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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94172178 |
|---|---|
| 쪽수 | 252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자연/과학 > 과학일반
AI추천 이유
과학은 서양의 전유물인가?
근대 서양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기술학에 균열을 내기
과학기술학(STS)은 객관적인 진리라고 여겨진 과학이라는 활동의 블랙박스를 열고 그 권위를 해체해왔다. 과학을 절대적 진리로 보지 않고,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는 과학의 성스러운 외피를 걷어내는 데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과학은 더 이상 ‘진리의 보고’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사회적 산물로 읽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학이 서구 근대 문명의 산물이라는 인식을 해체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이는 20세기 중후반의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이 대부분 서구권 출신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은 서양 근대 문명의 전유물이고, 세계의 나머지는 서양의 과학을 수입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했다. 과학을 수입한 식민지는 과학의 전통이 없는, 텅 비고 매끈한 공간으로 상상되곤 했다.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postcolonial STS)은 이러한 인식의 틀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다.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은 과학을 서구 근대의 전유물로 이해해온 오랜 인식의 틀을 비판적으로 흔들며, 지식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권력의 지형을 다시 그린다. 워릭 앤더슨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과학이 서구에서 만들어져 단순히 ‘전파된’ 것이 아니라, 제국과 식민지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된 지식의 체계였음을 드러낸다. 과학의 보편성은 제국이 자신을 문명으로, 타자를 미개로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언어였다.
그렇다면 탈식민주의란 무엇인가? 워릭 앤더슨은 “우리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모두 탈식민주의라는 느낌적인 느낌 안에 있다”고 말한다. 탈식민주의는 우리가 여전히 식민주의(colonialism)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식민주의가 근대세계를 만든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임을 인정하는 비판적 인식이다. 다시 말해, 근대세계는 이성, 자유, 진보, 물질적 풍요 등 그 빛나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식민주의적 폭력과 지배 없이는 성립 불가능했다는 깨달음이다. 탈식민주의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는 근대와 원시, 문화와 자연, 문명과 야만, 지배와 순종, 혁신과 모방 등 식민주의적 가치가 새겨진 이분법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비판하며, 그 너머를 사유할 수 있다.
구분선을 흐리고, 관계를 전복하고, 돋보기를 들이대고,
말하지 못하던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다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은 제국과 식민지, 근대와 전근대라는 깔끔한 구분선을 흐리고, 주변부와 중심의 관계를 전복하며, 매끈하고 텅 비어 보이는 역사와 공간에 돋보기를 들이대 말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는 작업이다.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은 하나의 이론적 틀을 넘어, 서구의 근대과학과 식민주의를 대하는 정치적 인식이자 태도이며, 동시에 윤리적 지향점이다. 단순히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만을 문제 삼지 않고, 페미니즘, 인종주의, 불평등과 차별 등 오늘날의 사회적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서양과학은 없다』는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을 주창한 대표적인 과학기술학자 워릭 앤더슨의 문제의식과 이론 세계를 보여주는 여섯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워릭 앤더슨은 식민지와 남반구를 중심에 둔 과학·의학사 연구로 명성을 얻은 호주의 과학기술학자이며,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의 이론적 사유를 최전선에서 주도하고 있다. 의사로 훈련받은 뒤 과학사와 과학기술학 연구로 전향한 그는 제국주의와 의학, 인종과 과학, 생명정치 등 주제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연구해 왔다. 워릭 앤더슨의 글과 사유가 한국어 독자들에게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제자인 이종식 KAIST 교수가 직접 편역하고 해제를 단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탈식민주의 과학기술학의 “느낌적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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