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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7464690 |
|---|---|
| 쪽수 | 30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반양장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국내수필
AI추천 이유
■ ‘개인’을 알았고, ‘개인’으로 살았으며, ‘개인’을 원했던 작가
피천득은 한국의 시인이자 수필가, 영문학자이자 번역가다. 1910년에 태어나 2007년에 생을 마감한 그는 20세기를 온전히 경험한 지식인이기도 하다.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산업화를 거친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그는 시대의 구호보다 개인의 감정과 일상을 신뢰했다. 20세기 지식인으로서 그가 남긴 글은 근대적 개인으로 살아간 한 인간의 태도와 윤리를 고요하게 증언한다. 그의 글은 마음을 위로하는 소박한 문학일 뿐만 아니라, 근대 문학의 핵심인 ‘개인의 탄생’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사유되고 체현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드문 기록이다.
■ 한국 수필 문학의 미학적 기준
격동의 시대를 살았으되, 그가 남긴 단정하고 절제된 문장들은 투명한 서정을 빚어내며 한국 수필의 미학적 기준이 되었다. 순수한 동심, 맑고 고매한 정서, 고결하고 담백한 정신이 결합된 그의 글은 한국 근대 수필을 교양의 문학으로 끌어올린 이정표이자 한국인들에게 영원한 정신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오월」, 「은전 한 잎」 등 수필의 대명사로 각인된 작품들은 일찍이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던 피천득의 수필 정신을 우아하고 산뜻하게 전한다.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는 그 미학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들을 다시 묶어, 한국 수필이 도달한 한 기준을 오늘의 독자 앞에 또렷이 제시한다.
■ 사랑을 하다 간 사람
피천득 문학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의 사랑은 감정의 고백이나 열정의 분출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윤리다. 그의 사랑은 타인을 소유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욕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끝까지 존중하려는 인내의 형식에 가깝다. 문학적으로 그것은 극적인 사건이나 서사의 고조 대신 사소하고 미미한 순간들을 조심스레 붙드는 문장으로 나타난다. 작고 연약한 것들, 쉽게 스쳐 가는 일상과 관계를 끝내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려는 태도, 말해지지 않은 감정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절제는 그의 사랑이 지닌 미학적 성격을 이룬다. 피천득에게 사랑이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켜 내는 것이며, 확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것이 그가 평생의 글을 통해 보여 준 사랑의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실체였다.
■ 젊음을 예찬하는 감각
청신하고 파릇한 피천득의 글은 유난히 늙지 않는 글이다. 많은 글에서 피천득은 한결같이 젊음을 예찬한다. 그가 이 글들을 쓴 것이 청춘이 지난 중년 무렵이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그를 과거에 머물게 하기보다, 오히려 현재와 현실 속에서 만족과 절제의 태도로 행복의 실체를 발견하게 한다. 이 속에서 우리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품위를 함께 사유하게 된다. 이 책은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잃지 않았던 한 지식인의 기록이다.
■ 아들에게 보낸 편지 추가 수록
피천득의 독자들에게 그는 딸 ‘서영이’를 극진히 사랑하고 그리워한 아버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며, 작고 후 작품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실질적인 역할 역시 줄곧 아들 피수영이 맡아 왔다. 피수영은 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명의로, 여든 살에 하나로의료재단 고문직에서 은퇴하기까지 평생을 의료 현장에서 보낸 인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편지들은 피수영 박사가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 클리닉에서 신생아 전문의로 일하던 시절, 피천득이 아들에게 보낸 것들이다. 편지에는 아들을 향한 걱정과 염려, 자식들을 모두 멀리 두고 지내야 했던 노년의 적적한 생활, 그리고 절제된 말 속에 숨은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피천득 문학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아버지로서의 얼굴’을 조용히 비추는 기록이기도 하다.
■ 김지수의 ‘인터뷰 해설’ 수록
이번 책에 수록된 해설은 인터뷰를 겸한 확장된 비평이다. 김지수의 인터뷰 해설은 피천득의 문학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게 만든다. 그는 텍스트 바깥에서 인물을 소환해 한 인간의 삶과 글을 입체적으로 엮어 내며,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를 단순한 수필 선집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묻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으로 확장시킨다.
피천득을 읽는 독자의 시선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했을 딸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 아들에게는 어떤 아버지였는지, 어떤 사람들과 즐겨 어울렸는지, 작가의 가족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까지 차분히 묻고 따라간다. 이 인터뷰 해설은 피천득의 글을 다르게 읽고, 더 깊이 읽는 길들을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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