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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머리하고는(미니 에디션 더 쏙)(난다시편 더 쏙 4)

  • 박유빈
  • 난다
  • 202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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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ISBN-13 : 9791124065143
쪽수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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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난다시편 네번째 권

박유빈 첫 시집,『성질머리하고는』출간!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유빈 시인의 첫 시집 『성질머리하고는』이 난다의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네번째 권으로 출간된다. 난다시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인의 첫 시집이다. 시 44편을 4부로 구성해 싣고 시인 박유빈의 편지와 대표작 시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Why do Korean women eat bibimbap before cockcrow」을 최민지(Min Ji Choi)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박유빈 시인의 등단작 「해변에서」는 바닷가에 떠밀려온 ‘눈알’이라는 낯선 설정을 끝까지 기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며 읽을수록 흡인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박유빈 시인에게 시는 나다울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다. 돌아갈 집이 없어도 괜찮은 그냥 산책. 시인은 입속의 청개구리가 말하는 대로 시를 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조금 못된 화자가 하는 말을 듣고 몸속의 비평가들이 시시비비를 따지며 치고받을 때 그는 묵묵히 날아드는 욕설과 종이와 글자들을 맞으며 외려 당당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도와 바다를 맞고 벼랑이 되는 암석처럼. 자신으로부터 잊히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내던져진 명랑이 언제나 외부세계보다 앞서 있음을 알기에 그는 당당하고 자유롭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2000년생 여성 시인으로서 보고 듣고 만지는 만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다. 산만하고 입이 댓 발 튀어나온 시를 좋아하는 박유빈의 ‘성질머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밤마다 자기만의 ‘성질머리’를 정성껏 씻겨주고 닦아주는 조금 불온한 우리가 청량한 꿈을 꿀 수 있기를, 불화하는 몸을 깨뜨리고 명랑히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들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내려놓는다(「박유빈의 편지」).

 

나는 내게 주어지는 떨림이 싫었다

불필요한 기교 따위가 내 영혼까지 털어가버릴까봐

 

“우리는 정교한 거짓말을 사랑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의미 없는 반찬들로 이루어진 암호화된 슬픔.”(「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 “말하기를 배우고 싶다/입을 감추고 휘두르지/않기”(「싶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를 갖고 태어난 동물/코뿔소를 떠올리다가 벽에 입을 맞췄다/벽에 입술을 대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몰라/아니, 너무 많은 사람이라도 괜찮겠다/세다보면 사람 하나 정돈 튀어나오겠지/이것도 어느 날 시가 되겠지”(「코뿔소와 나」) “나는 살고 싶을 적에 접속사를 말하는 사람이란다/나의 반려 부사가/내 옷을 한 겹씩 벗기고 있다”(「이름하고 싶어」) “누군가 내게 벽만을 바라보게 한 다음 마지막 문장을 남길 기회를 준다면 어쩌면 난 벽 아닌, 벽과는 다른, 벽보다는 무른 곳에 어떤 문장이든 텁텁한 글씨를 아로새길 것이다.”(「감은 눈」) “나는 이제 이 골목의 너비만큼 시를 쓰려고 한다.”(「공과 나」) “철문 상부에 쓰인 문장 하나. 희망은 난데없는 것. 오후 세시. 작은 창문 너머로 햇빛이 한 줄 그어졌다.”(「없다」) “가끔이지만 개떼같이 싸우는 척을 한다. 이왕이면 패싸움의 형태가 신선하고 좋다. 판 크게 싸우고 나면 이상하게 개운해진다. 반드시 피 튀기며 싸우란 법은 없다. 서로 겁주는 사람만 있을 뿐 겁내는 사람은 없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화원과 나」) “그때 배운 것 같다/사랑하지 않고도 빠져 죽는 마음”(「해변에서」)을. 매서움으로 거무죽죽하게 물든 이 매콤한 번뇌, 박유빈의 첫 시집에는 이렇게 독보적인 획이 있다.

 

흠뻑 숨을 참았고

나는 오늘 잊혀졌나요

 

두 팔을 휘감고 지나가는 물고기떼

어디로 몸 바꾸러 가나요

인간에게만 보이는 것

붉은 지느러미 부드럽게 흩어지고

 

고대의 어느 철학가는 발가락 골절을 견디다못해

숨을 콱 깨물고 죽었다고 한다

 

맨발에 흙모래 한줌 끼얹으며 생각했다

이게 다 무슨 사상인가

 

계곡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상가가

영혼의 다른 눈을 감고 떠다녔다

몸이 불어버렸네

 

지금인가

발이 닿지 않아 버둥거리자

물고기떼가 말한다

 

성질머리하고는

내 몸의 절반은 얕은 물이다

 

숨을 무언가로 등가교환하기

천칭에 오를 수 없는 나의 숨

 

지금이 되기까지

이 분 채 남지 않았다

 

_「지금인가」 전문

목차

[목 차]

시인의 말 004

 

1부 조금 못된 화자가 나왔으면 한다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 012

쿨리와 나 016

좋은가 020

소리 024

땅콩 캐기 029

슬픈가 033

싶다 036

서러운가 041

생각과 관 046

죽자로 끝난 내 이름 053

재기 057

 

2부 시가 돌아온다면 몸을 고쳐서 올 것이고

코뿔소와 나 062

담기 068

디도 072

이름하고 싶어 078

감은 눈 084

쌍 090

등 094

백 098

지 101

날 105

리듬 110

 

3부 오방색은 펑크지

지목 118

산사와 나 123

벽 127

시도 130

산과 나 133

사이 136

쌓기 139

제리와 나 143

공과 나 150

없다 152

화원과 나 156

 

4부 늘 극복하는 아침이길 바랄게요

해변에서 164

찬 169

지금인가 174

공터에서 177

눈 두 덩이 184

무게 188

공원에서 192

곡 197

때 200

둥근 203

그런데도 해봅시다 208

 

박유빈의 편지 213

Why do Korean women eat bibimbap before cockcrow — Translated by Min Ji Choi 219


[본 문]

다리를 비틀면 피 묻은 양이 메에 울면서 나타나고

정원의 꽃들은 수런거린다

 

새로 온 정원사에게 양은 시 속에서만 울 수 있는

명백히 희생적인 존재

 

정원사는 오늘 이웃집 남자를 잡아먹었다

맑은 오늘이 생일이라서

오늘만큼은 육식주의자여도 좋은 날

_「좋은가」부분

 

조명이 밝힌 잠의 마을

죽은 뇌를 씻기는 무드

등을 덮는 직물들

 

어린 꿈을 꿀 수 있다면

나와 불화할 수 있기를

 

뽀얗게 유감이 녹고 있다

시와 사람의 음성

싱그럽게 겹쳐 흐른다

 

풍경을 몰고 오는 여름 소녀가 이젠 나와 놀이하려 하지 않는다 장송 행렬을 보듯 창밖의 빌딩을 심심한 눈으로 그렇게만 지나친다

_「생각과 관」부분

 

말은 이끼다.

 

이곳은 단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자살과 무성생식을 반복하는 숲. 버려진 시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이끼 숲에서 탄생은 곧 지워짐. 언제까지고 상상해봄직한 영원한 조형 세계. 지워진다는 것은 우리의 말이 더는 불안해하지 않는 것. 벌벌 떨면서도 무작정 오염될 필요 없는 것. 시가 돌아온다면 몸을 고쳐서 올 것이고

 

시를 읽으면 두 발은 잠긴다.

_「감은 눈」부분

 

진동 또 운명

 

소리는 앞소리를 밀어내고

내가 펼친 페이지는

욕망하는 인물이 바다로 투신하는 장면

추의 운동을 좇으면

아주 산만한 궤적을 그릴 수 있다

 

발을 헛디딘 숫자들

장면이 한 꺼풀 벗겨졌다

_「백」부분

 

법당의 단청 작업을 했던 전문가가 언젠가 했던 말. 오방색은 펑크지. 산사에 머무는 동안 나는 내내 말이 없었다. 반질반질하게 머리를 닦은 휴머노이드가 허허 웃으며 공양하는 모습 따위를 상상하면서. 공양간에서 매끈했던 찻잔 하나를 깨뜨렸다. 시를 썼고, 소리는 그뿐이었다.

_「산사와 나」부분

 

내가 만든 그늘서 눈알은

부릅뜨기 좋은 상태

그러나 내 뒤로 사람들이 지나갈 때

눈알은 움찔거렸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해초처럼 누워서 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유언일지도 모르고

 

그때 배운 것 같다

사랑하지 않고도 빠져 죽는 마음

떠오른다

어떤 이의 어리숙한 얼굴

꼭 죽을 것만 같았던 사람

_「해변에서」부분

출판사 서평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1.

2025년 9월 5일 출판사 난다에서 시집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를 모아 묶었음에 ‘시편(詩篇)’이라 했거니와 시인의 ‘편지(便紙)’를 놓아 시집의 대미를 장식함에 시리즈를 그렇게 총칭하게도 되었습니다. 난다시편의 라인업이 어떻게 이어질까 물으시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없는 다양한 시적 경향이라 말을 아끼게 되는 조심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또 모든 말이 시의 언어로 발산될 수 있기에 시인에게 그 정신과 감각에 있어 다양함과 무한함과 극대화를 맘껏 넘겨주자는 초심은 울타리 없는 초원의 풀처럼 애초부터 연녹색으로 질겼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은 단호함은 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 캐치프레이즈는 “시가 난다winged poems”입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무거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날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가벼움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바람처럼 꽃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몸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처럼 희망처럼 날개 없이도 우리들 마음을 날 수 있게 하는 건 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여 온전히 시인의 목소리만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을 빚어보자 하였습니다. 해설이나 발문을 통한 타인의 목소리는 다음을 기약하자 하였습니다. 난다는 건 공중에 뜰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말이니 여기 우리들 시를 거기 우리들 시로 그 거처를 옮김으로 언어적 경계를 넘어볼 수 있겠다는 또하나의 재미를 꿈꿔보자 하였습니다. 시집 끝에 한 편의 시를 왜 영어로 번역해서 넣었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시인의 시를 되도록 그와 같은 숨결로 호흡할 수 있게 최적격의 번역가를 찾았다는 부연을 왜 붙이는가 물으신다면 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 두 가지 형태의 만듦새로 기획했습니다. 대중성을 담보로 한 일반 시집 외에 특별한 보너스로 유연성을 더한 미니 에디션 ‘더 쏙’을 동시에 선보입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시의 순간”이라 할 더 쏙. 7.5×11.5cm의 작은 사이즈에 글자 크기 9포인트를 자랑하는 더 쏙은 ‘난다’라는 말에 착안하여 디자인한 만큼 어디서든 꺼내 아무 페이지든 펼쳐 읽기 좋은 휴대용 시집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삼았습니다. 단순히 작은 판형으로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에 특별한 아트북을 염두하여 수작업을 거친 것이니 소장 가치를 주기에도 충분할 것입니다. 시를 읽고 간직하는 기쁨, 시를 쥐고 스며보는 환희. 건강하게 지저귀는 난다시편의 큰 새와 작은 새가 언제 어디서나 힘찬 날갯짓으로 여러분에게 날아들기를 바랍니다.

저자 소개
저자 : 박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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