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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6229650 |
|---|---|
| 쪽수 | 14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시
AI추천 이유
평범한 삶의 풍경에서 발견한 비범한 감정의 순간
나순희 시인의 시는 특별한 사건보다도 작고 조용한 순간을 향한다. 작은방의 앉은뱅이책상, 미용실의 한 구석, 놀이터의 아이들, 건널목의 좌판, 집수리로 밖에 놓인 낡은 가구, 가던 길에 떨어진 도토리, 한 번의 가위질, 비빔면을 끓여 달라는 아이의 말, 하루 종일 돌아다닌 발의 흔적까지. 그녀의 시편은 일상의 입자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한 사람의 생을 품은 풍경화로 바꾸어 놓는다.
나순희의 시에는 ‘관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이 있다. 타인의 고단함을 듣고, 아이의 한마디를 받아 적고, 노인의 자존심을 읽고, 치자꽃의 향기를 따라가며, 사라진 것들과 남은 것들 사이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런 시선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애정과 공감의 방식이며, 시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싱싱한 변명」은 이 책의 정서를 압축하는 작품이다. 말하지 못한 마음, 서툰 행동, 엉킨 감정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작은 ‘변명들’을 시인은 죄책의 언어가 아니라 성찰과 회복의 언어로 바꾼다. 무거운 것을 땅에 묻고, 다시 싱싱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그 과정은 이 시집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큰 위로다.
삶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은 따뜻하지만, 그 따뜻함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이 시집은 더욱 인상적이다. 시인은 소박한 장면 하나에도 깊고 넓은 마음의 결을 덧입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하루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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