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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

  • 에마누엘 레비나스
  • 김동규
  • 그린비출판사
  • 2025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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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94513407
쪽수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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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레비나스에 따르면 히틀러주의는 영혼이나 정신과 같은 고차적 가치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신체의 해방을 추구한 일종의 정치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 더 나아가 그를 비호하며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당시 독일 사상가들까지도 예외 없이 신체적 힘을 강화하고 생존 의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일종의최고선으로 삼았다. 이는 단지 유럽을 지배해 온 정신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레비나스가 지적했듯 인간의 인간성 자체를 다시 문제 삼는 움직임이었다. 추상적이거나 고상한 가치를 거부한 채, 현실을 지배하려는 욕망은 신체적 힘의 과시와 생존 투쟁에서의 승리라는 야망만을 남겼다. 레비나스가 보기에는 히틀러 제국의 지배 이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목차

[목 차]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 7

에마뉘엘 레비나스

 

해설

원초적 악 27

미겔 아방수르

 

옮긴이 해제

전체주의의 폭력을 끊임없이 경계한

철학자의 첫 번째 철학적 성찰 119

김동규


[본 문]
  

히틀러의 철학은 원시적이다. 그런데 이 철학에서 타오르는 원초적 힘들은 지극히 요소적인(élémentaire) 힘의 압력 아래 비천한 미사여구를 터뜨린다. 이 힘은 독일 정신의 비밀스러운 향수를 일깨운다. 히틀러주의는 전염병이나 광기 이상의 것으로, 요소적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다. (9)

 

자신의 신체에 속박된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힘을 박탈당하는 데 이른다. 인간에게 진리는 더 이상 낯선 광경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인간 자신이 행위자인 드라마 속에 있다. 인간은 자신의 전체 존재의 무게이는 더는 되돌릴 수 없는 주어진 사실들을 포함한다아래에서또는아니요라고 말할 것이다. (22)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방대한 저작에서 특히 강조되어야 할 점은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이 현상학적 기예와 그 비판적 잠재력을 활용하여 사회-역사적 현상을 해석하려고 시도한 유일한 텍스트라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시도는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사고방식과 동떨어진 채로, ‘즉각적으로제시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이었다. (30, 아방수르의 해설)

 

(…) 이 글에는 국가사회주의의 근원이 원초적 악의 본질적 가능성에 있다고 보는 확신이 담겨 있다. 건전한 논리도 그 가능성에 도달할 수 있으며, 서양철학은 그것에 대해 충분히 방비하지도 못했다.” 이는 히틀러주의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46, 아방수르의 해설)

 

레비나스는 신체의 역설을 부각하기보다는 다음의 한 가지 전복을 기술한다. 그는 전통 철학에서영원한 이방인이었던 신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자 그리스도교와 자유주의에서 정신의 타자였던 신체가 어떻게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 급기야 세계의 타자성을 극복하도록 하는 동일화 과정, 즉 그 가능한 장소와 순간들 중 하나가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69, 아방수르의 해설)

 

레비나스가 말하듯, 히틀러주의 철학은원시적이다”. 하지만 이는 히틀러주의가 단순히 옛것이라거나 구닥다리 사상에 불과하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히틀러주의가 단순하면서도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환기하며, 가장 기초적이거나 원초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일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레비나스의 지적에 의하면, 히틀러주의의 위험성의 발로는 당시 히틀러의 이념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독일 정신에 내재한 향수에서 비롯한다. (127, 옮긴이 해제)

 

히틀러주의에 의하면, 자유주의와 그에 가까운 사상들은 신체가 자아인 사실에 무감하게 만드는 정신에 대한 기만적 찬사에 불과하다. 이러한 비판 위에서 히틀러주의는 나름의 고유한, 그리고 지극히 단순한 해결책과 변화의 전망을 내놓기에 이른다. “혈연에 기초한 사회는 이러한 정신의 구체화로부터 직접적으로 도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만약 인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발명해 내기라도 해야 한다!”[20]. (137, 옮긴이 해제)

출판사 서평

전체주의의 위기에 휩싸인 위태로운 세계에

다시 도착한 1934년의 편지

 

 

 

신체적 힘의 강화, 생존 의지의 극대화는

전체주의 세력의 이론적 토대일 뿐!

 

레비나스의 1934년 시론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은 피해자라는 가면을 쓴 전체주의자들에게 그가 보내는 일종의 반송 편지와도 같은 글이다. 이 책의 첫 해설자 미겔 아방수르가 지적하듯, 그것은 독일이라는 패전국을 힘으로 재건하려 했던 히틀러의 편에 선 하이데거에게 보내는 편지로도 읽힐 수 있으며, 동시에 피해자 지위를 방패 삼아 폭력을 일삼는 모든 이들에게 거울처럼 비추어 사용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레비나스에 따르면 히틀러주의는 영혼이나 정신과 같은 고차적 가치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신체의 해방을 추구한 일종의 정치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히틀러와 그 추종자들, 더 나아가 그를 비호하며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당시 독일 사상가들까지도 예외 없이 신체적 힘을 강화하고 생존 의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일종의최고선으로 삼았다. 이는 단지 유럽을 지배해 온 정신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레비나스가 지적했듯 인간의 인간성 자체를 다시 문제 삼는 움직임이었다. 추상적이거나 고상한 가치를 거부한 채, 현실을 지배하려는 욕망은 신체적 힘의 과시와 생존 투쟁에서의 승리라는 야망만을 남겼다. 레비나스가 보기에는 히틀러 제국의 지배 이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피해자 가면을 쓰고

힘의 팽창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속살을 들여다보라!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이념 속에 자신을 피해자, 혹은 약자로 둔갑시키는 기묘한 전략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히틀러는 근대화와 근대 정신의 희생자가 자신과 독일 민족이라고 주장했고, 그 반대편에 선 수혜자는 유대인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근대 자유주의와 그리스도교 이념에 맞서 힘과 생존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더 나아가 그 힘을 설득이나 전파가 아닌 팽창의 논리로 확장한 것이야말로 레비나스가 진단한 히틀러주의의 핵심이었다.

 

겉보기에 이런 단순한 사고방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무익하고 해로운 것으로 낙인찍힌 듯하지만, 실상은 오늘날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압박하는 네타냐후가 내세운 투쟁의 주요 근거 또한생존이다. 그는자국 영토 위에서 유대 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공언했다. 우리가 보기에 이스라엘의 생존은 더 이상 위협받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약자로 규정하면서 힘의 팽창을 정당화한다. 레비나스가 생전에 이스라엘 내부의 폭력 정당화를 두고 비판했던 목소리—“모든 상황에서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말하기 위해홀로코스트를 내세우는 것은, 가해자들[나치군]의 허리띠에 새겨진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Gott mit uns)이라는 문구만큼이나 혐오스럽다”—는 이제 거의 기억되지 않는 듯하다.

 

 

자유와 인권 옹호 vs. 국익과 민족의 힘

그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그러나 이는 이스라엘만의 논리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주요 선동 대상이었던 백인 노동자들 또한 여성과 이민자 앞에서 자신들이 약자라고 주장한다. 이 틈을 파고든 전략 역시생존의 논리였다. 가까이 한국 사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드러난다. 내란의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이들이 내란의 수괴를 두둔하고, 물리적 힘으로 정세를 뒤집으려 했다. 법원에 대한 폭력 행사 또한 그들의생존 의지를 드러내는 사례이다. 민주주의라는 기본 질서를 가까스로 지켜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여전히 외국인을 혐오하고, 국내 정치를한일전과 같은 민족 간 생존 대결로 규정하며, 인종적 힘의 결집을 기만적으로 꾀하는 전체주의적 생존 의지가 다른 얼굴로 살아 있는지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정부가 조지아주에 파견한 한국 노동자들을 반인권적으로 구금한 사건에 분노한다. 이는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태에는 둔감한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권보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정서적 틀을 따라 인종적으로 현실에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체주의로 회귀하려는 내란 세력에 맞선 것도 시민들의 자화상이지만, 자유와 인권 옹호와 국익과 민족의 힘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는 것도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전체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비판 정신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

 

이 모든 현실 속에서 레비나스의 1934년 시론은 여전히 강한 울림을 남긴다. 훗날 그는 히틀러주의에철학이라는 이름을 부여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이는 적어도 그 당시 그것이 일종의 범속한 대중 철학으로 통용되었음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혐오와 배제, 폭력에 기대어 이를 증폭시키는 오늘날의대중 철학은 무엇인가? 󰡔히틀러주의 철학에 대한 몇 가지 반성󰡕은 이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레비나스가 당대에 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와 비판 정신이 무엇이었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서는 1934년의 레비나스가 전체주의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 2025년의 우리에게 보낸 시대를 초월한 편지인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에마누엘 레비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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