 구역에서 지원받은 물자로 군인을 양성해 영토를 지킨다. 이처럼 필요한 물자를 교환하며 긴밀히 이루어지던 세 구역의 협력 관계는 전쟁으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각 구역을 떠받치던 규칙과 질서가 모조리 사라지고, 냉혹한 설원 위 각자도생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 경계를 넘는 사람들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은 경계 안팎을 오가거나 경계 위에 있다. 구역과 구역을 넘나드는 짐꾼유안화린’, 한반도 최전방을 지키는 군인기주백건’, 국경을 넘는태하등이다. 동갑내기인 이 다섯 청년은 경계 안에 머물며 각 구역의 질서를 따르기보다, 경계 바깥에서 직접 재해와 재난을 마주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움직인다.

개 썰매를 타고 꼬박 한 달간 남해안과 압록강 사이 설원을 종단하는 짐꾼들은 맨몸으로 눈보라, 폭설, 화이트아웃, 크레바스 등 자연재해를 버텨 내고, 군인들은 어떤 기술적 장비 없이 직접 얼음을 깎아 장벽을 쌓고 신체 훈련으로 전쟁을 대비한다. 그런 이들에게 종말은 전쟁처럼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다. 오히려 한평생 피부에 스며 들어와 있는 한기 같다. 각자가 속한 사회가 무너지고 생존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희박해진 순간, 이들은 종말의 예감만큼이나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속 희망을 꺼내 본다. 그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경계를 넘어 버려진 땅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 우리를 비추는 미래의 시선

『저편에서 이리가』의 인물들이 품은 희망의 근원에는 원초적생명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생명력을 통해 소설은 우리가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과도 동등하게 연대할 가능성을 포착해 낸다. 인간의 질서 너머, 죽음 앞에 평등한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연의 질서다.

짐꾼유안은 틈날 때마다 죽은 친구에게서 받은생명도감을 들여다본다. 지금은 대부분 멸종된 동식물을 기록한 그 책을 통해 유안은 죽은 듯 묻혀 있지만 죽지 않은씨앗같은 존재들을 떠올린다. 짐꾼화린은 설원 한가운데서 유령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를 따라 헤매던 설원 한가운데서 낯선 짐승의 하울링을 듣고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을 좇는다. 짐꾼인유안화린이 미지의 가능성을 찾아간다면, 군인인기주’, ‘백건’, ‘태하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 삶에 대한 간절함을 따라 나아간다. 그렇게 『저편에서 이리가』는 먼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온 원초적 힘에 발을 딛고 선 먼 미래의 시선으로 지금의 우리를 환히 비춰 보여 준다. 우리가 지나온 길마다 이미 희망이 있었음을, 그리고 살아 있는 한 그 희망이 여전히 있음을.

저자 소개
저자 : 윤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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