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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4423010 |
|---|---|
| 쪽수 | 42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이 책이 속한 분야
- 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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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동역학을 창시한 약자 혁명의 주역, 하지만 그는 단순한 물리학자가 아니었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에르빈 슈뢰딩거는 하이젠베르크, 폴 디랙, 닐스 보어 등과 함께 1920년대 양자 혁명을 주도했다. 그는 파동방정식을 정립한 공로로 1933년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와중에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을 내놓았다. 쇼펜하우어와 힌두의 베단타 철학에 심취했던 그는 물리 법칙과 실재(實在)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과학과 철학을 사색한 여러 권의 책을 남겼다. 양자역학 고유의 특성이자 양자 컴퓨터의 핵심 원리인 ‘얽힘’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고, 그 개념을 정립한 사람도 슈뢰딩거였다. 물리학자로서 생명을 고찰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과 크릭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슈뢰딩거가 남긴 책들은 지금도 꾸준히 출판되고 있으며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되어 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삶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슈뢰딩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파동방정식을 발견하는데 그의 철학이 영향을 끼쳤을까, 논란을 낳고 있는 그의 ‘사랑(?)’도 연구에 영향을 주었을까?
이 책은 약 30년 만에 국내에 소개되는 슈뢰딩거 전기로, 《네이처》가 선정한 최고의 과학저술가이자 “양자역학의 신비를 풀어내는 데 더없이 탁월한 거장”으로 평가받는 존 그리빈의 역작이다. 그리빈은 슈뢰딩거의 물리학과 철학은 물론이고 2022년 강의실 명칭에서 슈뢰딩거 이름을 삭제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조치와 관련된 그의 여성 문제까지도, 다양한 사료에 기반해 속속들이 다루었다.
●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VS.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유엔(UN)은 하이젠베르크가 행렬역학을 발표한 지 100년인 올해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 및 기술의 해’로 선언했다. 하지만 1926년 파동역학을 완성한 슈뢰딩거가 알았다면 2026년이 아닌 2025년을 양자역학 100주년으로 기념한 것에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른다. 슈뢰딩거는 파동역학이야말로 양자역학의 올바른 형태라고 믿었고, 행렬역학에 “거부감”을 넘어 “역겨움”마저 느낀다고 일갈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 하면 슈뢰딩거 방정식이 떠오르는 물리학과 학생들도, 구체적인 내용은 몰라도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친숙한 일반 대중들도 슈뢰딩거의 편에 서게 되지 않을까. 사실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은 양자역학의 두 가지 다른 표현이며 내용적으로는 완전히 동등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양자역학 교과서는 슈뢰딩거의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수학적 방식을 취한 행렬역학과 비교할 때 파동이라는 물리적 실재를 기반으로 한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이 물리학자들에게 더 익숙하고 직관적으로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양자역학의 출현 배경부터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의 성립, 물리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양자역학의 특성과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 등 양자 혁명의 모든 과정이 상세하고 생생하게 담겨 있다. 슈뢰딩거 사후 양자역학의 발전과 21세기 양자 기술을 대표하는 양자통신과 양자 컴퓨터의 원리와 전망까지도 충실하게 다루었다. 친근한 비유로 핵심을 이해시키는 그리빈의 명료한 설명은 명불허전이다.
● 슈뢰딩거 기적의 해,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는가_휴식, 관능, 그리고 과학
슈뢰딩거가 파동역학을 정립한 것은 100년 전 딱 이맘때였다. 결핵을 앓던 그는 38세이던 1925년 12월 요양을 위해 알프스 휴양지 ‘아로사’를 찾았고, 이듬해까지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파동역학에 관한 중요한 논문 여섯 편을 쏟아냈다. 그리빈은 이러한 슈뢰딩거의 성취를 아인슈타인 기적의 해에 견준다. “1926년의 슈뢰딩거는 과학계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폭발적인 창의성을 분출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비견할 만한 사례는 아마도 1905년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공헌을 하며 ‘기적의 해’를 일군 젊은 아인슈타인 정도일 것이다.”
한편 과학사에는 슈뢰딩거처럼 연구 현장을 떠나 휴식 중에 위대한 발견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당장 하이젠베르크만 해도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해 바위섬 헬골란트로 휴가를 가 있는 동안 행렬역학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헬골란트에서 하이젠베르크가 혼자였던데 반해, 아로사에서 슈뢰딩거는 혼자가 아니었다. “빈에서부터 사귀었던 옛 여자 친구”가 함께 와 있었고, “그녀는 1926년까지 폭발적으로 이어진 슈뢰딩거의 창의적 연구 활동을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슈뢰딩거는 자주 사랑에 빠졌고-또는 스스로 사랑에 빠졌다고 확신했고-그럴 때면 대체로 인생도 잘 풀리고 과학적 창의력도 샘솟았다.” 하지만 그가 사랑을 나눈 여성 중에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이런 사실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커지자 2022년에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은 슈뢰딩거 이름을 딴 강의실 명칭을 바꾸고, ‘슈뢰딩거 강연 시리즈’ 명칭도 재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조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의 개인적 일탈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쉽지 않은 문제를 제기한다.
● 슈뢰딩거의 또 다른 유산
존 그리빈은 “테리 루돌프에게, 그는 이 책을 읽지 않겠지만”이라는 ‘헌사’를 통해 이 책을 테리 루돌프에게 바친다. 그는 누구일까? 테리 루돌프는 현재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로 있는 양자물리학자다. “양자물리학의 기반에 자리한 난해함에 매료되어” 양자물리학자가 되었다고 말하는 테리처럼 양자물리학은 지금도 “과학계의 가장 영민한 지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영민한 지성 중에서도 왜 하필 그에게 이 책을 바치는 걸까? 그리빈은 이 책을 쓰면서 테리를 만났고, ‘후기’에 에르빈 슈뢰딩거와 테리 루돌프의 이야기를 남겨 두었다. 그렇게 슈뢰딩거가 남긴 유산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