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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88932044743 |
|---|---|
| 쪽수 | 21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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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제를 발굴함으로써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모든 시가 무척 재미있다.” _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이런 시가 나타나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_다니카와 슌타로(시인)
글을 퇴고하듯, 세상을 반추하는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가 그린 시대의 축도縮圖
요쓰모토의 시에서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도 낯선 빛을 얻고, 익숙한 말들도 뜻밖의 결로 엮이며 전혀 다른 세계의 문을 연다. 그는 삶의 미세한 균열을 재치와 통찰로 비틀어 보여주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생각들을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세계중년회의 世界中年会議』(2002)에서는 청춘도 노년도 아닌 ‘중년’이라는 생의 한 국면을 통해 동시대의 초상을 과감하게 그려냈다. 또한 오랜 외국 생활을 한 외부자의 시선으로 현대 일본을 바라본 그의 작품 곳곳에는 모국을 향한 애정 어린 비판이 배어 있다. 「오·모·테·나·시」 「그彼」 「일본국 헌법 전문」 등에서는 천황제, 코로나 대응 등 일본의 ‘지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동시에 시인은 일상의 언어와 자본주의의 언어를 시적으로 전환해 우리의 현실을 통찰하고, 우리 일상 어디에나 시가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 주재원 생활과 MBA 과정에서 비롯된 경험은 경제 용어와 상상력이 교차하는 독특한 결로 나타난다. 회계·비서·환율·옵션 거래 같은 자본주의적 코드가 그의 시 속에 들어와 전혀 다른 질감의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특히 『웃는 버그笑うバグ』(1991)는 회사원의 일상부터 자본주의의 논리까지 시의 소재로 과감하게 끌어들인 작품으로, 난해시 일변도이던 당시 일본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남겼다. 원로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는 “이런 시가 나타나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 등장을 반겼다.
시와 언어의 경계를 뒤흔드는 문화적 실험성
“나에게 시는 본질적으로 번역하는 행위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옮기는 것.”_요쓰모토 야스히로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일본 시단에서 보기 드문 언어 실험가다. 그에게 시란 “본질적으로 번역하는 행위”, 즉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시집 『언어 재킹言語ジャック』은 제목 그대로 언어·의식·시의 관계를 흔들어놓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자음+모음 구조의 일본어가 지닌 풍부한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언어유희, 와카 등 전통 시가에서 쓰이는 ‘가케코토바’와 ‘혼카도리’ 같은 고전 기법의 현대적 변용, 인터넷 용어·대중문화·지역 방언에서부터 『만요슈』·『고사기』 같은 7~8세기 문헌까지 가로지르는 폭넓은 인용 등, 그의 실험성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현대의 말·기억·문화·고전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구체적 탐구다. 실제 전시회 기획안처럼 쓰인 「「아트로서의 시」 전시회 기획 메모」는 시인이 상상으로 그려낸 전시장의 풍경을 펼쳐 보이며, ‘시가 될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끝없이 확장한다. 요쓰모토 특유의 상상력과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인 요쓰모토는 시의 경계를 가볍게 웃으며 넘나들고, 언어가 열어젖힐 수 있는 세계를 지금도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다.
유머와 위트, 문화적 다층성을 지닌 시인
“시인들은 ‘이제 쓸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요쓰모토 작품을 읽으면 그것은 다 못 쓰는 시인들의 변명처럼 느끼게 된다.
요쓰모토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쓸 것은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하고.”
_다카하시 겐이치로(소설가)
요쓰모토의 시에는 진지한 성찰과 경쾌한 기발함, 그리고 유머와 말장난이 절묘하게 공존한다. 회사의 회의실에서 튀어나온 농담, 자본주의의 숫자 언어, 중년의 삶과 고독, 일본어의 언어유희, 시대의 유행어와 인터넷 밈, 다양한 문화 코드까지—모든 것이 그의 시에서 다시 한번 발효된다. 작가 다카하시 겐이치로高橋源一郎는 “새로운 주제를 발굴함으로써 일본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모든 시가 무척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패러디와 해학’으로 천황제에 대해 쓴「그彼」처럼, 요쓰모토는 기존의 문맥을 비틀어 해체하고 다시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대상에 몰입하여 자기 인식에서 벗어나 세계와 다시 연결되는 방식이다.
그의 시는 일상의 잔해와 고전의 노래, 유머와 반성이 한 몸으로 섞이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시를 읽으며 “쓰일 것은 여전히 무한하다”는 가능성을 체감하게 된다.
언어의 해류를 따라 세계를 유영하는 국제적 시인
요쓰모토 야스히로는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활동하는 시인이다. 유럽, 미국, 아시아 곳곳의 시 축제와 포럼, 대담과 번역의 현장에서 그는 언제나 다른 시인들과 언어를 나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2015년 김혜순·다니카와 슌타로·밍디와 함께 ‘한중일 3개 국어 연시’를 쓰고, 코로나 팬데믹을 주제로 한일 동시 출간한 앤솔러지 시집 『지구에서 스테이』(넥서스, 2020)와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안온북스, 2022) 출간에도 참여했다.
독일에서 오랜 세월을 살며 전 세계 시인들과 교류해온 그를 두고 다니카와 슌타로는 “국제적인 시의 프로듀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요쓰모토 시인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언어의 해류를 따라 세계를 유영하며, “이미 쓰인 모든 시와 아직 쓰이지 않은 시 사이”(「퇴고하는 사람」)에서 새로운 감각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