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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58967284 |
|---|---|
| 쪽수 | 12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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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세이/시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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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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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시인은 고유성, 혹은 독자성으로 ‘지문’, 시의 변별적 개성을 확보하고자 분투한다. 그 여정은 결국 자신의 ‘허기’를 깨닫고 이를 보편과 일반의 원칙으로 재확인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시인의 ‘꿈’이 모두의 꿈으로 바뀌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홀로그램’의 긍정, 부정 여부를 떠나 시인은 ‘시’를 낳는 경이(驚異)를 “꿈속으로 스며든 행성을 만났어”라는 신비한 현상으로 전환한다. 그리곤 이렇게 묻는다. “너도 낭만을 아니?”(「홀로그램」)라고. 김경미 시인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독자들은 이 시집을 읽고 바다에 앉아 생각에 잠길 것이다. 그리곤 ‘지문’과 ‘허기’ 사이를 건너게 될 것이다.
― 백인덕(시인)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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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시인은 스스로 “지문이 되고 허기를 달래줄/그런 시를 꿈꾼다.”(「시인의 말」)라고 선언한다. ‘지문’과 ‘허기’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인이 전유한 의미는 ‘지문’은 고유성과 변별성을, ‘허기’는 더 높은 경지로 도약하기 위한 순간에 찾아오는 성찰의 계기를 직접 지시한다. 그 구체적 양태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시집을 올바로 읽는 방향이 될 것이다.
몸이 익힌 것은 잊히지 않는다
물은 언제나 나를 유혹하고
잠들지 못하는 나는 물의 속도를 따라
푸른 아가미로 숨을 쉰다
몸으로 말하는 언어는
새벽마다 바다를 유영하고
나는 밤마다 꿈을 꾸게 해달라고 빌었다
눈에 밟히는 낡고 오래된 집
탯줄 끊고 돌아서던 부력으로
염불을 실어 나른다
바람은 매웠지만
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
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다
세상 속 풍경으로 떠돌던 시간의 유랑
꽃은 생명을 다해 피고
나는 산사의 시간을 깨운다
물속에는 고요가 남았다
― 「목어」 전문
풍경을 자연에서 떼어내 인간적 의미의 순간으로 만드는 것은 의당 ‘기억’의 힘이다. 시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몸이 익힌 것”을 말한다. 생득적이라는 것이다. ‘목어’의 축어적 의미는 일순간에 사라진다. ‘나무로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허공에 매단 것’이란 ‘목어’의 정의는 이미 그 힘을 잃고 ‘푸른 아가미’와 ‘부력’이라는 어휘에 의해 본래 물속에 있어야 했던 것이 “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는” 경지가 새로 드러난다. 필시 진화론에 따르면, 물고기에서 육상 생물로 진화하면서 ‘지문’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공’은 또 다른 영역이어서 ‘아가미’와 ‘지문’도 무화(無化)한다.
시인은 ‘수레국화 한 송이’에서 빛나고 쓸쓸한 한 계절의 풍경을 그려낸다. “파란색이 사연 참 많아 보”인다는 인상을 피력한 후 “어둠 속에서도 수많은 생명이 자랍니다/벌레들이 살아가고/새들이 숨어들고 사람들도 쉬어갑니다/비바람도 뚫지 못하는 철의 장벽 같”(「시작」)다고 이면의 느낌을 풀어낸다. 하지만 결국 ‘수레국화 한 송이’는 “혼자서도 자유분방한 것”이라는 속성 때문에 “집 떠난 언니의 발자국”을 강렬하게 환기한다. 표제인 ‘시작’은 출발이라는 의미와 함께 시인의 시적 지향이라는 의미를 또한 함축하고 있다. 이렇듯 ‘본향(本鄕)’ 혹은 돌아갈 수 있는 그곳을 늘 상정하고 있기에 ‘목어’는 “바람은 매웠지만/담담하게 압화처럼 몸을 던지자/저 딱딱하고 푸른 맨몸은/허공에 낙관처럼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허공’을 단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생명과 삶’의 온갖 흔적으로 채워 결국 시인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풍경’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시작(詩作)’에 감춰둔, 그러나 본질적인 의미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 백인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