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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4817314 |
|---|---|
| 쪽수 | 12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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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樵夫의 시심을 읽으며
- 김유조(시인, 문학평론가, 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초부樵夫 김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을 상재 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몇 줄 추임새를 넣고자 기꺼이 붓을 잡아본다. 초부를 아호로 쓰는 김상진 시인은 우리말로 또 ‘나무꾼’이라는 별호도 이름 대신에 즐겨 올리기도 한다. 오랫동안 도회지 생활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인은 정년이 되자 두말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은거하면서 농사도 짓고 나무도 심어 가꾸며 틈틈이, 아니 구태여 틈을 만들어서 시작詩作에 몰두한 자국을 역력히 들어내며 산천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가 쓴 푸른 시작은 학연과 문맥으로 맺어진 문학 단톡방에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올라와서 마치 모두가 전원에 있는 듯싶게 자신의 글 마당으로 문우들을 불러낸다. 이번이 두 번째 시집이라고 하지만 20년 전 계간 문예춘주로 등단 후, 듣기로는 이미 대여섯 권 이상을 벌써 짜맞추어 놓고서도 겸연쩍어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다. 무시로 발표하고 가꾸는 열의와 정성에 비추어 볼 때는 사실 그 이상의 시집 출간이 벌써 빛을 보았어야 하는 데 초부는 늘 겸손하다. 여기 그의 시상과 감상을 나타내는
시 한 편을 올려본다.
내가 시詩를 쓸 때는/ 작은 바람을 담습니다//
그 누구보다/ 해묵은 고목 같은/ 벗의 가슴에서/
오랫동안/ 노래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노래가 남아있는 동안/ 나도 너에게서/ 벗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늘로 하늘로/ 자꾸자꾸 날려보냅니다/
못난 노래지만/ 어느 고운 님의 마음에서/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 〈제3장 나의 노래 전문〉
소박하지만 질박한 시인의 감성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가 왜 시를 쓰는지를 가슴으로 이해하게 된다. 나무꾼이 숲에서 나무를 가꾸고 벌목하듯, 시인은 언어의 밀림 속에서 의미를 추출한다. 시인은 그래서 둘 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찾기 위해 표피를 벗겨내는 작업을 고향 마을 전원에서 수행하는 모양이다.
나무꾼 시인은 또 서시에서 ‘숲도 산도 묵墨 빛으로 희미하고/ 달빛만 저 혼자 푸르다’라고 노래하였는데 사실은 시인의 시심도 달빛 못지않게 빛나고 있다 할 것이다. 나무꾼이 참나무를 다듬듯, 시인은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시적 언어를 정제한다. 아울러 여기 인용하지는 않지만, 초부 시인의 시 가운데에는 유난히 계절에 대한 음유가 많은 데 전원에 터를 잡은 시인으로서는 계절의 순환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리듬이 시의 호흡이 되고 있음을 본다.
한편, 우리 시대는 이제 환경에 관한 관심을 떠나서는 생존 자체를 논하기조차 어려운 절박한 때가 되었다고 볼 때 초부를 자처한 시인의 작업 공정은 언어의 순환 구조를 품고 있고 신생을 꾀하는 기본적 자세에 있음이라고 하겠다. 디지털 시대에도 초부의 상징은 새롭게 재해석되어서 오늘날, 그리고 앞으로 ‘가상현실 속 나무꾼’이라는 모티프로 ‘디지털 장작 패기’에 빗대어 표현되는 경지도 예비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처럼 초부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주되면서 시창작 본질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도 우리의 초부 시인은 의도하였던 아니었던 선도적 위치를 점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농사를 직접 지으며 시를 쓴 이성부 시인이나 직접 나무를 하며 시를 쓴 고은 시인의 면모를 초부 시인의 이미지에서 발견하며 자연과의 교감, 노동과 창작의 유사성, 역사적 문맥 등을 시 속에 구조적으로 내포하는 시들이 더욱 끊임없이 이어져 나오는 기대하게 된다. 초부의 마당에는 연못이 있는 듯하다. 아니 적어도 그의 가슴에 있는 너른 연못의 시심을 음유하며 초부 시인의 시집 상재를 반기는 마음을 전한다.
처음 당신이 오실 때는/ 바람으로 왔습니다//
난/ 봄 꽃잎처럼/ 살랑거렸고/
파문처럼 번져 가더니/ 파도가 되었습니다.//
꼭 잡아두고 싶었습니다, 마는/ 구름이었나 봅니다//
청산 더불어/ 가슴 깊이 그림자로 남아있었고/
하늘 밖에서/ 흐르고 있었습니다.//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지나고//
삭이고 삭인 진흙 속에서/ 푸른 연잎이 자라고/
그 연잎 사이 숨어서/ 연꽃 봉오리 돋을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사랑은/ 당신의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우는 것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