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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규격 정보
| ISBN | ISBN-13 : 9791192986524 |
|---|---|
| 쪽수 | 327쪽 |
| 크기 | 규격 외(152mm X 225mm, 신국판) |
| 제품구성 | 양장 |
이 책이 속한 분야
- 인문/역사 > 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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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b에서 2013년부터 펴내고 있는 ‘마음학 총서’ 여덟 번째 책인 윌프리드 셀러스의 <경험론과 마음 철학>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분석 철학’ 혹은 ‘마음 철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독서이자 현대 철학이 반드시 경유해야 할 거대한 관문이다. 1956년에 발표된 이래로 분석 철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자리 잡은 셀러스의 논문과 함께, 그의 뒤를 이어 ‘피츠버그 학파’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브랜덤이 ‘스터디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해제를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고, 이 책에 저명한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서문을 썼다. 셀러스-브랜덤-로티, 이 세 이름이 한데 모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
셀러스의 이 책은 20세기 분석 철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한 고전으로, 경험과 인식, 마음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통념을 정면에서 도전한다. 셀러스가 이 책에서 겨냥하는 핵심 표적은 전통적 경험주의가 암묵적으로 전제해 온 ‘주어진 것의 신화(the Myth of the Given)’이다. 이는 감각적 경험이나 지각적 주어짐이 개념이나 추론의 매개 없이도 지식을 정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리킨다. 셀러스는 이러한 관점이 경험을 인식론적으로 특권화하는 동시에, 정당화와 이유 제시라는 지식의 본질적 차원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셀러스에 따르면, 어떤 믿음이나 판단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과적으로 야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반드시 이유를 요구받고,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규범적 공간, 곧 그가 유명하게 명명한 ‘이유들의 논리적 공간(space of reasons)’ 안에 위치해야 한다. 감각적 경험은 우리의 믿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은 정당화의 최종 토대라기보다 개념적으로 구조화된 판단과 추론의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로써 셀러스는 자연과학이 다루는 인과적 설명의 영역과, 인식론이 다루는 규범적 정당화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둘을 단절시키지 않는 정교한 틀을 제시한다.
<경험론과 마음 철학>은 경험론 비판을 넘어, 인간을 자연적 존재이자 규범적 존재로 동시에 파악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인식론, 심리철학, 언어철학 전반에 깊은 영감을 제공하며, ‘경험이 어떻게 개념과 이유의 질서 속으로 편입되는가’라는 물음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끄는 놀라운 저작이다.
로티는 ‘서문’에서 셀러스의 이 책을 초기 분석 철학에서 후기 분석 철학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세 편의 기념비적인 저작 중 하나로 소개한다(다른 둘은 윌러드 콰인의 <경험주의의 두 가지 교리>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완전한 철학 체계의 전형”을 이룬 이 책에서 셀러스가 분석 철학을 흄(Hume)적 단계에서 끌어내려 칸트(Kant)적 단계로 이끌고자 한 기획 전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마음에 주어진 것’과 ‘마음에 의해 더해진 것’ 사이의 구분을 공격함으로써 경험주의적 토대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기여”했고, 그에 따라 분석 철학은 “논리 경험주의자들의 토대주의적 지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셀러스의 논문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학부 및 대학원 과정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아가 셀러스의 숲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수년에 걸쳐 작성된 노트”를 쓴 셀러스의 후계자 로버트 브랜덤의 ‘스터디 가이드’ 역시 이 책을 읽을 중요한 이유다. 독자들은 셀러스의 논문과 브랜덤의 해제를 번갈아 보면서 한 학자의 글을 다른 학자가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해할 수 있는 셀러스의 논지들을 브랜덤의 해설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옮긴이인 정문열 교수(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는 수년간 이 책의 원서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공부하며 셀러스의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옮긴이는 ‘단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마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문장을 번역하고, 수많은 역주를 달았다. 특히 이 책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8장(32~38절)의 주해를 따로 써서 철학 입문자와 대중을 위해 정성껏 셀러스를 설명하고 있다.
셀러스라는 원천을 향한 브랜덤, 로티, 정문열 각자의 철학적 열정이 ‘마음학 총서 8’권을 탄생시켰다. 철학이 지식에 대한 탐구와 도전이 아니라 교양의 ‘소비’로 변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도서출판 b는 철학적 탐구와 도전을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